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각장애학생들과 스웨덴청년들이 만남을 갖고 청각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에이블뉴스

[특집]스웨덴의 장애인복지를 배운다-⑦양국의 만남

장애청년드림팀의 마지막 주자인 스웨덴팀이 지난 21일부터 스웨덴 현지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청각장애 학생 3명과 협력자 3명으로 구성된 스웨덴팀은 ‘청각장애인의 삶’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스웨덴 청각장애인 교육지원체계 및 정체성 현황을 살피고, 한국에 적용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들의 연수과정을 동행취재하며 스웨덴 장애인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한국의 청각장애청년들과 스웨덴 청년들을 한 자리에 모여 청각장애인복지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눴다. 지난 27일 장애청년드림팀은 스톡홀롬교육대학 특수교육과 수업에 초청되어 학생들과의 미팅을 가졌다. 한국 측의 방문요청에 담임교수인 루나씨가 수업시간을 할애해줬다.

이 수업에는 총 7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청각장애교육을 담당하기를 희망하는 예비 교사들이다. 7명의 학생 중 청각장애 학생은 총 4명이었다. 양국의 청각장애청년들은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장애인교육지원정책’과 ‘장애에 대한 인식정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웨덴 청년들 “교육지원정책과 내 삶에 만족한다”

교육지원정책 및 삶의 수준에 대한 양국 학생들의 인식차이는 매우 컸다. 먼저 스웨덴의 학생들은 ‘학교의 교육수준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그렇다’(Yes)라고 답했으며 ‘장애인으로 사는 삶에 만족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중도에 청각장애인이 된 이사벨 학생은 “비장애인이었을 때와 현재를 비교 해봐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는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이제 수화는 나의 제2언어가 되었고 수화를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사회가 나의 장애를 부정적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청장애를 갖고 있는 헤나 학생은 “다시 태어나도 난청이 되겠냐고 묻는다면 난청이 되겠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내가 난청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족함이나 불만은 없다. 내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청년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지원과 장애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청년들 “개인의 문제로 치부…끈질기게 요구해야 들어줘”

반면 한국학생들은 한국 교육지원정책의 미비한 점과 장애에 대한 한국일반사회의 부정적 인식들을 토해냈다.

황수미 학생은 “한국에서는 수화를 단순히 청각장애인의 보조언어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도 수화보다는 구화가 더 우수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영 학생은 “장애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몇몇 학교를 제외하면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지원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당연한 권리라기보다는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대 졸업하고 현재는 모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신홍섭씨는 장애청년에 대한 지원이 아주 없었던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며 한국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신씨는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 장애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었다. 교육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매우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교 측에 수화통역사를 배치할 것을 요구했고 현재는 수업시간마다 수화통역과 문자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씨의 설명에 스웨덴 청년들은 "매우 감동적"이라고 화답했다. 스웨덴 청년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체가 변화를 위한 기반이 세워졌다고 보인다.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어 차별 없는 교육적 지원을 받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리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것이 중요”

한국과 스웨덴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도 있었다. 구화와 수화에 대한 가치차이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물론 스웨덴에서는 구화와 수화를 동등한 언어로 인정한다. 하지만 장애아동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가 청력을 회복하거나, 구화를 사용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루나 교수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에서는 인공와우수술을 한 장애아동이 늘어남에 따라 교육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루나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많은 걱정과 염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리를 인식하는 것보다는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루나 교수는 “인공와우수술에 무조건적인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인공와우 수술을 하게 되면 초기에는 구화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면 그 시간동안 그 장애아동은 양쪽 언어에 모두 노출되지 못한다.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어떤 언어든지 일찍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루나 교수는 “아동이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지에 중점을 맞추어 수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각장애아동을 교육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동의 언어를 찾아주는 것이다. 수화라는 언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리보다는 언어를 습득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청각장애인 여학생 이사벨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스웨덴 청각장애인청년과 한국 청각장애인청년이 영어로 필담을 나누고 있다. ⓒ에이블뉴스

스웨덴 청년들이 '대한민국' 수화를 배우고 있다. ⓒ에이블뉴스

쉬는시간에 양국의 청년들이 다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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