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수교육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수교육과 교수들을 비롯해 특수교육과 학생, 장애부모, 특수교사들까지 특수교육 현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수교사를 충원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사 부족 문제는 지난해 10월 전국 특수교육과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특수교육학과장협의가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특수교사 법정정원 촉구 릴레이 1인 시위를 가지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해 ‘장애인 교육권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꾸리고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결의대회, 각 부처 담당자와의 면담까지 갖기도 했다.

현재 연대회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에서 정하고 있는 학생 4명 당 특수교사 1명 배치를 충족하려면 약 7000여명의 충원이 필요하며 교과부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신·증설에 따라 3000여명의 특수교사가 더 충원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와 행안부 관계자들은 현재 공무원 증원 절차상의 문제, 정부예산의 한계 등의 이유를 들며 이렇게 많은 인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요구 수용은 요원하기만 한 상태다.

특수교사의 부족 현상이 특수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길래 특수교육과 교수 및 학생, 부모, 특수교사까지 거리로 나서게 한 것일까?

지난 6일 열린 결의대회에 참가한 특수교육과 학생들. ⓒ에이블뉴스 D.B

연대회의의 회장을 맡고 있는 공주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임경원 교수와 집행위원장인 공주 정명학교의 도경만 교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전국유아특수교육학과연대 박재희 의장 등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특수교사 부족으로 인해 과밀학급 증가, 특수교사 과중업무, 예비 특수교사 적채현상 등의 문제가 야기되며, 결과적으로 장애인 교육권 및 특수교사 노동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수교육 대상자 늘고 비정규직 교사도 늘고

해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교사의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정규직 교사는 점점 줄고 시·도 교육청에서 채용한 비정규직 교사로 땜빵 하듯 수업을 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의 2009, 2010, 2011 특수교육 실태 조사서(통계)를 따르면 2009년 특수교육 대상자 (7만 5187명)에 비해 2010년에는 (7만 9711명)는 4500여명이 증가했다. 또한 2011년에는 2010년보다 2954명이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수학교(급) 교원 수는 2009년 교원수(1만 3997명)에 비해 2010년(1만 5244명)에는 1247명의 교사 늘어났고, 2011년(1만 8934명)은 2010년보다 690명 증가했다.

여기서 집계된 특수학교(급) 교원 수는 정규직·비정규직(기간제) 모두 합해진 인원이며, 교육과학기술부가 정규직 특수교사를 채용한 인원은 2009년 0명, 2010년 361명, 지난해 135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교과부 앞에서 1인 시위 시작한 임경원 교수. ⓒ에이블뉴스 D.B

기간제 교사 증가로 인해 교육의 질 우려

임경원 교수는 비정규직 교사 증가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부모와의 의사소통 문제, 신분에 대한 자책감 등으로 이어져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교사 1명이 내 아이를 지속적으로 오래 봐주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을 것이다. 부모는 내 아이를 맡게 된 기간제 교사가 언제 그만두고 다른 학교로 가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겪게 되면서 부모가 교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 한다”며 “부모와 교사간의 불신도 충분히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기간제 교사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한 어려움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교사가 하는 업무인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수업계획서를 비롯해 각종 행정적인 서류도 처리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임용고시 까지 병행해서 준비 한다”며 “재계약을 위해 사무처장이나 교감, 교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되기 때문에 모든 학교 행사에 앞장서서 참여해야 된다. 이런 상황이 시간제 교사에게는 자아정체감 하락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자괴감까지 들게 만든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특정 지역의 광역시 재정위기를 설명하며 특수교육 현장에 기간제 교사를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언제 어느 지역이 재정 파탄으로 기간제 교사 채용이 불가능 할 지 가늠할 수 없어 하루 만에 강단에서 내려올 수 있고, 학생들은 하루만에 선생님을 잃게 된다는 것.

신변처리하다 수업 끝나…개별화 교육 불가

임 교수는 직접 경험한 사례를 설명하며 과밀학급 현상으로 인해 특수교육 현장이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보육의 형태로 변형해 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임 교수는 “십 여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지적·자폐성 학생들이 15명이 있는 한 교실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특수교육보조원 배치가 시행되기 전이라 교사 한 명이 15명을 모두 맡고 있었다”며 “한 과목의 수업 당 배정시간은 40~50분(학교마다 차이 있을 수 있음)인데 그 당시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이가 대변을 보았고, 특수교사가 신변처리를 하다가 결국 수업시간이 다 가버렸다”고 회상했다.

