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사옥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이대관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페어(Find Advance in Industrial Revolution)팀이 지난 8월 13일부터 10박 11일간 ‘4차 산업혁명과 장애인 복지’ 라는 주제로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에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우리의 첫 방문지는 아마존(Amazon)이었다. 아마존은 1995년 인터넷 서점 서비스로 출발해 현재는 세계 인터넷 소비 시장은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기업이다.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echo), 그에 도입된 인공지능 알렉사(Alexa) 등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있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과 함께 ‘괴물’로 불리고 있어 우리 연수의 첫 목적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무슨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설렘과 긴장감, 호기심으로 우리는 아마존에 향했다.

아마존 사옥은 ‘괴물, 최첨단, 최강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산뜻하고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곳곳에 덩치 큰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하는 사원들이 보였다. 녹색 페인트와 나무 가득한 실내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다.

긴장한 채 화장실만 오가던 때, “안녕하세요” 사방에서 들리는 꼬부랑 말 가운데 들리는 또렷한 한국말 소리.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일하고 계신 한국인 엔지니어 분을 만났다. 반가운 인사를 마치고 세미나실에서 들어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엔 각기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함께 계셨다.

아마존 사옥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 ⓒ이대관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의외였다. ‘4차 산업혁명’ 또는 그와 비슷한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냐는 얘기에 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무인 자동차, 3D 프린터 등 여러 기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말하듯 ‘극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한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해서도 아직은 ‘펀 토이(Fun toy)’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장애인 접근성에 관해서는 한국과 확연한 시각차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아마존의 서비스를 살펴보면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모두에게 불편이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근본적 원리로 두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단순히 버튼을 ‘하나 더’ 달아놓는 게 아니라 버튼을 둘 때에도 어떤 서체를 사용할 것인지, 어느 정도 크기와 대조를 가지고 어디에 달 것인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초점을 둔다고 했다.

아마존의 무인마켓 '아마존 고(Amazon go)' ⓒ이대관

사내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회사 벽에 성과를 그려 놓은 그래프가 있었어요. 그래프 선(線)을 색으로 구분했는데, 사내 직원 중에 색약인 친구가 알아보기 힘들다고 소원(訴願)을 넣었죠. 다음날 바로 바뀌었어요.”

상상 속의 일이지만,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그 친구를 위해 따로 인쇄해주거나 아래 자그마한 설명 글귀를 적어 놓는 데 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의 그러한 대처는 ‘이것을 읽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네’가 아닌 ‘이것이 모두에게 접근 가능(accessible)하기에 부족하구나’와 같은 과정에서 나온 결과일 테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것, 우리가 이후 이어지는 연수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그러나 아마존 에코가 청각장애인이 활용하기에 힘든 점, 장애인을 위한 본격적 디바이스나 서비스가 없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듣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어쩌면 그것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한’ 그들의 철학이 메우지 못하는 맹점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온도차를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주목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여러 우려와 기대가, 가장 그 중심에 있을 만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려하듯이 “4차 산업혁명은 없다”가 맞는 것일까?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이 이제야 주목하는 여러 테크놀로지들을 그들은 ‘이미’ 갖고 있는 듯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나 세계적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드론 배송, 무인 마켓 서비스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그것이 ‘성공적인가 아닌가’에 대해 논쟁하곤 하지만 그런 평가는 그저 뒤따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 그런 변화를 가져왔고, 누군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격차를 만든다는 사실이 아닐까? 물결이 고요해 보인다고 해서 거대한 해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변화는 스스로를 선언하고 오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을 조그맣게 정리하고 다음 날 연수를 준비했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페어팀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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