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결산]-⑧최저임금

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끝자락에 서서 장애인계를 뒤돌아 볼 때 드는 생각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청와대 삼보일배 행진, 대규모 삭발투쟁 등 대정부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이 결과 청와대가 9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 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 장애등급제 폐지의 상황도 녹녹하지는 않다. 장애등급을 대신할 종합조사표에 깊은 우려가 제기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특정 장애유형의 서비스가 대폭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해서는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가족허용 등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무엇보다 주목될만한 키워드는 장애인 공익소송이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신안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에버랜드 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거부 소송에 관해 2심 재판부가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이 1980년대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밝히는 것은 물론, 문무일 검찰 총장이 피해자와 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한 것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여덟 번째는 '최저임금'이다.

‘10.9%, 8350원’

지난 7월 발표된 내년도 최저임금입니다. 올해 16.4% 인상된데 이어 또다시 10.9%가 인상된 금액으로, 언론들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경영주와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장애인복지현장에서도 이 ‘최저임금의 난’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직업재활시설까지, ‘최저임금’을 둘러싼 3자의 타격을 정리해봤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 위치한 전태일 다리에서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아무리 일해도 저임금의 늪”

먼저 올해 국정감사장에서 등장한 ‘장애인 최저임금 문제’ 심각합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8906명 중 7257명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돼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7조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속에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가 포함돼있습니다. 즉,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독소조항’입니다.

이 제도로 인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평균시급은 2835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의 37.6%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정부가 올해부터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기준을 기준근로자의 근로능력보다 30% 이상 낮은 경우로 강화했지만,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신청 7424건 중 96.9%가 승인처리 되는 실정입니다.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될 수 있을까요?

연초 고용노동부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TF를 통해 올해 말까지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개편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논의 단계에 불과합니다.

“복지부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 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총 7차례 TF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 10월부터 11월 사이에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 장애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는데요.

이제 이 결과를 두고 TF 회의에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 개편안과 근로장애인 저임금 문제에 대한 개선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를 두고 이견이 있는 만큼,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그 때까지 장애인노동자의 고통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 4월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해 쉴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피력했다.ⓒ에이블뉴스DB

■“노동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나쁜 일자리”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들도 ‘최저임금’의 난을 피할 순 없습니다. 올해 활동지원 단가는 시간당 1만 760원이며, 이중 75%는 활동지원사의 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기관 운영비 등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1만760원의 급여비용으로는 활동지원사의 인건비 및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죠.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연평균 7.3% 올라갔지만, 장애인활동지원 수가는 그 절반도 못 미치는 3.3% 인상에 불과했습니다. 이 금액으로는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고,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을 위반, 범법자가 되는 현실이죠.

내년 활동지원 수가 역시 국회에서 한 푼도 증액되지 못한 1만2960원으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내년 최저임금 8350원을 기준으로,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퇴직금 등 직접인건비와 간접인건비를 더하면 1만2500원입니다. 남은 460원으로 관리 인력의 임금과 사무실 임대료, 사업운영비, 기타 경비 등을 써야 하는 실정이죠.

매년 쥐꼬리만큼 오르는 단가는 돌봄 노동자들의 속을 애타게 합니다. 일자리 예산은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사회서비스 노동에 대한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요?

이에 노동자들은 바우처가 아닌 월급제 도입을 통해 활동지원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기관과 노동자들의 노사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23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에서 열린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최저임금 국가책임 요구 집회’ 모습.ⓒ에이블뉴스DB

■“직업재활시설 최저임금. 국가가 책임져라!”

‘최저임금’의 여파는 잠잠하던 전국 장애인직업재활시설 639개소를 거리로 나오게 했습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 따른 복지시설로, 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으로, 올해 6월말 1만8106명의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중 중증은 94.7%인 1만7152명이고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린 이들 시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용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 적용 제외 기준을 강화했지만, 막상 급여를 줘야 하는 시설들에 대한 보충급여 지원은 없습니다.

“저희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곳이지, 생산과 판매를 강요하고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시설들은 복지시설에게 최저임금을 책임지게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근로장애인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임금을 위한 재원은 장애인 의무고용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납부한 부담금으로 이뤄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의 여유자금 8000억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최저임금 문제로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급적 연내에 기본적 개선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필요한 제도와 예산 마련 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지난 10월 30일 복지부 김현준 장애인정책국장의 말입니다. 이후 복지부와 고용부는 직업재활시설의 지원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장 어떤 지원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직업재활시설은 당장 내년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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