임 교수는 또한 “지금은 학생 수를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학급 당 학생 수를 위반하는 곳이 너무 많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교사 1명이 담당하다 보면 특수교육의 개별화 교육(장애 유형 및 특성에 적합한 교육목표, 교육방법, 교육내용,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등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해 실시하는 교육)은 커녕 제대로 수업도 진행할 수가 없다. 요즘엔 특수교육보조원이 있긴 하지만 워낙 담당하는 반 학생들이 많아 둘이서는 부족하다”며 “실제 교사가 해야 하는 교과 진도나 수업 운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 되니 IEP(개별화 교육 프로그램)를 짜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교육을 통해 아이의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커녕 시간을 모두 빼앗아 수업 진행조차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대상 학생(장애학생 등 포함)들의 과밀학급해소·원거리통학문제 해결·교육의 질 제고 등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유치원(4명)·초등학교(6명)·중학교(6명)·고등학교(7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재학 중인 일반학교 9,756개 중 5,785개교(59.1%)가 학급 당 학생 수를 위반하고 있으며, 전국의 특수학교 역시 155개 중 101개교(65.1%)가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중업무를 이겨야만 하는 슈퍼 특수교사

임 교수는 “학기 초인 3~4월에는 교사는 학생들과 관련 각종 서류들을 작성해야 되는데, 이 많은 서류를 행정적으로 처리하면서 교재 연구시간, 수업 준비 할 시간까지 없다고 하는 현직 교사들이 많다”면서 “학부모들이 예전과 달리 교사에게 전문성과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아졌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슈퍼 특수교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현재 중등 특수교사는 직업교육까지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러 복지관과 연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여러 기관과 연계해 서비스를 추진하는 사회복지사의 업무까지 맡게 된다는 것.

잠재적인 예비 특수교사 1만여명 추산…적채현상 발생

현재 교직이수가 가능한 학과나 사범대학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를 제지하기 위해 정부는 교원양성평가를 3년마다 실시해 임용이 적은 학교나 학과는 없애고 있다. 하지만 4년 동안 교사가 되기 위한 심화과정을 배우는 현장이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입시교육현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는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정규직 특수교사 채용 인원이 점점 줄어들면서 교사가 되기 위해 학과동기, 선배, 후배를 밟고 올라가야만 정규직 특수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36개 대학에서 56개의 특수교육 관련 학과가 존재하고 있다. 매년 이 많은 학과에서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졸업하게 된다.

임 교수는 현재 잠재적으로 적채되어 있는 예비 특수교사 수가 최소 1만명은 될 것이라고 장담하며, 이러한 현상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제자들도 있지만 정규직 교사가 되겠다고 3년째, 4년째 계속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많다. 이러한 학생들이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과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적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특수교육학과 학생들은 특수교사라는 꿈을 갖고 진학하기 때문에 타과로 전향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법정정원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교사 채용도 적으니 이 많은 인원을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되물었다.

박재희 의장(대구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 회장)도 “좋은 교사가 되기보다는 46명(지난해 정규직 유아특수교사 채용 수)이 되기 위해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 장애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가르칠 수 있는 준비는 커녕 피를 튀기면서 까지 경쟁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일반교사, 마음만 먹으면 특수교사 되기 쉽다

임 교수는 “요즘 수업시수(각급학교의 각 교과목을 이수하는 데 소요된다고 결정한 시간단위)가 줄어든 과목의 교사들이 아무래도 학교에서 위치가 점점 줄어드니까 특수교사가 되기 위해 한 달간 연수를 받기도 한다. 예전에는 특수교사로 전환하면 가산점을 줘 승진을 목적으로 활용한 적도 있었다”며 “일반교사가 특수교사가 되는 것은 쉬운데 반면 일반교사의 자격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전남교육청은 2010년 중등 교과 과원교원 40명을 대상으로 ‘특수학교 교사 부전공’ 연수를 기획하고 특수교사의 권한을 주려고 했지만, 지역 장애단체와 특수교육학과가 계획 철회를 요청하면서 실패로 돌아간 적도 있다.

도경만 집행위원장. ⓒ에이블뉴스 D.B

도경만 집행위원장도 “수업시수가 줄어든 현직 일반교사들이 특수교사로 전환하는 것이 실제 가능하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 자체가 특수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신규 특수교사들의 배출을 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반교사의 특수교육 진입, 비전문성 문제 발생 피해 '우려'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일반교사가 특수교육을 가르치게 되면 비전문성으로 인해 문제가 있고, 이는 아이들의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 집행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일반교사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최소 양성과정을 거치지만 특수교사의 경우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이해나 장애특성을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교사 자질 등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영역이나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속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피해는 바로 아이들에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더 심각한 것은 지금 눈앞에서 나타나지 않고 나중에 보여진다는 것”이라며 “잠재적이었던 폭력적인 성향이 나중에서야 나타나는 등의 문제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에이블뉴스 D.B

특수교사 충원 방법, 특별법만이 살길

특수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장애인 교육 관련단체들과 여러 국회의원들이 ‘특수교사 특별충원법률(가칭)’을 제정하기 위한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올해 다시 이 법률 초안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는 연대회의가 자회견이나 결의대회 등을 통해 특수교사 법정충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에서 확답이 없어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법률적으로 특수교사 증원을 통한 ‘특단의 조취’를 취하겠다는 것.

김기룡 사무처장은 “다음 달부터 법률 초안 작업을 위한 자료부터 찾을 계획”이라며 “지속적으로 법률 작업을 통해 최대 3년이내에는 특수교사 정원이 확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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