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율현동 방죽1마을 모습. ⓒ에이블뉴스

치료교육(치료서비스)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결함을 보충하고, 생활 기능도 회복시켜 준다. 교육활동으로는 심리치료,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 치료, 보행 훈련, 청능·생활적응 훈련 등이 있다.

장애아동에게 치료교육은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다. 많은 아동들이 '음악치료', '언어치료' 등을 통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 만큼 치료교육은 장애아동들이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다.

내 아이가 1주일에 최소 2~3번은 꼭 받아야하는 치료교육. 치료기관이 옆 마을로 이전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치료기관의 입주를 반대한다. 주민들에게는 장애아동 치료 기관이 혐오시설에 해당되는 것일까?

서울시 강남구 율현동 방죽1마을. 이곳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지정되어 건축물의 신·건축물의 신축·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변경 및 토지분할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

신경혜 소아청소년 발달연구소(원장 신경혜, 이하 연구소)가 11일 오전 10시경 방죽1마을로 연구소 이전을 하기 위해 이삿짐을 마을로 들어오려던 순간 주민들이 이삿짐 차량 진입을 막았다.

연구소는 언어·미술·인지치료, 사회성교육, 특수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장애아동들의 치료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사립 치료교육기관이다.

20여명의 주민들은 이삿짐 차량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입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고 주민들 모두 "이삿짐 못 들여와요. 입주 결사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혜 원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연구소 이전을 위해 마을 통장에게 입주 사실을 알렸고, 통장도 ‘알겠다’고 수긍했다. 반면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네 주민들은 3가지 이유를 들며 연구소 입주를 반대하고 나섰다. 약 한 달간 신 원장과 주민 대표자들은 협의를 보려고 노력했지만, 이사 당일까지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방죽1마을 주민들은 ▲주거용 주택을 영업·업무용으로 사용불가 ▲교통체증유발 ▲소음 등 3가지 이유를 들며 입주를 반대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은 주민 공청회를 통해 “지금도 마을 입구가 이렇게 좁아서 아침마다 혼란스럽다. 주·정차도 못하게 하고 있는데 연구소가 들어오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가 들어올 주택의 옆집 주민은 주민 공청회를 통해 “워낙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고 소리 지를게 뻔 한데 시끄러워지니까 당연히 반대하지 않겠냐”며 “하지만 이 문제는 서로 합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기관, 시설 뭐 이런 이유 때문에 입주를 반대하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 원장은 “주민들이 3가지 이유를 들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현 실무자나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이 든다”며 “굳이 이렇게까지 어르신들이 돗자리에 앉아 계실만큼 반대하기에는 이유가 없다. 개인 사유주택 사용까지 주민들의 허용을 받아야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학부모 이은주 씨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장애'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며 “주민들도 아이를 키워봤을 텐데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교통체증유발 문제도 많이 다녀야 1시간에 3대 차량만 왔다 갔다 하는데 교통체증이 될 만한 게 뭐가 있냐”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은 약 3시간까지 이어졌고 결국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이후 오후 1시 30분 경 주민 관계자 7명, 연구소 관계자 및 학부모 4명 등 총 16명은 마을 경로당 2층에서 긴급 면담을 가졌다.

면담 결과 양측은 ▲연구소 계약 만료 2년 후부터는 주거용으로 사용(공증 작성) ▲차량 주차 연구소 주택 뒤 주차장 이용 ▲최대한 피해 방지 노력 등 총 3가지 사항에 대해 구두합의 했다.

하지만 현재 이삿짐만 내렸을 뿐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아이들의 치료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을주민대표들과 구두합의를 이뤘음에도 약 100여명의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아 의견을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은주 씨는 “그나마 이삿짐은 내릴 수 있게 해줘서 다행히 짐은 풀게 됐다. 만약 합의가 되서 이사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이해를 안 해주니 주민들과의 마찰은 계속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치료를 받냐”고 토로했다.

연구소 관계자들이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 뒤에는 주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이삿짐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신경혜 소아청소년 발달연구소가 입주될 주택. ⓒ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