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보조공학센터 전시실. ⓒ염희영

지난 17대 국회부터 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입법화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들은 장애인의 일상생활부터 자아실현에 이르기까지 꼭 필수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위한 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필요하고 또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들의 세부 내용과 현재 추진 상황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법안에서 언급하는 보조공학기기 지원은 너무 먼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에 국가가 관장하는 보조공학센터가 있고, 각 지역마다 역시 그 지역을 관할하는 보조공학센터가 있으며, 잘 갖추어진 센터에서 전문가들에 의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법에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의문스러운 것은 그런 것들이 이상향대로 다 갖추어지고 장애인들이 정말 필요한 보조기기를 얻을 수 있을 때는 과연 언제일까?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또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보조공학 관련 법률이 통과되기 전에 해야할 것

척수손상으로 지체장애인이 된 A씨는 최근 휠체어 때문에 고민이다.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아직 1년 정도 기간이 남았는데, 전동휠체어가 고장도 잦아졌을 뿐만 아니라 욕창 방지용 방석을 열심히 깔고 있어도 압력을 분산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자세가 변환되는 휠체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적합한 제품을 골랐는데 문제는 구입비용! 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료 보급 사업들에 참여해서 선정되는 건 복권 맞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 비해서 현저히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조공학 서비스나 관련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보조공학에 대한 총체적인 단독법은 없지만, 많은 법률과 제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선은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현재 있는 체계에서 보다 효율적인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상 먼저가 아니겠는가?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 갔을 때 보조공학센터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잘 갖추어진 전시장이 아니라 철제 선반에 창고처럼 여기저기 들어있는 보조공학기기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사용하고 싶다”라고 말을 시작하면 다양한 방법들이 나왔다. 몇 개월간 대여하기, 자신에게 맞는 제품 찾기, 소득 수준에 따른 일부 자부담, 구입비용에 대한 융자, 다양한 할부 혜택까지 마치 개인용 차량을 구입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탈리아의 보조공학센터 전시실. ⓒ염희영

모든 일에는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이 있다. 지금 보조공학 지원에도 이런 계획이 필요한 것 같다. 장기 계획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모든 장애인들이 보조공학을 접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고 실행시키는 것이라면, 단기 계획은 현재 있는 다양한 제도를 변경하고 잘 알려서 장애인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보조공학 지원을 하는 것일 것이다. 불이 난 집이 다 탈 때까지 소방차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단 급한 불부터 먼저 끄기 위한 다른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작업치료사 염희영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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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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