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농성에 참여한 인천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석애순씨. ⓒ에이블뉴스

“3월 26일부터 국가인권위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20일 째다. 힘들지만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한이 뭉쳐나 힘이 된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4월 임시국회에서 끝장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우리 손으로 쟁취하자.”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의사당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교육주체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윤 공동대표는 “12일 정부안이 상정됐고 18일 공청회가 열리며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심의 된다. 반드시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하나의 역할을 하는 법이 되는 날이 되길 바라나 안 된다면 중대결단을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내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때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윤 대표와 함께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경남 사천시 장애인부모회 최준기 공동대표는 “찾아갈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노력하는데 해주겠다고 했으나 아무것도 안 해주고 있다”며 “이 세상을 바꾸는데 동참해 아이들이 교육 받고 살 수 있는 나라, 내가 먼저 죽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현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는 것을 전제로 장애인 교육주체들이 3년에 걸쳐 만들어 낸 법안이다. 지난 해 5월 국회에 발의됐으나 정부가 특수교육진흥법 전부개정안을 지난 2월에서야 국회에 제출하는 바람에 심의가 늦어졌다. 2월과 3월 임시국회에서 심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사학법 재개정 논란 등으로 국회가 파행 운행됨에 따라 아직까지 본격적인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제정과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지난 3월 26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장애인 당사자, 장애아부모, 장애인대학생, 장애아형제 등 23명은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들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인 노란 손수건을 펼쳤다. ⓒ에이블뉴스

이날 삭발에 참여한 장애인참교육서부부모회 김혜미 회장은 “머리는 다시 자란다. 머리를 자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머리를 잘라 법이 제정된다면 여기계신 모든 어머니들이 다 삭발할 것”이라며 “오늘이 삭발하는 마지막 자리이길 바라며 더 이상 피눈물 안 흘렸으면 한다”고 외쳤다.

김 회장은 “인권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흘릴 피가 없다. 여기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목숨을 내 놓으라는 것 밖에 안 된다. 목숨을 내 놓으라면 내 놓겠다”며 “오늘 이 시간부로 법이 제정될 그날까지 온 힘 다해 싸울 것이며 사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제정을위한학생공동투쟁단 황기연 집행위원장은 “원래의 머리스타일로 자랄 즈음엔 법이 제정되면 좋겠다”며 “법이 교육권을 다 보장하지는 못하나 더 좋아지는 단계를 밟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발 국회의원들은 각성해 장애아동들은 집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통학하고 장애인대학생은 더 이상 차별받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어머니와 아들이 투쟁결의문을 함께 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2천여명(주최측 추산)의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허울뿐인 공약으로 기만하지 말고 장애인교육지원법을 4월 임시국회 때 반드시 통과시키는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한 “각 당의 대표와 모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4월 통과를 약속해 립서비스가 아닌 장애인 교육차별철폐와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법과 제도의 개선활동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20일이 넘는 단식농성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김신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장애인 교육 주체들의 단식농성을 외면하지 말고 즉각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현재 장애인 교육주체들은 오는 18일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의 공청회에 주목하고 있다. 장애인계가 만든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정부가 만든 특수교육진흥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오후 3시부터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최되는 공청회에는 학부모 2명, 전문가 2명 등 총 4명의 진술인이 참석한다.

■삭발농성자 명단(총 23명)=윤종술(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 도경만(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 최준기(경남사천장애인부모회 회장), 강현철(서울참교육부모회 김경애 회장 첫째아들/장애아형제), 김금옥(강원장애인교육권연대(준)), 김동해(경남천광학교부모회 회장), 김태완(인천통합교육부모회 회장), 김현완(울산장애인교육권연대), 김형중(경북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 김혜미(서울참교육부모회서부지부회장), 박명애(대구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 박성희(충남장애인부모회 홍성지회장), 석애순(인천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심재익(울산장애인부모회), 오영선(인천통합교육부모회 부평지구회장), 우병걸(인천중앙초등학교교사/장애아부모), 유재근(인천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교사), 전근배(전국특수교육대학생회연합 의장), 정상욱(충남장애인부모회 부회장), 최은희(전남장애인부모회 광양부모회 총무), 하용준(장애인고등교육권연석회의/지체장애학생), 허광훈(대구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황기연(장애인고등교육권연석회의 집행위원장/시각장애학생)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1948년) 26조 1항이 쓰인 피켓을 들고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 ⓒ에이블뉴스

부모를 따라 참석한 아이가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손수건을 들고 함께 참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교육이 교육다워야 교육이지'라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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