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D.B.

‘휴...’ 한 가정 아버지의 한숨소리가 점점 커져만 간다. 불혹을 넘긴 그의 나이 46세. 그에게는 마음씨 착한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녀 둘 이나 있지만, 어쩌다 ‘혼자 살았으면..’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는 손 하나 까딱 못하는 중증장애인이다. 양쪽 팔을 전혀 쓰지 못하고, TV 리모컨을 발로 켜고 끄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이동건씨(뇌병변1급, 가명).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의 작은 집이 그의 삶의 터전이자 유일한 활동공간이다.

네 식구가 함께 살 붙이며, 옹기종기 화목하게 살고 싶은 게 간절한 소망이지만, 그럴 수 없다. 한 가정의 아버지 동건씨는 장애가 심해 화장실 조차 혼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양쪽 팔을 전혀 사용하지 못해 물 먹는 것 조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손이 아닌, 발가락으로 ‘낑낑’대며 전동휠체어를 조작한다. 간단한 외출조차 힘드니 자연스럽게 꺼려지고, 뇌병변 2급 아내에게 잔 심부름을 부탁하고 있다. 그마저도 중증인 아내에게 일일이 부탁하려니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중학생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들도 학업 때문에 밤이나 되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다.

“삶의 낙이란 뭘까?” 하던 찰나에 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가 생겨나며, 동건씨도 작은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그러나 그에게 적용된 시간은 겨우 72시간. 무엇 하나 혼자 할 수 없는 그에게 하루 4시간정도(주말 제외)의 시간은 너무하다 싶다. 그나마도 사이버대학에서 강의를 받고 있어서 추가 학교활동 시간(12시간)이 추가된 결과다.

누군가는 “가족 둬서 뭐해, 아들 딸한테 부탁해봐”라며 혀를 끌끌 찰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건씨는 차마 가족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만은 않다.

동건씨는 “아내도 사실상 나를 돌보기 힘든 중증장애인이다. 아이들은 학교도 다니고 공부도 다니고 할 게 많은데 괜히 아이들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의 활동보조인은 “주말에는 활동보조를 안하는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날 오면 집안이 엉망이다. 요즘 애들은 집안일도 잘 안하지 않냐. 약이라도 사와야되면 부인이 일일이 해야 한다. 부인도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이라 사실 거의 못 한다고 봐야한다”며 “사는 게 말이 아니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동건씨 외에도 이 같은 고통은 많다. 지적장애 3급 동생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와상장애인 최찬수씨도 독거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103시간 외에 추가급여를 받지 못한다.

중년에 이른 동생은 정신 연령이 겨우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지만,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찬수씨는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 신문고까지 찾아갔다. 그들의 답은 ‘법대로 적용한다’라는 답변 뿐이었다.

최씨는 “동생이 급수가 3급이지 지적장애인일 경우, 기타 다른 장애인들보다 생활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둘이 사는데 2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다. 그렇다고 동생을 버릴 수 없지 않냐”며 “책상머리에서 우리들의 현실은 모른 채 법만 운운하는 그들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한 장애계 관계자도 “최중증장애인이 가족과 산다고 103시간 이상은 줄 수 없다는 건 정말 개선해야한다. 가족과 동거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몇 년안에 대부분 최중증장애인은 독거로 등록하고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가족이 있다고 불이익을 받는다면 너무 가혹하다.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장애인 가정의 추가급여에 대한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적용되는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은 ‘인정점수가 410점(활동지원 1등급) 이상으로 수급자를 제외한 가구 구성원이 1~2급 장애인,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인 가족만으로 구성된 경우’, 인정점수가 410점(활동지원 1등급) 미만으로 수급자를 제외한 가구 구성원이 1~2급 장애인,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인 가족만으로 구성된 경우, ‘인정점수 410점 이상으로 수급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의 직장생활·학교생활 등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조금 개선됐지만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함께 적용돼 최중증장애인의 시간을 또 한번 제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항이 적용된 것은 최중증장애인 취약가구 연령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최중증가구 자녀가 18세 이하라면, 두 가지 모두(인정점수 410점 이상으로 가구 구성원이 1~2급 장애인, 18세 이하 또는 65세 미만으로 구성, 가족의 직장·학교생활 등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해당돼서 추가급여만 300시간이 넘게 된다. 이는 다른 장애인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형평성을 위해 조항이 함께 포함된 것”이라며 “그 외의 가구에 대해서는 추가급여 조항이 아직까진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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