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장애 학생들이 정서적/행동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되면 장애 학생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답답하고 우울해지기 쉽지요.

사회적 상호작용과 교감이 특히 중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은 여러 정서적·행동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 또는 학교 현장에서 장애 아동들이 도전행동(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중증 장애학생들의 경우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더 많은 행동적 문제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찰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행동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장애 아동의 도전행동 중재를 위해서 학교 현장에서 또는 가정에서는 ABA에 기초한 행동 수정 방식을 씁니다. 하지만 ABA를 이용한 도전행동 중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행동의 기능, 즉 문제 행동의 원인을 아동 내면이나 심리적 요소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관찰 가능한 환경적 요소에서만 찾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에서는 도전 행동의 기능(원인)을 관심끌기, 회피하기, 얻기, 자극추구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전부 생물학적 관점에서 아동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에는 여러 다양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대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하지만,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심리적 과정을 거쳐 행동으로 표출이 됩니다. 때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로 특정 행동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람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신체, 정신, 심리가 결합된 종합적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행동의 원인을 단순히 네 가지로 정리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중증 장애가 있다고 해서 행동의 원인을 단순하게 네 가지로 정리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너무 생물학적, 유물론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애 아동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무의식 속 상처, 억눌린 욕구, 해소되지 못한 기억들, 설명할 수 없는 충동적 욕구 등 여러 심리적 요인들로 인해 그러한 행동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어쩌면 행동의 동기를 정확히 알 때보다 모를 때가 더 많은 것이지요.

따라서 눈에 보이는 행동적 요인만 관찰해서 그러한 행동의 원인과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면, 결코 진정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동의 행동을 유발하는 심리적 프로세스를 꼭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하는 마음, 즉 잠재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ABA와 긍정적 행동지원은 아동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봄으로써 정적 강화(긍정적 행동 뒤 긍정적 강화)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즉, " ~하면 ~한다." 라는 방식의 상호작용을 지나치게 조건화하여 아동이 강화물에만 반응하게 만들어, 긍정적 행동의 대가로 언제나 강화물을 요구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잘한 행동에 칭찬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때마다 강화물을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잠재적으로 피해를 줍니다.

잘했을 때마다 좋아하는 강화물을 주는 것은 마치 동물에게 쓰는 훈련법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히 예상되는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받는 데 익숙해지고 점차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보상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인지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일부러 선생님이 있을 때만 긍정적 행동을 했다가 바로 강화물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인지 수준이 낮은 아이들도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 강화물을 받는다’라는 조건에 길들여지면, 나중엔 강화물 없이는 대체 행동이 일반화되기 힘들 뿐 아니라, 대체 행동의 댓가로 무조건 강화물을 받는다는 그릇된 인식이 생길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ABA, 긍정적 행동지원은 적용 방식이 비록 아동 친화적이고 비혐오적이라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학생의 인격보다 강화를 통한 문제 행동 자체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동과 보호자(또는 교사) 간 이러한 조건적 관계는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행동 변화(행동 일반화)를 가져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동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그러한 행동을 유지시키는 아동의 신념이나 가치관, 정체성 등 상위 의식(잠재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근본적이고 반영구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상위 차원의 잠재의식이 변하면, 하위 차원인 행동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이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아동의 잠재의식은 꾸준히 사회적으로 교감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잠재의식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트랜스 상태를 이용하여 긍정적 메시지 주입), 밀턴 에릭슨의 대화법,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기법들을 꾸준하게 쓰면, 발달장애 아동의 상위 의식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잠재의식이 변화하면 하위 의식인 환경과 도전행동은 역시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ABA나 긍정적 행동지원은 아동의 정서적, 심리적인 면을 무시한 채 외적인 측면과 행동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특성상 진정한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이제는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위해 행동주의 방식의 '자극-반응-강화’라는 틀에 갇힌 방법에서 벗어나, 아이의 마음(잠재의식)을 바꿔줄 수 있는 그런 교육과 행동 지도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이제는 장애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그런 아동 중심의 행동 지원과 심리치료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특수교사(교육학박사, 교육심리・상담 전공) 이진식(https://blog.naver.com/harammail75)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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