정춘숙 의원.ⓒ에이블뉴스DB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비자의입원 요건 강화 내용이 담긴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간병원에서 같은 의료기관 내 추가진단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한 달 동안 민간지정병원에서 이루어진 신규입원에 대한 추가진단 1901건 중 무려 25.1%에 달하는 477건이 자체진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자와 전문의 1인의 동의만으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비자의입원을 허용했던 과거와 달리, 비자의입원 시 전문의 1인의 진단과 함께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의 전문의 진단이 추가로 이루어져야만 2주 이상 입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초기, 추가진단을 할 다른 병원 소속 전문의 인력이 부족할 것을 감안해 보건복지부는 한시적으로 올해 말까지만 자체진단을 허용했다.

한시적일지라도 이러한 예외지침을 두는 것은 개정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해당 지침대로 추가진단제도가 운영되었고, 개정법 시행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자체진단은 민간지정병원들을 중심으로 높은 비율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 기간 동안 민간지정병원에서 내려진 입원연장에 대한 추가진단 역시 1899건 중 12.5%에 해당하는 238건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7월부터 9월까지 민간지정병원에서 이루어진 전체 추가진단건수 대비 자체진단건수 비율은 국공립병원에 비해 5~6배 이상의 수치를 보여, 민간지정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자체진단 건수 조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개정법 시행과 함께 계획되었던 대로, 각 지역으로 파견되어 추가 진단을 수행할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속 추가진단전문의 확충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태이다.

추가진단제도 시행을 준비하던 올 해 초, 복지부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 16명의 추가진단전문의를 채용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 의원실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에 현재 추가진단전문의 채용에 대한 상황을 문의한 결과, 채용인원 16명 중 고작 6명(기술서기관 1명, 전문임기제 가급 4명)만 채용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8월에 있었던 추가 채용 공고에는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채용이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지원자조차 없는 상황에서 시행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 역시 향후의 추가적인 채용계획에 대해서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추가 채용계획에 대해 시행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일임한 상태라는 답변뿐이었다.

정 의원은 “비자의입원에 대한 추가진단 제도는 정신질환자 인권보호라는 관점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로 꼽히면서도, 제도 시행 시점부터 꾸준히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부분”이라며 “ 아직도 자체진단이라는 예외지침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참담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속의 추가진단전문의 채용에 나서야 한다”며 “법 개정 취지에 맞는 추가진단 제도의 올바른 시행과 정신질환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복지부는 주무부처로서 그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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