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기술로 장애에 대한 편견 이겨낸 폴리텍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적장애인 권혁경씨, 시각장애인 임교훈씨, 청각장애인 홍준석씨다.

폴리텍 달성캠퍼스 스마트전자과 권혁경 학생. ⓒ한국폴리텍대학

■“자격증 취득해 자리잡고 부모님 찾고 싶어요”=어린 시절 지적장애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권혁경(만 27세)씨. 대구선명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지만 지적장애 3급으로 그의 독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권 씨는 성인이 된 이후 줄곧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비누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폴리텍에 대해 알게 됐다. 지난 3월, 권 씨는 기술을 통해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의지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나와 폴리텍 달성캠퍼스 스마트전자과에 입학했다.

생활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하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의 힘만으로 사회로의 첫 발을 디딘 권 씨는 “기술을 통해 평생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거란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지도교수는 “선발할 때 고민이 많았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권 씨의 열정이 뜨거워 같이해보자고 결정했다”며, “자신이 가진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강의실에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경씨는 요즘 전자회로기초 수업에 푹 빠져있다. 비장애인에게도 낯선 과목이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수준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곱씹고 교수에게도 적극적으로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권 씨는 신체적 약점을 성실함으로 극복해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주저앉고 싶지 않았다. 자리를 잡은 후 당당하게 부모님을 찾고,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소박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아광정밀의 금형분야 전문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홍준석씨. ⓒ한국폴리텍대학

■“현장 최고 전문기술자 발전이 목표”=아광정밀의 금형분야 전문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홍준석(만 24세)씨. 그의 눈은 기계의 움직임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청각장애 2급이다.

조금 어눌한 그의 말투에서만 장애가 느껴진다. 홍 씨는 `11년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서 주장을 맡아 지상파TV 다큐 ‘1승을 향하여’의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다 금형분야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직업전문학교에서 기계공작을 배웠다. 작은 기업에 취업해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고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CNC가공분야 은상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화된 기술을 배우고 싶어졌다.

틀 잡힌 교육을 위해 `15년 청주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입학했다. 지도교수의 음성도, 시끄러운 기계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그의 눈은 지도교수의 입모양에만 집중했다.

그는 졸업도 하기 전에 전문 엔지니어로 취업해 금형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들리지 않는 것은 걸림돌이 아니고, 오히려 집중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선배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그는 “현장에서 최고 전문기술자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조용한 세상에서 기계에 집중하며 내 손끝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중인 임교훈씨. ⓒ한국폴리텍대학

■노력 끝에 대기업 입사, 가정 이룬 시각장애인=임교훈씨(만 30세)는 어릴 때 한쪽 눈 시력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임 씨는 실업계고등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하며 취업을 꿈꿨다. 학과 공부와 함께 방송, 영상을 독학으로 병행해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장애보다 큰 걸림돌은 기술의 부족함이었다.

당장 경력을 쌓는 것 대신 체계적인 공부를 선택해 `10년 폴리텍 춘천캠퍼스 멀티미디어(現 미디어콘텐츠)과에 입학했다. 학과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회 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학교생활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졸업 전에 삼성전자 공채에 합격해 미디어솔루션센터에서 근무하다 최근에는 무선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검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로 입사 7년차를 맞았고 지난 해 8월에는 가정도 이뤘다.

임 씨는 “장애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가 가진 장애에 불만을 갖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을 했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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