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포스터.ⓒ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3월8일까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참여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근로자 8만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근로자가 20만 원, 근로자가 소속된 기업이 10만 원의 여행경비를 적립하면, 정부가 10만 원의 여행경비를 추가로 지원해 해당 근로자가 적립된 40만 원을 국내여행 경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직장 내 자유로운 휴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근무 여건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모집인원의 5배가 넘는 10만 명의 인원이 신청하는 등 큰 호응을 받은 바 있죠.

올해는 지난해 2만 명에서 4배로 증가한 8만 명의 근로자를 지원하고, 이용기간은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1개월로 늘렸습니다. 참여 기업의 제출 서류도 간소화해 신청 기업의 부담을 완화했고요.

하지만, 이 사업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로 신청대상을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 근로자로만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자산총액, 연간매출액 기준 등에 모두 해당하는 영리 목적 사업을 하는 기업, 즉 영리법인과 개인사업자여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협동조합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등 일부 기업은 예외적으로 중소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비영리 목적의 사업자인 어린이집, 관리사무소 등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사업자, 그리고 비영리법인 및 단체, 조합, 협회(종교법인,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재단법인 등)은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장애인 관련 단체가 얼마나 열악합니까? 자립생활센터는 형편없습니다. 비영리단체 및 기관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 않나요?”

장애인단체에 재직 중인 A씨는 지난해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소식을 듣고, 한국관광공사에 신청하려고 했지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이에 공사에 비영리 기관 및 단체도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제도 개선 요구를 했지만, 올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A씨는 “돈 많은 중소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오히려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원해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씨가 더욱 화가 난 것은 지난 19일 서울시가 ‘2019년 달라지는 서울 관광정책’을 발표, 월 보수 200만원 미만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총 40만원 상당의 휴가비 중 일부를 지원하는 ‘서울형 여행 바우처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사업은 상대적 소득이 적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우선 지원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오히려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개최한 ‘2016 장애계 실무책임자 간담회’ 모습.ⓒ에이블뉴스DB

또 다른 장애인단체 재직 중인 B씨 또한 “근로자 휴가비 지원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동의했습니다.

그는 “단체 차원에서 직원 복지가 형편없다. 비영리라는 이유로 목돈을 마련하는 제도인 청년내일키움공제 대상도 안 되고, 휴가비도 지원받지 못한다. 같은 근로자이고 더 열악한 환경인데 차별받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장애인단체 재직 중인 C씨도 “근로자 휴가비 지원에 비영리단체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인지하고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소기업 근로자도 중요하지만, 비영리단체 또한 더 열악하기 때문에 시급하다. 모든 근로자 대상으로 해야 되지 않겠냐”고 동의했습니다.

A, B, C 씨는 소속 단체의 노출로 인한 부담으로 익명을 요구했는데요. 비영리단체가 중소기업보다 더 열악하다며 입 모아 말했습니다. 소속 단체들의 처우를 물었을 때도 별도 휴가비 지원은 없으며, 오히려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열악한 비영리기관 또는 단체에까지 휴가비 지원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모든 근로자까지 대상을 확대하라는 민원은 종종 들어오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은 ‘복지’의 혜택이 아닌, 기업문화를 바꿔 휴가 가는 문화를 조성하고, 국내여행까지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기업부담금 등을 고려한 여러 연구 끝에 중소기업 근로자로 한정한 겁니다.”

8만 명의 대상은 현재 중소기업 근로자의 0.5% 정도에 불과해 당초 목표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대상 확대까지 열어놓기에는 부담스러운데다 ‘역차별’ 우려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당장 실현도 어렵고 검토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감함을 표했습니다.

정책 담당자에 따르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장애인단체 근로자 또한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복지 혜택으로 내놓은 ‘문화누리카드’에도, 근로자를 위한 ‘근로자 휴가비 지원사업’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위한 또 다른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인단체를 포함한 열악한 비영리단체, 기관들 근로자들은 “씁쓸”할 뿐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