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 10명 중 7명 이상이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급여 품목으로 포함돼 있어도 200만원이 넘는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는 것.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8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보장구 건강보험급여 현실화 방안 마련 토론회’에 참석, 지난 4월 장애인보장구건강보험급여현실화추진연대(이하 보장구연대)가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 88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에이블뉴스

■‘울며겨자 먹기’로 200만원 부담=먼저 응답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장구는 전동휠체어가 323명으로 3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동휠체어 265명(31%), 전동스쿠터 115명(13.5%) 순이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액은 전동휠체어 209만원, 전동스쿠터 167만원, 수동휠체어 48만원으로, 자부담 20%를 제외하면 각각 167만원, 133만원이 지원된다. 그럼에도 보장구 구입 시 본인부담금은 높았다.

보장구 유형별 본인부담금을 분석해보면, 전동휠체어의 경우 200만원 이상이 27.8%, 전동스쿠터 3.8%, 수동휠체어 42.7%였다.

이중 250만원 이상도 전동휠체어 16.5%, 수동휠체어 36.4%로,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높은 수준의 가격을 부담하고 있었다.

특히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빈곤계층의 본인부담금을 분석한 결과, 200만원 이상 전동휠체어는 24.9%, 수동휠체어 28.9%, 전동스쿠터 4.3%였다. 빈곤계층 마저도 상당한 본인부담을 추가로 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이 같은 결과를 반증하듯, 장애인 10명 중 7명(73.6%)이 본인부담금 정도가 높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본인부담금 외에도 내구연한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10명 중 5명 이상이 현재 자신의 보장구 내구연한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 현재 내구연한은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의 경우 6년, 수동휠체어 5년이다.

보장구별 적절한 보장구 내구연한은 전동휠체어(44.3%), 전동스쿠터(49.2%), 수동휠체어(57.1%) 등 3개 보장구 모두 3년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3년 정도가 지나면 잔고장과 마모가 심해져서 수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체형이 변형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등으로 현재 내구연한이 장애인들의 신체적 상태, 보장구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현실화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장애인보장구 제도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장애인당사자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정책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초자료를 토대로 건강보험 장애인보장구제도의 급여기준액, 내구연한 및 대상품목에 대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소요예산 추계와 실효성 있는 재정확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 같은 제언은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맞춰 제도 일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소득 수준에 따라 보장구 본인부담 비율을 의료급여수급자, 건강보험대상자로만 이원화하고 있는 방법을 세분화해야 한다”며 “장애인활동지원제도처럼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부담을 세분화시킨 것처럼 통상적인 본인부담율 20%를 20%이하 0%초과사이에서 좀 더 세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보장구연대 황백남 위원장, 분당서울대병원 신형익 교수, 보건복지부 서정현 사무관.ⓒ에이블뉴스

■“급여현실화” 다시금 촉구…복지부도 ‘인정’=이에 토론자들도 장애인 보장구 급여 현실화 주장을 통해 실태조사 결과에 힘을 더했다.

보장구연대 황백남 위원장은 "20년째 척추변형, 강직성골반척수염, 만성욕창, 저혈압 등을 동반한채 직장생활을 하며 1일 평균 13시간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209만원, 내구연한 6년인 휠체어 기능의 한계로 척추변형을 예방할 수 없다"며 “자세유지보조기, 의자각도조절기, 욕창방지시트 등이 갖춰진 800만원대의 고가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고착화된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보장구는 물가상승 및 내구성이 강화된 제품들이 평균 500만원 대로 오르고 있으나 급여 기준액은 인상되지 않음으로 인해 그 차액은 고스란히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부담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1979년 최초 전동보장구 지원을 기준액 30만엔으로 지원했으나 현재는 60만엔을 지급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자부담을 두고 있다는 것. 건강보험공단이 급여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도 “휠체어는 이동수단 뿐만 아니라 바른자세를 유지하게 하는 보조기구다. 그런데 수동휠체어의 경우는 기준금액이 48만원이다. 아마 재벌 회장님이 타고 다니는 병원용 휠체어의 기준으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장애인의 사회진출과 확대를 원한다면 말도 안되는 가격을 현실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신형익 교수는 의료적인 측면에서 휠체어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보장구’라며, 다양화된 휠체어 종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덩치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도 탈 수 있게 사이즈가 굉장히 다양하게 제품이 나와야 한다. 휠체어 높이가 맞지 않으면 힘이 더 많이 들어가서 어깨,팔꿈치 통증을 유발한다. 미국의 경우 높이별, 폭별 다 다른 휠체어가 100대가 있고 이중 고른다. 고르는 것이 없으면 맞춤으로 가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우리나라 전동휠체어의 바퀴는 다 뒤에 있다. 모델이 다양하면 수익이 떨어지고, 단가가 높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뒤로 간 것이다. 외국에서는 가운데, 앞에 바퀴가 있어서 회전할 때 반경이 좁게 되있다”며 “장애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휠체어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기준연한, 본인부담금 문제 등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개선돼야할 필요성도 있다고 동감을 표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서정현 사무관은 “건강보험 지출쪽에서 장애인보장구가 참여하는 것이 미약하다는 사실 알고 있다. 기준연한, 본인부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간담회를 통해서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기준금액을 어떻게 해야할지 절차적인 문제가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 사무관은 “당장 현실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준비기간도 필요한 부분이다. 올해 안에 보장구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며, 기준연한, 금액, 장애인보장구 전반에 대해서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며 “소득수준에 따른 본인부담금 부과부분보다는 기존 20%의 기준을 더 낮춰주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적절히 추진해보겠다”고 덧붙였다.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보장구 건강보험급여 현실화 방안마련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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