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이하 서울센터)는 개소한 이후 장애인근로자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상담하고 있다.

2021년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사례 통계를 보면 다양한 주제 중에서 직장 내에 부당처우가 20.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A씨는 청각장애인으로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5년 이상 평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자신도 장애인 당사자이기에 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바로 상사와의 관계였다. 자신이 속한 팀의 팀장(비장애인)은 다른 누구보다 A씨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말 및 행동을 했고, 이것은 청각장애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씨에게 순간 순간 아픔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듣지 못하는 것이 약점인데, 직원들을 모아 놓고, “...지시하는 내용을 좀 잘 듣고 행동해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말이라서 어찌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의 기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바람직한 용어를 염두에 둘 때, 너무 기본적인 것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에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게 되었다. 어느 날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팀장이 “~벙어리가 말하듯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날은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그 시간 이후 A씨는 이제까지 참아왔던 팀장을 향한 마음 속에 분노, 더 나아가 장애인으로서 가지는 괴로움 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팀장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괴로움이 밀려왔다. 급기야, A씨는 정신병원을 찾게 되었다. “장애인 기관에 팀장으로서 직원에게 장애인에 대해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해 A씨는 생각하였고, 자신에 대한 자책과 팀장에 대한 원망으로 그냥 직장을 그만두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상처를 받은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마음 속으로 계속 갈등하였다. 그러던 중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센터를 알게 되어 도움을 요청하였다.

A씨와 초기상담을 한 이후에 서울센터에서는 단계적으로 문제에 접근하였다. 우선 서울센터 내 전문가들이 모여 서비스 계획 회의를 실시하였다. 사회복지사, 노무사, 심리상담사, 변호사 등이 함께 의논하였고, 문모양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고용유지를 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두고,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첫째, 상처받은 A씨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센터에서 실시하는 개별심리상담을 비교적 장기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A씨는 직장에서 다른 직원과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으며, 업무에도 불만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팀장에게 장애인 비하 발언을 경험한 이후부터는 마음속에서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오고, 불면증으로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서울센터의 업무협약기관인 치유상담대학교 상담센터에 의뢰하여 장기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둘째, A씨가 속한 기관(이하 A기관)에 외부위원으로 A씨에 대한 고충처리심의위원회의에 참석하였다.

A씨는 자신의 문제가 너무 힘들어, 이미 서울센터에 상담의뢰를 하기 전에 사내에 고충처리위원회에 글을 올린 상태였다. 그런데 마침 A기관도 역시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센터에 외부위원으로 자문을 요청하게 되었다. 서울센터에서는 기관장이 외부위원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진술과정에서 팀장은 “~벙어리가 말하듯”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기억에 없다”라고 했고, 실제로 자신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A씨의 진술이 있었는데, 이러한 일련의 조사과정이 너무 힘들며, 팀장이 사과를 정상적으로 하기를 원했으나, “오해”라는 말을 반복하는 팀장의 태도는 진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A씨는 “나의 판단이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이번일 만큼은 너무 아파요”라고 말을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진술하는 내내 감정이 너무 격해지면서,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팀장과 분리조치를 원하였고, “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서울센터에서는 “A씨의 마음이 불안하고 상처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팀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A씨를 위해서 단기간의 보살핌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꾸준하게 일정 기간 동안 관심을 가져야함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장애인기관에서 직원도 아니고, 중간관리자가 장애인 비하발언을 사용한 것은 장애민감성이 너무 부족한 것이므로, 직원전체 교육을 통해 이런 부분을 재교육하기를 권해드렸다.

그 이후 A기관에서는 팀장과 내담자를 분리조치하였고, 팀장에게 징계가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셋째, 이러한 과정에서도 A씨에게 꾸준히 10회기의 개별상담이 이루어졌고, 심리상태를 점검하고, 그 이후에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만남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A씨가 심리상담을 받는 약 4개월 동안 직장에서의 문제도 하나하나 해결되어 갔다. 팀장과의 분리조치가 이루어지고, 심리상담도 함께 이루어지면서, A씨는 차츰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갔다.

A씨는 서울센터의 서비스 과정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번 상담을 통하여 얘기를 원없이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알아듣게 얘기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나에 대한 정리가 되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또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우연히 알게 된 서울센터의 도움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던 것을 멈추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게 된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 A씨는 힘들었던 시간을 모두 극복하고, 비교적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고용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취업의 양이 아니라, 그 취업을 시키는 직장의 대표와 직원들이 얼마나 장애인을 이해하고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당처우, 임금체불, 성폭력 등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정서적 문제에 대한 상담을 받고자 할 때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홈페이지(http://www.sscwd.or.kr) 나 전화(02-785-5038)로 문의하면 된다.

*이 글은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문회원 상담실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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