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서울맹학교. 시각장애인 응시생이 시험을 앞두고 복습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위치한 서울맹학교. 17일 오전 7시 30분 이곳에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반긴 것은 다름 아닌 '든든한 후원군'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었다. 부모들은 이른 아침부터 고사장 건물 앞에 부스를 차리고 시각장애인 수험생에게 따뜻한 음료와 과자를 건내면서 "시험을 잘 치라"고 응원했다.

혹여나 시각장애인 응시생들이 부스를 지나치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려 하면 일일이 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따뜻한 음료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말하는 따뜻함도 보였다.

서울맹학교에서는 전맹 시각장애인 10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한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응시생은 여의도고등학교 고사장에서 따로 시험을 친다. 전맹 시각장애인 응시생은 1.7배의 시험추가시간이 주어지다보니 고사장이 따로 배정된 것이다.

전맹 시각장애인 응시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을 최소 오후 8시까지 최대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시험을 치르게 된다. 12시간 가량을 서울맹학교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진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1년에 한번 뿐인 시험 때문일까. 서울맹학교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응시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희수(19, 시각1급)씨는 "편안한 마음 가짐으로 시험에 임할 것이다. 국어 과목을 잘하는 편이다. 대학교도 사범대학에 갈 것이고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해) 국어교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면서 "시험을 잘 봐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다른 응시생 김시락(28 시각1급)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9년만에 수능시험을 치른다. 요즘은 환경이 좋아져서 컴퓨터로 시험을 치는데 편해진 것 같다"면서 "최대한 긴장을 하지 않고 평소 공부한대로 시험을 치르려고 한다. (사범대학에 합격하면)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해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맹학교 고사장 안에서는 작은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시각장애인 응시생이 시험시간을 얼마 안남기고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감독관에게 말한 것. 주민등록증은 응시생의 본인확인을 위한 물품으로 반드시 지참해야한다.

시각장애인 응시생은 주민등록증을 찾기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꼼꼼히 지갑을 살펴본 결과 주민등록증을 찾았고 무사히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수능시험 고사장 밖. 시각장애인 응시생의 선전을 기원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수미(여 서울시 강북구)씨를 만났다. 이씨는 "오늘 우리 아이가 수능시험을 치룬다. 아이가 잘하는 과목의 유형이 바뀌었지만 시간 내에 실수 없이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 응시생의 시험시간보다 1.7배 많다. 이렇다보니 오후 늦게까지 시험을 봐야 한다. 아침에 아이와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아이가 체력 안배를 잘 해서 시험을 잘 치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장애인 등 특별관리대상자는 848명이다. 청각장애인이 246명으로 가장 많고 뇌병변장애인 144명, 시각장애인(저시력 포함) 113명, 지체부자유(지체장애) 48명 순이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시각장애인 응시생에게 다과를 전하면서 격려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험실에 입실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응시생. ⓒ에이블뉴스

시험실에 입실한 시각장애인 응시생이 짐을 풀고 있다. ⓒ에이블뉴스

주민등록증을 찾기 위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응시생. ⓒ에이블뉴스

고사장 입장 시간이 끝난 8시 20분. 서울맹학교의 정문이 닫히고 있다. ⓒ에이블뉴스

[2017년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공개 모집]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