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법학연구회,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탈시설정책위원회, 한국사회복지법제학회, 한국장애인복지학회는 지난 2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황인현씨 사례를 중심 사례로 두고,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의 현황 및 향후 과제에 대한 각계 의견을 나눴다. ⓒ에이블뉴스

지난 1월 28일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이후 법전 속에 잠자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제도’가 7년만에 살아났다. 탈시설을 원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한 장애인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첫 판결이 나온 것.

서울행정법원은 황인현(40·뇌병변 1급)씨가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대해 “양천구청장은 황씨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명시돼 있지만 국가의 ‘조치제도’라는 틀 안에만 머물렀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진정한 권리로 인정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더 이상 복지서비스가 단순히 시혜적인 서비스가 아닌, 국민의 권리임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국민권리인 사회복지서비스, 권리의 영역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기 위해선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가 어떤 변화를 맞아야 할까. 신청제도 절차는 물론, 세부적 내용에는 어떤 부분이 보완·수정돼야 할까.

이를 위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탈시설정책위원회, 한국사회복지법제학회, 한국장애인복지학회는 지난 2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황인현씨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의 현황 및 향후 과제에 대한 각계 의견을 나눴다.

"법에 서비스 내용·대상자 범위 명시해, 실제적 권리로써 보장해야"=이날 발제를 맡은 사회복지법제학회 학술이사인 윤찬영 전주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서비스 신청권이 권리라고 한다면, 그에 따른 서비스 내용이나 대상자 요건 등을 법규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국민연금법·국민건강보험법 등의 사회보험법 경우엔 급여 품목이 명시돼 있어 권리로 부여되지만,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은 급여항목이 전혀 없고 '신청할 수 있다'로만 명시돼 있다. 또한 복지서비스 신청권 대상자 범위도 확실치 않아 자치단체들은 기초수급자만이 복지서비스 신청권자로 오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결국 서비스 신청권은 실제적 권리가 아닌 수속적 권리며, 말로만 주고 실제론 안주는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대상자가 모든 국민인지, 어떤 욕구를 가진 국민이 해당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명시와 서비스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며 "단, 인간욕구의 다양성을 고려해 모든 서비스를 규정할 수 없다면 기초자치단체에 '사회복지서비스 판정위원회'를 둬 해당 위원회에서 서비스 내용을 결정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진정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하려는 규범적 목적을 지닌 사회복지사업법이라면 법안에 재정분권의 예외규정을 두는 등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가 관할 자치단체 지역내에 없는 경우엔 타 자치단체에 의뢰하거나 이송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사회적 법치국가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한 좀 더 풍부한 규정체계 수립이 시급하다"며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규정내용을 반드시 지방자치별 조례로 제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심전달체계 확립이 핵심"=장애인복지학회 정책분과위원장인 유동철 동의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비스신청을 누가 관리하고 그 많은 지원서비스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사례관리 등이 원스톱서비스로 관리되는 서비스전달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사례관리를 통해 지역사회내의 개별화된 조언·상담·치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기관과 비공식적인 원조망들에 의해 제공되는 자원 및 서비스 연결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문제는 장애인의 욕구를 복합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사례관리 전달체계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는 명문화된 권리를 현실화시키는 도구"라며 "이러한 도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전달체계를 수립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전국동시다발적이고 집단적인 복지서비스 신청 운동을 하는 것도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 신청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파편화된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 고려한 운동 전략 필요"=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회장인 남찬섭 동아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비스신청이 권리로써 보장되려면 그에 대응되는 의무 이행주체인 기초자치단체가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과 관련한 어떤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져야 한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현재 사회의 복지서비스 공급체계가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서비스신청권 실현 운동이 풀어야 할 과제는 다양하지만 현재 파편화된 서비스 공급구조라는 현실을 고려한 운동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교수는 "서비스신청권이 권리로 실현되려면 그에 상응되는 정부의 행위 즉, 어떻게 정부정책이 권리 보장방향으로 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신청 소송, 노인복지서비스 통합가치 구현 가능성 보여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인 최혜지 서울여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소송 및 판결이 노인복지에 갖는 함의는 크다"며 "소송결과는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신청인의 원스톱서비스 접근권을 인정함으로써 보건서비스와 복지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노인복지서비스의 통합 가치의 실질적 구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환영했다.

최 교수는 "노인 특성인 '의존성' 때문에 노인들은 살고 싶은 곳에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나 사례도 없다"며 "노인요양보험제도는 노인의 시설 입소를 더욱 쉽게 만드는 제도로, 가정 및 지역사회에 오래 머물고 싶어도 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이 원하면 시설로 입소시키는 방안으로 작용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노인의 주거권과 문화 및 여가권은 굉장히 중요한 권리임에도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서비스 신청과 관련된 이번 소송은 복지서비스 욕구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한 물꼬를 튼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한 권리의 행사가 확대됨에 따라 노인복지서비스의 질적 서비스 모니터링 체계 수립을 위한 노력도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장애인 탈시설권리 보장은 우리 모두의 인간해방"=이번 '서비스 신청' 소송 과정에서 나타난 탈시설의 중요성에 관한 의견도 제시됐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박사인 김명연 상지대(법학부) 교수는 "장애인 탈시설권리의 보장은 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인간해방"이라며 "장애인탈시설권리의 성립가능성과 관련한 이번 판결은 절차법적으로 복지욕구조사의무의 범위를 전국적 차원까지 확대된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신청한 내용의 사회복지서비스의 급부에 대해선 재량급여적 성격으로 통제밀도 완화를 언급함으로써 이의 성립에 부정적 예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실체법상 장애인 탈시설권리의 성립가능성과 현재 재량급여에 대한 통제밀도의 강화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탈시설권리는 우리의 기본권으로 도출해야 하며, 특히 평등권, 신체의 자유 및 적법절차의 원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탈시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업법의 보완 필요 공감"=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 윤수현 사무관은 "이번 '복지서비스 신청'과 관련된 사례를 통해 사회복지사업법의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복지서비스 신청' 소송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 노길상 수석전문위원은 "사회복지사업법의 신청권은 기본적인 것이다. 이것이 이뤄지기 위해선 사회복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오늘을 시발로 해서 사회복지가 가열차게 발전될거라 생각한다"며 "기존 우리가 하던 생각이나 틀로선 풀 수 없다. 각각에 펼쳐져 있는 법들의 연계성을 두고 종합성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노 위원은 "기존 지침에 대해서도 다시 따지고 예산도 생각하는 등 한나라당은 관련 법개정이라든지 제도적 보완을 적극적인 숙제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허윤정 전문위원은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사람이 보편적 권리로서 신청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허 위원은 "이번 서비스 신청 사례를 통해 당장 조사할 때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이번 판례를 해석하는 범위를 넘어서서 보편적 권리로 사회복지서비스가 현실화되기 위해 무엇이 보완·수정될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며 "민주당은 파편적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과 보건의료기본법의 전면 개정안을 준비, 양대 기본법이 개별법을 통괄하는 전달체계로 재구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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