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전장연의 85일간의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 투쟁이 중단됐다. 13일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외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진행했던 점거농성을 85일만인 13일 중단했다. 고용노동부와 두 개의 TF를 꾸려 논의하기로 하며 농성장을 철수한 것.

부모들과 중증장애인들의 외로운 싸움으로 시작했던 농성은 한 해를 넘기며 많은 장애계,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폐기물로 취급하던 중증장애인들도 일할 수 있음을 사회에 알리며 현재 장애인노동정책의 폐부를 찔렀다.

하지만 농성이 끝난 이제부터 진짜다. 내년 정부예산안, 법 개정의 큰 산을 넘겨야만 진정한 장애인 노동권이 쟁취됐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전장연이 ‘마무리’가 아닌 ‘중단’을 선언한 이유다.

지난해 11월22일 전장연이 무기한 농성 투쟁을 알렸다.ⓒ에이블뉴스DB

■소외된 노동권 꺼내들다, “우리도 일할 수 있다”=지난해 11월21일 오후3시께, 전장연은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11층에 위치한 서울지사를 돌연 점거했다.

장애계에서 그간 중요히 다루지 않았던 노동 문제를 앞세우며,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쟁취,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 등 총 3대 요구안을 발표한 것.

복지나 이동권 등 현안에 밀렸던 장애이슈를 꺼내들며 이들이 외친 구호 또한 신선했다. “우리도 일할 수 있다”였다.

전장연은 현재 노동정책이 기업 및 경증장애인 중심의 의무고용제도에 불과, 중증장애인 10명 중 7~8명은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음에 집중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장애인 경제활동지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3.3%인 반면, 장애 인구는 38.5%다. 중증장애인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거나 일자리 또한 복지차원에서만 다뤄왔다.

그나마 직업재화시설에서 일할 수 있어도 최저임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 7조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이다. 2016년 말 기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은 7935명에 달한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농성 기간 중 열린 토론회에서 이 모든 현실을 하나의 ‘웃픈’ 문장으로 정리했다. “현재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최저임금 제외 적용 대상이라 월 5만원 주면 감사하고, 10만원 주면 더블 감사해한다”

한파 속에도 전장연의 노동권 투쟁은 계속됐다.(위)지난달 공단 앞에서 진행한 결의대회(아래)지난해 12월 전태일 동상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이블뉴스

■‘지지’와 ‘한파 투쟁’, 정부를 넘다=전장연은 농성 동안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비장애인 중심에 맞추지 말라”며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81만개 일자리 중 중증장애인 몫 1만개를 요구해왔다.

이미 있는 정책에 중증장애인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중증장애인이 이미 해오고, 잘 할 수 있는 일인 동료상담, 권익옹호활동, 인권교육강사 등을 종합적인 직무로 구성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 NGO단체에서 공공일자리로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또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대로 최저임금법 제7조인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고용부 관계자들은 농성 당일을 비롯 여러 차례 농성장을 찾아 3대 요구안을 청취했으며, 공공일자리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제 현장 3곳을 방문해 정책으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그 외에도 장애계, 정치권, 시민단체계에서도 지지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며 황무지 같은 장애인노동정책 현실을 알려냈다.

43년전 전태일을 재현하듯, 전태일 동상을 찾아 “중증장애인도 전태일이다”라며 ‘최저임금법’이 적힌 종이를 불태우기도, 영하 20도 한파에서도 굴하지 않고 결의대회를 통해 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알렸다.

이에 일간지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주목하며 장애인 노동현실을 꼬집는 보도도 이어지기도 했다.

13일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두 개의 TF 구성을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2개의 TF 가동, “회의 공개 노력”=그 결과, 제도 개편을 위한 장애계와 정부의 논의 테이블이 완성됐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개편을 위한 TF, 공공 부문 일자리 1만개 도입을 위한 TF를 각각 추진하기로 약속한 것.

김경선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이 두 TF를 주재할 예정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은 3월 중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최저임금 적용제외 논의는 제도개선이 문제이기에 논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 올해 내 국회에서 법 개정을 목표로 활동하기로 했다.

TF 위원은 고용부 김환궁 과장, 장애인고용공단 박관식 고용촉진이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서울지부장,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신직수 사무국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명단은 28일쯤 고용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13일 기자회견이 끝난 후 농성장을 정리하는 장애인부모 모습.ⓒ에이블뉴스

공공일자리 1만개 TF는 5월 고용부 정부예산안 반영을 목표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 28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2주 간격으로 논의해 4월까지 합의안을 만들기로 했다.

TF 위원으로는 정부 측에 복지부 정태길 장애인자립기반과장이 포함되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직무대행,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이 참여한다.

이외 학계 및 전문가 등 3명도 들어간다. 역시 자세한 명단은 고용부가 발표할 계획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중단이라는 것은 마쳤다는 것이 아니라 과제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85일간 폐기물, 기생적 소비계층이라 불렸던 중증장애인들의 아픔과 절망을 바꾸는 투쟁을 진행했다”면서 “싸우면 싸우는 만큼 앞으로 갈 수 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TF가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TF 논의 관련해서는 “대표자들만의 것이 아닌 중증장애인 당사자, 부모들의 내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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