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경운학교 특별고사장 풍경. 수능 시험이 시작한 후 부터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문을 막아놨다. ⓒ에이블뉴스

'수능' 하면 매년 때 이른 한파에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추워 발을 동동 거렸던 것이 생각난다. 다행히 올해는 그다지 춥지 않아 수험생, 학부모의 옷차림은 가벼웠다.

수능이 어떤 이에게는 먹고 자고 공부만 했던 흔히 '지옥'같은 고3의 해방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시작, 제2의 도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수능'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그동안 준비해온 실력을 모두 쏟아내는 날이다.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0일 오전 7시 30분 서울 경운동에 위치한 서울 경운학교에서는 후배들의 응원 목소리, '꼭 붙어라' 하며 학교 정문에 엿 붙이기 등 우리가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자녀의 수능시험 성공(?)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애끓는 마음만 가득했다.

심수현 양이 그동안 풀었던 화학 문제집을 열심히 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오전 7시 35분 경운학교 2층 제88시험실. 이곳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시험장 안은 따뜻했다. 일찍 도착한 심수현(20세, 지적 2급) 양은 화학 문제집을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다른 여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기발랄했다.

심 양은 "작년처럼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차분하게 그냥 하던 대로 집중해서 시험을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심 양은 이번 수능이 2번째 도전이다. 지난해에는 '수능'이라는 압박과 긴장감 때문에 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그녀는 1년 간 대입 학원에 다니며 다시 수능을 준비해왔고 오늘이 그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날이다.

"뇌성마비 장애까지 있어서 초등학교 때 병원에서 거의 있었어요. 약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 의사와 약사를 계속 봐서 그랬던 것 같아요. '생명과학과'를 가고 싶어서 계속 1년간 준비해왔거든요."

그녀는 '약사'가 되고 싶은 마음 하나로 1년 동안 재수했기 때문에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직 시간이 안됐는데도 떨리네요. 그래도 꼭 이번 시험에서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와서 '생명과학과'에 진학하고 싶어요. 물론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입학하는 거지만 그래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수능이 제2의 도전인거죠."

현재 21명의 장애학생들이 서울 경운학교에 마련된 1인 시험실 5곳, 4인 시험실 4곳 등 총 9곳의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경운학교에서는 OMR 작성이 어려운 장애학생을 위해 매 교시가 끝나면 학생들의 답안지와 문제지를 대신 마킹 해주고, 각 층마다 2명의 감독관이 쉬는 시간 화장실 이동 지원 등을 위해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운학교 운동장에는 응급사항을 대비해 119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다.

한편 올해 수능에는 약 900여명의 장애학생들 응시, 전국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경운학교의 4명이 함께보는 시험실. ⓒ에이블뉴스

마지막까지 문제집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학생. ⓒ에이블뉴스

어머니가 장애학생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펴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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