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8일 보험 가입 차별을 당한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을 내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개개인들의 경제·사회생활은 예측할 수 없는 사고 발생으로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사람들은 사고 이후 뒤따르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늘 불안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하고 사고 이후 뒤따를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다.

장애인에게 있어서 '보험'은 더욱 의미가 크다. 위급한 순간에 사회가 다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안전장치 그 이상이다. 그렇지만 장애인에게 보험 문턱은 매우 높다. 그래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법까지 만들어졌다.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제17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장차법 시행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장차법의 효력은 '보험' 앞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보험 회사로부터 대놓고 차별을 당하고 있다.

장애인 보험가입은 하늘의 별따기?

제주도에 사는 김모(뇌병변장애 2급) 씨는 얼마 전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하고자 우체국에 방문했으나 상담원으로부터 "심사를 하려면 검사비도 부담해야 하는데 뭐 하러 가입하려 하느냐. 심사를 받아도 장애인 가입은 솔직히 어려우니 안하는 게 나을 것"이란 이야기만 듣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김 씨는 우체국을 방문하기 전 이미 인터넷 종합 보험상담사로부터 1, 2급의 중증장애인은 실비보험 가입이 힘들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 하지만 김 씨는 장차법이 새로 만들어졌으니 보험 가입이 가능할거라 생각하고 우체국을 방문했는데, 결국 김 씨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김 씨는 "장애인을 보호해주지도 못하는 법이 어떻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 김 씨는 다른 보험회사에 의료실비 보험가입 심사를 넣어둔 채 한 달 째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보험가입 차별은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진행한 '장애인보험가입 집단 진정'의 진정 건수는 총 29건에 달했다. 진정을 살펴보니 발달장애인, 지체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장애 유형에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장추련은 "상법 제732조 내용이 정신장애인의 생명보험 진입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전 장애, 전 보험으로 확대되어 장애인보험차별을 조장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집단진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모든 보험으로부터의 부당한 거부를 차별로써 규정해 상법 제732조를 삭제하는 움직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인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장애인들로부터 장애인 보험을 가로막는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애인의 보험 가입은 무조건 거부해라"

실제 보험회사에 다니는 직원을 만나 장애인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이유를 묻자 "우린 회사 공문에 나와 있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문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 거절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발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직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침은 없다. 지침 자체가 장애인 차별에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시적으로 공유한 공문은 있다. 공문 내용에는 장애인이 보험 가입에 대해 문의했을 때 융통성 있게 거부하는 식으로 응하라고 명시돼 있다. 일단 장애인이라고 하면 보험설계사든 내근에서든 먼저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직원은 "장애인은 다치거나 사고 날 위험률이 비장애인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회사가 손해 보기 전에 장애인의 가입 자체를 못하도록 막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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