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점거농성 52일째를 맞아 노동권 확보 궐기대회를 개최한 전장연.ⓒ에이블뉴스DB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외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한지 벌써 70일째다. 지루한 싸움에 전장연 활동가들도 지쳐가고, 농성장을 내어준 공단도 가시방석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농성이 마무리 될까?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의 면담 여부가 관건이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21일부터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 11층에 입주해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 29일 현재 농성 70일째를 맞았다.

전장연이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위한 3대 요구안 논의를 위한 협의기구 구성과 김영주 장관의 면담이다.

협의기구를 통해 논의하자는 3대 정책 요구안으로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쟁취, 장애인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첫 번째 요구안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81만개 공공일자리 중 중증장애인의 몫으로 1만개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장연은 일자리 업종으로 주로 중증장애인이 근무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NGO의 동료상담가, 권익옹호활동가, 장애인인권교육강사 등을 제시한 상태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 조항 삭제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한지 70일째다. 지사에 붙여놓은 전장연 요구안 내용.ⓒ에이블뉴스DB

농성 기간 동안 전장연은 기자회견, 선전전, 결의대회 등 정부를 압박했으며, 실제로 성과도 있었다.

김경선 고령사회인력정책관 등 실무진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통해 첫 번째 요구사항인 민관협의체 구성을 약속 받고 본격 진행하기로 협의한 것.

정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 직무지도원 배치 등을 논의할 ‘공공일자리 협의체’,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최저임금 제외 조항 삭제를 위한 ‘최저임금 협의체’ 등 총 두 가지 협의체 구성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농성 종료일은 여전히 미지수다. 두 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인 김영주 장관의 면담 성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직접 농성장을 방문, 면담이 성사돼야 농성을 접겠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의 상징성과 더불어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을 받아야만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반면, 고용부 측은 “공공기관에 무단 점거한 현장에 장관이 방문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전장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공식 페이스북에 장애인활동가들이 농성장을 찾아 면담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화면캡쳐

이에 전장연은 최근 김 장관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김 장관이 직접 농성장을 찾아 면담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관님, 최저임금법 제 7조는 삭제돼야 합니다. 중증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제외해서는 안 됩니다. 만나주세요.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뇌병변장애인 문경희 씨도 “4년대학도 나왔고 사회복지2급 자격증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땄지만 언어장애가 있고 전동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매번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우리들의 한스럽고 절절한 이야기에 직접 오셔서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면담을 요청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도 “최저임금 제외 사업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 7000명이나 있습니다. 바쁘시지만 꼭 들려서 장애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했다.

이외에도 “최저급여 못 준다고 울상 짓는 사업자들 만날 시간은 있고 최저급여 받아서 일하면서 살고 싶다는 장애인 만나실 시간은 없습니까”, “우리 중증장애인들도 충분한 성과창출을 할 수 있는 인적자원임을 알아주세요” 등 김 장관의 면담을 바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장연 문애린 조직실장은 “요구안에 대해서는 고용부랑 이야기가 다 되었지만, 면담에서 막혀있다”며 “장애인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장관이 직접 방문해 약속해야 한다. 설 연휴때도 농성장을 지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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