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산스퀘어건물 11층에 걸어놓은 현수막이 사라졌다. 전과 후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점거농성을 진행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1층 건물 외벽에 걸어놓은 현수막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

8m 길이의 큰 현수막이 하늘로 날아갔을까? 아니면, 고용부장관이 훔쳐갔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답은 하나다.

“현수막을 빼앗긴 것은 우리의 목소리도, 표현의 자유도 빼앗긴 것과 다름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점거농성 21일째인 11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서 “현수막을 돌려달라”며 때아닌 도둑놈 찾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1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서 “현수막을 돌려달라”며 도둑놈 찾기에 목소리를 높였다.ⓒ에이블뉴스

당초 건물 밖에서 진행하려던 결의대회는 영하의 날씨로 인해 건물 로비에서 진행됐다. 20여명의 장애인과 활동가들은 A4용지에 ‘현수막 도둑잡자’, ‘당장 자수하라’ 등의 피켓을 들어올렸다. 사람들의 시선들이 집중된 이들의 결의대회, 대체 왜 ‘도둑놈’을 잡자는 걸까?

전장연은 지난 11월21일부터 ‘중증장애인 노동권 3대 정책’을 요구하며 이 건물 11층에 입주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무기한 점거 농성 중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는 중증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으로 정한다. 전장연은 이 조항 삭제와 더불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쟁취 등을 촉구하며 밤낮으로 활동가들이 교대하며 서명, 일일문화제 등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나름 평화스러웠던 농성장에 ‘도둑놈’이 등장했다. 지난 9일 새벽, 활동가들이 잠든 틈을 타서 ‘노동권 보장하라!’며 3가지 요구안이 적힌 8m 길이의 큰 현수막이 사라진 것.

‘현수막 도둑놈 자수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박현 활동가는 “21일간 농성하며 마이크 앰프도 자제하며, 공간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떼어내는 것도 어려운 큰 현수막이 없어졌다. 분명 누군가 왔을 것이고 일정부분 떼어내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현수막을 떼어낸 것은 우리의 투쟁을 방해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두선 활동가도 “현수막을 어떤 이유로 훔쳐갔는지 모르지만 노동할 권리를 무시당한 기분”이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목소리 조차 빼앗았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만 우리의 권리를 관철 시키고 빼앗긴 현수막을 되찾을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도둑놈 찾기’는 그리 쉬울 것 같진 않다. 앞서 현수막을 떼달라고 요청한 관리사무소 측에서 전장연에 “안떼갔다”고 주장하고 있어, 매일 매일 ‘현수막 도둑놈 찾기’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앞서 관리사무소에서 공단 지사를 통해 (현수막을)떼달라고 했는데 안해서 떼간 것 같다. 근데 확인해보니까 ‘안떼갔다’고 한다. 알아보기 위해 만나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더라”며 “현수막 도둑놈을 잡아내는 투쟁을 이어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수막은 그냥 현수막이 아닌, 중증장애인 노동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목소리다. 진짜 도둑놈은 노동권을 뺏어간 정부고, 똘마니 도둑놈은 현수막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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