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근로자들이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통해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7월10일부터 한 달간 전국 30개 직업재활시설의 장애인근로자 323명을 대상으로 근로 시간, 임금, 근로계약서, 휴게시간 보장, 건강안전 및 환경, 무시나 따돌림 등 노동권 및 인권에 관한 25개 항목을 조사했다. 이는 장애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실태조사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가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참석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월평균 49만원…임금 ‘천차만별’=조사에 응답 장애인근로자 장애유형은 지적 65%로 가장 높았으며, 중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49만5220원 수준이다.

응답자별로는 10~30만원이 35.8%, 30~50만원 15.8%, 10만원 이하가 11% 이었다. 반면 100만원 이상을 받는 응답자도 15%로 임금편차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의 일일 근무시간은 8시간이 48.7%로 가장 많았으며, 7시간 21.6%,6시간 8.4%로, 평균 8시간 정도였다. 8시간 근무에 49여만원, 턱없이 적은 임금에도 장애인근로자 10명 중 4명은 월급여액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는 월급이 입금되는 통장을 대부분 장애인근로자의 보호자가 관리 운영하고 있기 때문. 보호자의 입김은 근로계약에도 이어졌다. 15.4%가 근로계약서를 받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서 자체를 모른다는 근로자도 12.2%나 된 것. 총 27.6%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서에 대해 모르거나 받지 못한 경우였다.

이에 변 교수는 “직업재활시설들이 실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배부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발달장애 근로자들이 작성하고도 기억하지 못해 응답한 경우”라며 “지적이나 자폐성 장애의 경우 고용계약을 본인과 사업주간의 계약이 아닌 부모와 사업주와의 계약에 의해 이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조사 중 ‘계속 근로 희망 여부’.ⓒ에이블뉴스

■“날 무시해요” 시설-근로자 간 갈등=“직원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야단 쳐요” 장애인근로자들은 시설 직원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었다. 11.2%의 근로자가 ‘예’라고 답한 것.

이는 장애인근로자들이 직원들의 지적이나 태도에 납득하지 못하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 호칭과 관련해서도 oo씨가 아닌 oo야! 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응답도 12.5%에 달했다.

근속기간과 관련해서는 9~10년 이상 장기근속한 장애인근로자가 17%인데 반해, ‘계속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2.5%나 됐다.

이는 월급이 적어서 33.3%, 일이 힘들어서 18.6%, 같이 일하는 사람이 괴롭히거나 직원들이 무시하고 야단쳐서 15.6% 등이었다.

또 장애인근로자 30%가 일에 대한 피로감을 느꼈으며, 근로 환경에 대해 ‘심한 냄새나 취우, 더위 등으로 일하기 힘들다’는 응답이 28.6% 이었다. 아플 때 치료나 고충을 직원들에게 얘기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10.1%나 됐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규정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이행되지 못했다. 쉬는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5.6%, 원할 때 화장실을 갈 수 없다가 7.5%, 휴가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8%인 것. 이는 타 장애인복지시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의한 결과.

장애인근로자들 중 약 20%는 일에 대한 배분 및 이에 따른 임금적 보상 등이 공평하지 않고 보상도 이뤄지지 않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직업재활시설 측에서도 시름 대는 것은 마찬가지. 이날 함께 발표된 ‘직업재활시설 운영자 및 종사자들의 인식‧실태조사’ 결과, 직업재활시설에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을 1순위로 꼽은 것.

이어 경영 부담으로 인한 사업장 폐쇄 위험, 사업주들의 중증장애인근로자 고용 기피 등이었다.

최저임금 적용의 전제조건으로 복지부 예산 확대를 통한 인력보강이 193명으로 27.9%, 직업적 최중증장애인이 근로할 수 있는 작업장 설치 26.3%, 고용부 고용장려금을 임금이나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 22.6% 등이었다.

변 교수는 “턱없이 적은 예산 지원과 임금 지급에 대한 부담까지 갖고 있는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운 상황이 장애인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해외사례를 비교해보면 임금 부담까지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고용장려금과 복지부의 재원마련을 통해 임금보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변 교수는 “최저임금적용제외제도는 지속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현재 열악한 지원을 고려해 발달장애인 외 다른 장애유형의 근로장애인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지급원칙 또는 일반고용으로 전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황정호 사무관, 한국직업재활시설협회 김영화 회장.ⓒ에이블뉴스

■“정부, 장애인 임금보전 힘써야”=실태조사 결과에 토론자들은 직업재활시설 장애인근로자들의 임금 보전을 위해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지난 국감에서 문제됐던 일부 직업재활시설이 영업이익의 개선에도 장애인 임금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장애인의 자립이 직업재활의 목표가 아닌 직업재활시설의 운영과 자립이 우선 목표가 되는 정책 때문”이라며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장애인고용책의 명확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임금 보전은 정부지원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원은 장애인고용기금 등의 활용도 있으며, 지금처럼 근로능력을 평가하되 일정기간 이후에는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적용제외로 인정돼 고용된 중증장애인에게도 일정기간 이후는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임금에 도달하는 목표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황정호 사무관도 "최저임금 적용과 관련해서 근로능력 구분을 하는 방안은 현실적인 부분인 것 같다. 현재 고용부에서도 최저임금 개편과 관련해서 근로능력을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근로자에게 고용장려금을 통해 최저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안은 검토가 필요하다. 대상을 특정화할지, 보전을 어느 정도 할지 면밀히 검토해서 타진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김영화 회장은 현 직업재활시설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의 상당한 부분이 보호관련 예산에 집중돼 있으며, 직업재활 관련 예산은 미미하다. 중앙정부가 책임성을 갖고 직업재활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며 "대부분 시설이 고용성과 복지성을 충족하며 운영하기에는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적정수준의 지원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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