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이 수능 시작 전 자리에 대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뇌병변장애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를 위해 자녀와 함께 서울시 동부교육지원청을 방문했다.

A씨는 직업특성상 주중에 시간을 내기 힘들었지만 직접 자녀의 원서접수를 도와주기 위해 어렵게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방문한 동부교육지원청에서 황당한 말을 들었다.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동부교육지원청이 아닌 종로구에 위치한 중부교육지원청에 가서 원서를 접수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A씨는 자녀가 거주하는 지역인 동부교육지원청이 아닌 원서접수를 담당하는 중부교육지원청에 가서 접수를 해야만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행정편의 때문에 장애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 응시자들이 원서접수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수능시험 원서접수의 대원칙은 응시자 본인이 직접 원서를 접수하는 것이다. 특별관리대상자(장애인 수험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장애인 수험생의 경우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교육지원청 또는 고등학교를 방문해 원서를 접수하면 되지만 특별관리대상자는 그렇지 않은 상황. 특별관리대상자는 장애유형 및 장애등급에 따라 각각 다른 교육지원청에서 접수를 해야하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원서접수 권역을 2개로 나눠 받고 있다. 중증시각장애인과 중증청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수험생의 경우 종로구에 위치한 중부교육지원청에서 접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경증시각장애인 수험생의 경우 영등포구 남부교육지원청, 경증청각장애인과 지체부자유 및 기타 수험생의 경우 거주지의 교육지원청에서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강서구에 거주하는 중증시각장애 수험생은 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종로구에 위치한 중부교육지원청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것이다.

권역을 나눠 특별관리대상자가 원서를 접수하게 하는 곳은 서울시와 부산시 뿐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특별관리대상자가 본인이 거주하는 교육지원청 또는 특수학교에서 원서를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관리대상자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교육지원청에서 원서를 접수할 수 없는 이유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시스템 탓이 크다.

현행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22조는 교육부 장관이 수능시험과 관련해 시험응시원서의 접수, 시험의 실시 및 감독, 답안지의 회수 등 시험의 관리를 위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관리대상자가 본인이 원서를 접수한 지역의 관할에서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특별관리대상자가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교육지원청에 원서를 접수하는 경우 (특별관리대상자가 원서를 접수한)교육지원청은 관할 고사장에 편의시설 등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다보니 서울시교육청은 권역을 나눠 특별관리대상자가 원서를 접수토록 해 중증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수험생은 종로구(서울맹학교 서울농학교)에서, 경증시각장각장애인은 영등포구(여의도고등학교 시각장애학급)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관계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교육지원청에서 수능원서를 접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사장 내 편의시설의 문제 때문이라면 당사자가 거주하는 교육지원청에서 원서접수를 하게 하고 해당 (편의시설 설치가 잘 된)교육지원청으로 원서를 보내면 된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은 수험생이 원서접수를 한 교육지원청의 관할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돼 있다. 특별관리대상자가 지역 교육지원청에 원서접수를 접수하면 교육지원청은 편의시설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적은 응시생의 수 때문에 운영하는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수험생을 중부교육지원청에서 원서를 접수하도록 하는 것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가 있어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특별관리대상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보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면서 “원서를 특별관리대상자가 거주하는 교육지원청에서 접수를 받도록 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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