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를 하루 앞둔 현지시간 23일 오후, 숙소에서 막판 담금질에 들어간 데이터처리 최광일 선수.ⓒ에이블뉴스

“관광은 다음에 실컷 하니까 상관없어요. 지금은 연습만이 살길이니깐요”

‘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를 하루 앞둔 현지시간 23일 오후(시차 8시간). 프랑스 아케텐주 보르도 엑스포파크 인근에 위치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단 숙소에서는 막바지 비지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데이터 처리 직종에 도전하는 최광일 선수(46세, 지체1급)의 책상에는 컴퓨터와 서류로 가득하다. “오늘 오전까지 지도위원님과 과제 연습을 했거든요” 지난 22일 투어 일정도 뒤로 한 채 꼬박 숙소에서 연습을 해왔다. 이날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휴식 없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는 국가대표잖아요. 열심히 노력, 노력밖에 답이 없어요”

1989년, 태권도 선수를 꿈꾸던 까까머리의 소년이었던 최 선수, 19살이 되던 해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됐다. 화려한 낙법을 다시는 구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죽고 싶다는 생각도 끝없이 했다. 7년간의 재활생활은 지옥과도 같았지만, 컴퓨터를 만나며 또 다른 희망을 꾸게 됐다는데.

“재활 차원에서 컴퓨터를 배웠어요. 제가 손가락을 사용하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재활하다보니까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서 많이 발전했어요.”

중증장애인인 그는 손가락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구상시간을 아끼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요령까지 배웠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막바지 훈련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최 선수의 숙소 책상에는 과제 수행을 위한 서류로 가득했다.ⓒ에이블뉴스

“소풍 나가는 기분이에요. 기분이 떨리지도 않고요.” 가장 애로점이 큰 주어진 시간 안에 완성하는 것. 완벽히 보완하기 위해 오늘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다.

최 선수는 현재 화천군장애인연합회에서 근무하며 군청에 행정도우미로 파견 중에 있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센터를 운영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동생과 함께 9인 이하의 노인들을 돌보고 싶단 것. 물론, 장애를 만나기전에는 상상도 못한 직업이다.

“장애가 꼭 불행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장애를 통해서 저는 컴퓨터도 배웠고, 사회복지사의 꿈도 가졌죠. 물론, 좋다고는 못하지만, 무거운 짐이라고 볼 수 없어요. 이번에 꼭 우승해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겁니다. 파이팅!”

한편, ‘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4일 오후8시 프랑스 아키텐주 보르도 엑스포파크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35개국, 510명 선수들이 기능강국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치룰 예정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