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COVID-19(Corona Virus Disease 2019, 약칭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행동양식을 요구받고 있다. 대면접촉은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되었고 비대면(UN-contact)으로 통칭되는 생활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은 새로운 자원과 방식을 요구한다.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의 삶과 일자리에서 드러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살펴봐야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장애인의 삶과 일자리

코로나19로 인한 상황 속에서 동원가능한 자원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가 더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예견가능하다. 들여다보면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장애인 복지관과 직업재활 훈련시설, 특수학교 등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시설 대부분이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생활 영역은 지역사회에서 가정 내로 축소되었다. 함께하는 부모도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장애인의 일자리는 어떠한가? 통계청이 5월 21일 발표한 ‘1분기 가계 동향’을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상하위 계층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위 20% 계층인 5분위의 소득(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을 하위 20%인 1분위와 비교한 5분위 배율이 5.41배로 1년 전 5.18배보다 커졌다. 무엇보다 임시·일용직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것이 원인이다. 장애인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는 어떠한가?

장애인경제활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인구(18.1%)보다 임시직에 종사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비율(20.9%)은 2.8%p 높고, 일용근로자 비율은 10.4%로 전체 인구(5.4%)보다 5.0%p 높다.

일자리 양극화도 더 심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이슈페이퍼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지난 3∼7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일자리 170만 개가 사라졌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세한 기업일수록 코로나19 사태의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전체 인구의 비율(37.2%) 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의 비율(41.5%)이 4.3%p 높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하고 치명적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의 장애인고용 정책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은 장애인과 장애인고용 사업주의 안전, 그리고 장애인 고용안정에 중점을 두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주요 이해 관계자 안전 대책 강화, 피해 지원 제도 마련, 비대면 조치 강화 등에 대하여 세부 지침을 수립하였다.

직업능력개발, 근로지원인 등 공단 사업 참여자에게는 마스크 및 손세정제 등을 별도로 지원하여 안전을 기했다. 훈련기관의 일부는 재택훈련 운영체제로 전환하였다. 민간위탁 훈련 중단에 따른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학 연기, 휴교, 휴업에 따른 미지급 수당은 일괄 지급하고 재택훈련을 하는 경우에도 훈련비 및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근로지원인 휴무 시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애인 근로자가 자가 격리한 경우 최대 14일 범위 내에서 근로지원인 근무를 인정하였다. 공단의 코로나19 대책을 살펴보면 세부 사업별로 사업지침을 수정·보완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해외의 코로나19 대응 장애인 정책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전염병이 발생하는 동안 장애인의 건강 및 건강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전염병 관련 정보 확보 및 확인을 위해 실태조사를 먼저 실시하였다.

캐나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정책에 장애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동시에 개별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였다. 장애포괄적인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2020.4.10.) 하면서 코로나19가 장애인의 의료 지원과 정보 제공, 커뮤니케이션, 정신 건강, 고용과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호주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Management and Operational Plan for COVID-19 for People with Disability)을 발표하였다. 정책의 실현을 위해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4월부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 보장 및 개개인의 의료지원,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장애인에 대한 예방, 장애인과 가족,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코로나 바이러스 교육, 장애인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여러 부서간 통합된 파트너쉽 구축, 정신건강(mental health, wellbeing of people with disability and their families)을 위한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애인에게 심각한 위기상황임을 인정하고 장애인의 노동권·차별금지 권리보장을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한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 캐나다 등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애인 정책의 방향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평등한 전염병’이 아니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여성과 소수민족에게 집중됐다. 5월 30일 기준 뉴욕시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의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은 백인보다 두 배나 높다. 코로나19는 보건의료 문제인 동시에 장애인에게 경제·정치·문화의 문제다.

장애인의 안전이 우선이기에 작업장에서의 대면작업을 줄일 수 있다.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장애인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피해가 없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장애인을 위험한 공간에서 분리하거나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다.

장애인의 삶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는 정책은 물리적으로 지역사회에 거주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장애인의 삶을 분리시킬 가능성이 높다. 생활양식 전반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기업·사회의 공감과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담보된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코로나19가 장애인의 경제활동과 일자리에 심각한 위협과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우리 사회가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새로운 행동양식이 요구되는 사회에 맞게 일의 양식도 변화해야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애를 포용할 수 있는 장애인정책의 필요성을 앞당겼다. 장애인정책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기구의 출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변민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정책연구팀장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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