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어쩌면 장애인 주차공간 정도가 아닐까. 그마저도 또다시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행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10살의 하 모 양 가족은 지난달 한국을 떠났다. 2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그저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던 작은 꿈은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막막함으로, 급기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보조인력 공백 속 다른 아이들이 밟고 지나가는 아찔한 사고에도 학교가 쉬쉬하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며 눈물을 삼킨 채 터전을 버렸다.
■근육이 약한 아이, 초등학교 입학 ‘큰 산’하 양은
근이영양증으로 선천적으로 근육이 약하게 태어난 중증장애아동이다. 턱이 없는 실내 바닥에서 잠깐 스스로 걷는 것만 가능할 정도여서, 의자에 앉는 것은 물론 화장실 이용까지 모든 활동에 있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몸의 지탱 능력이 없어 넘어지기라도 하면 위험이 크다. 부모는 이 같은 아이의 상태에 대해 수도 없이 설명하고, 진단서와 소견서를 떼 지니고 다녔다고. 주문처럼 ‘좋아지리라 좋아지리라’ 외웠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 없었다.
불안한 하루하루 속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큰 산과 마주했다. 2020년 초,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하 양은 일반학교에서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어 통합교육을 선택해 경기지역 남양주 소재 A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8조에 따른 지원인력도 신청했다. 신체 장애로 교수학습활동 뿐 아니라, 용변 및 식사지도 등 신변처리, 보조기 착용 등의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 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행정상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부랴부랴 민원을 제기해서야, 4월부터 전담
보조인력(특수교육지도사)을 지원받으며 가슴을 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