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특수학교에는 자리가 없다고 해서 아이가 결국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진학하게 됐어요. 괴롭힘을 당할까봐 너무 걱정이에요. 정말 눈앞이 캄캄해요."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사는 김모(47·여)씨의 아들은 정신지체 장애가 있다. 다음 달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김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수련회에 갔다가 친구들이 변기에 넣었다 뺀 과자를 주면서 먹으라고 하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먹었대요. 이 얘기를 다른 학부모한테 전해들으면서 어찌나 참담하던지…. 중학교에 올라가면 애들이 더 짓궂게 놀려먹을 거 아니에요."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민모(51·여)씨도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정신지체 장애 아들을 두고 있다.

민씨의 아들도 초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 돌아와 몇시간 동안 울곤 했다고 한다.

민씨는 아들을 일반 중학교 대신 노원구에 있는 특수학교인 서울동천학교에 보내려고 신청했지만 서울시교육청 산하 북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았고, 고민 끝에 결국 학교에 진학시키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의 불허 근거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특수학교에 배치할 땐 장애 정도와 거주지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17조다.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0일 "서울동천학교는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는 학생에 대한 모집 정원이 23명인데 노원구에서 25명, 중랑구에서 6명이 신청했다"며 "노원구에 사는 학생 2명도 떨어진 마당에 중랑구 학생들을 입학시킬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연령대의 중랑구, 동대문구 거주 장애학생 중 민씨 자녀처럼 특수학교에 신청했다 떨어진 학생은 모두 15명이다.

이들의 부모는 지난 16일부터 돌아가면서 서울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며 특수학교 입학을 허가할 것과 중랑·동대문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특수학교가 29곳 있지만 중랑구와 동대문구에는 없다.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중랑구와 동대문구에 특수학교를 세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교육청의 주무 부서가 미온적"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이처럼 특수학교 설립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곽노현 교육감이 2010년 7월 취임하면서 장애 학생들을 특수학교에 진학시키는 대신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교육하는 '통합교육'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정택 전 교육감 때는 특수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교육감 결재까지 났었는데 공 교육감이 비리로 낙마하면서 흐지부지됐다"며 "이후 곽 교육감이 취임하고 통합교육을 추진하려 했으나 얼마 안돼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로) 또다시 공백 기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시교육청 앞에서 벌어지는 1인시위에 대해 곽 교육감은 아직 보고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특수학교 진학을 신청한 중학교 입학 예정 장애학생은 모두 463명으로, 이중 57명이 정원 초과를 이유로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시교육청이 하루빨리 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국대 특수교육과 신현기 교수는 "공 교육감 낙마 후 곽 교육감이 오기까지 서울시의 특수교육 문제는 사실상 방치상태였다"며 "곽 교육감이 '통합교육' 철학을 표방했다고 밑에 사람들이 적절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 없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중랑·동대문구와 같은 피해 사례가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수학교를 새로 지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일단 특수학교의 정원이라도 늘리는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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