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장애인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 구직자.ⓒ에이블뉴스

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장애인취업박람회'에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구직자들이 '직업'을 찾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박람회 시작인 오전 10시 전부터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은 이력서 작성부터 부대행사로 진행된 사진촬영, 헤어컷, 네일아트 서비스 부스를 가득 메운 것.

“지금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맛보기 삼아 와봤어요.”

서울 송파구에서 온 김현우(지체·뇌병변1급, 21세)씨는 앳된 얼굴로 함께 온 어머니와 헤어컷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현재 정립회관에서 IT자격증을 따기 위한 2년 과정을 밟고 있는 현우씨.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과정은 4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번 박람회를 통해 어떤 직업이 있는지 둘러보러 왔단다.

어렸을 때부터 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을 꺼려왔던 현우씨는 “괜찮아 현우야”라는 엄마의 토닥임에 겨우 사진 찍기를 허락했다.

“장애인들이 취업할 곳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장애인들이 취업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예전 보다 많이 늘어난 것도 알지만, 취업의 열망은 정말 크거든요. 많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서울 송파구에서 온 김현우(지체·뇌병변1급, 21세)씨는 앳된 얼굴로 함께 온 어머니와 헤어컷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에이블뉴스

컴퓨터 직종을 원하는 현우씨를 사로잡은 곳은 이날 단 한군데. 오픈핸즈(주) IT기술지원 직종이었다. 연 2500만원의 급여와 복리후생 또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젓는다.

“능력자들을 뽑을 것 같아요. 잘 됐으면 좋겠는데요. 만약 오늘 안 되더라도 앞으로 계속 취업박람회 많이 참가하고 싶어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취업박람회는 전문기술직, 사무직, 생산직을 비롯해 단순 노무직 등 구직을 원하는 250여개 우수기업이 참여했다. 직접 당사자들이 일자리를 찾고, 면접을 통해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원스톱 취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

서울시는 지난해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통해 283명의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올해는 400여명 채용이 목표다. 400명에 꼭 들길 바라는 남경모씨(뇌병변3급, 만28세)도 박람회장에 도착했다. 집에서 꼼꼼히 작성해온 경모씨의 이력서에는 ‘장애인 육상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띄었다.

“제가 13년 동안 장애인 육상 선수로 활동 했습니다.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100m, 200m, 400m 은메달을 따기도 했고요.”

경모씨가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이유는 8년 전 취득한 운전면허 자격증을 통해 운전직의 일자리를 찾고 싶어서다. 그간 장애인 육상선수를 하면서 잠깐씩 일을 해온 적이 있지만, 정규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한 적은 없었다.

이날 박람회에서도 운전직 일자리가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체장애인’을 우대하는 곳이 많다고 토로했다.

“운전직은 거의 지체장애인 위주로 선발하는 것 같아요. 저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취업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취업이 되더라도 장애인 육상선수는 계속 할 겁니다. 파이팅!”

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장애인취업박람회'에 참석한 남경모씨.ⓒ에이블뉴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특수학교·급 학생들,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또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찾아온 2~30대 사이로 이력서와 박람회 책자를 살피는 중‧장년층도 많았다. 류정식(46세, 지체3급)씨도 그중 하나였다. “장애인들이 취업하기 어렵죠. 하고 나서도 얼마 못 가고 해고도 당하고.”

그는 지난 2010년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전자PCB설계 직종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기능인이다. 하지만 기능경기대회 이후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취업을 하려고 해도 전라도, 경상도 이런 지방인데, 그런 곳에 기숙사가 없으니까요.”

통신선로 자격증도 갖고 있는 그는 한 면접을 봤는데, 두껍고 큰 케이블을 5층 빌라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몸이 왜소한 그로써는 취업할 수 없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안정된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오늘 대기업 쪽에 면접을 봤어요. 물론 좋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뽑는 인원은 한정되있고, 기업도 사람의 가치를 생각해서 뽑으니까…. 근데 저는 나이도 많고, 아무튼 잘 되면 좋겠죠.”

한편, 서울시는 거동이 불편해 행사 당일 박람회에 올 수 없는 구직장애인과 구인업체를 위해 오는 29일까지 온라인취업박람회(http://jobable.seoul.go.kr)도 진행한다.

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장애인취업박람회' 모습.ⓒ에이블뉴스

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장애인취업박람회'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직업을 찾고 있다.ⓒ에이블뉴스

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장애인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