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도면을 오리고 있는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 폼아트 참가자 양세량 선수.ⓒ에이블뉴스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에는 경험해보지 못 했던 특별함이 있다? 매의 눈으로 경기과정을 지켜보는 인솔자부터, 경쟁을 벗어나 경기를 치르는 것에 재미를 붙인 선수들, 적막한 경기장 속 뜬금없는 노래까지.

27일 폴리텍2대학교 남인천캠퍼스에서 열린 ‘수도권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에는 총 153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기조립, 데이터입력, 봉재, 제과제빵 등 총 6개 직종의 경기가 펼쳐졌다.

지적장애인들의 새로운 장래희망으로 급부상한 바리스타 직종은 시범직종, 요즘 대세 폼아트는 올해 첫 특화직종으로 선정됐다. 이중 궁금한 것은 ‘폼아트’였다.

폼아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드 작품으로, POP처럼 예쁜 글씨나 그림 등을 스티로폼으로 잘라내 붙이고 색칠하는 작업이다. 쉽게 말하면 학교 뒤 게시판 알림판 속 우리들의 솜씨라고 보면 된다. 이런 입체 글씨 작품들이 모두 ‘폼아트’.

올해 첫 기능경진대회 직종으로 선정된 폼아트는 총 22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특히, 권역별로 열리는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의 수도권 특화직종이기도 한데. 그만큼 참가자들의 기대는 컸다.

오전10시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대회장에 도착한 선수들. 2인1조로 진행되고 재료도 많은 만큼 인솔자들의 행동이 바쁘다. “물감 챙겼어?”, “물티슈 충분히 있으니까 많이 쓰면 돼”, “색칠 꼼꼼하게 잘 해야돼” 등 시작 전까지 하나하나 재료를 챙기는 모습으로 경기장을 꽉 메웠다.

맨 뒷자리에 자리 잡은 인천 하나비전센터 소속 박용준(28세, 자폐2급), 양세량(24세, 자폐1급)선수도 물통부터 가위까지 가져온 준비물을 채워넣느라 바쁘다. 함께 한 인솔자도 “쓰레기통은 여기 있다”, “세량이가 쓰레기를 버리면서 하니까 잘 챙겨야 한다”의 당부의 말이 끊임없었다.

박용준 선수가 “물티슈는 많으니까 충분히 사용해도 되요”라며 당부의 말을 큰 소리로 되새김질 하는 사이, 양세량 선수는 분주한 경기장을 둘러보느라 정신없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양 선수는 경기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즐거워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전 11시 경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양 선수의 즐거움은 계속 됐다. 모두들 가위를 들고 도면을 오리는 사이 “남자가~~”, “어~~” 양 선수의 노래가 시작된 것. 참가한 선수들도, 심사위원들도 빙그레 웃으며 그를 지켜볼 뿐이다.

가장 항의를 하는 것은 그의 파트너인 박용준 선수. “세량아, 조용히 하고 노랑부터 오려”, “빨리 칠하라고”, “나무부터 자르라고” 하나하나 그를 꾸짖는다. 꾸짖는 목소리 또한 경기장에 가득 찼다는 것을 용준 선수는 알까?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 폼아트 참가자, 정나영-윤태영 선수.ⓒ에이블뉴스

한 쪽에서는 경기가 시작됐지만 멍하게 앉아있는 선수들도 있었다.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던 선수는 피곤한지 머리를 만지면 몸을 비튼다. 파트너의 눈치를 한번 보고 나서야 가위를 들어 도면을 자른다.

종이 도면을 자른 뒤, 실 핀을 이용해 스티로폼에 고정. 열선컷터기를 이용해 깔끔히 잘라낸 후 물감과 반짝이를 바르고 조립하면 작업 끝.

폼아트의 경기시간은 오후1시까지 2시간이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50여분 흐르자 손을 번쩍 들어 완성작을 내보이는 선수들. 그를 보던 선수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속도가 급해진다. 급한 마음에 전등불까지 꺼버리는 실수까지, 경기장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즐겁게 경기를 즐긴 박용준-양세량 선수는 2번째로 경기를 마쳤다. 박 선수는 “두 번째로 냈으니까 은메달, 은메달” 이라며 상자를 들고 경기장을 떠났다. 그새 경기장 앞 완성작들도 하나하나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지적장애인경진대회에서 또 하나 볼 수 있는 볼거리! 바로 인솔자들의 ‘매의 눈’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유리문을 통해 과정을 지켜보는 교사들.

선생님의 레이더망에 딱 걸린 선수들은 양정고등학교 소속 정나영(17세, 지적2급), 윤태영(17세, 지적3급) 동갑내기다. 경기 전부터 활발한 정 선수와는 달리 과묵함을 과시했던 윤 선수. 별로 친하지 않다는 그들의 말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맨 앞이어서 떨렸어요”라며 조용히 경기장을 나선다.

폼아트 직종 심사장인 한국공예아카데미 이병삼 협회장은 “그간 비장애인 경기엔 참여했지만 지적장애인의 경기는 처음 접한다. 올해 처음 도입된 경기라 중하정도로 난이도를 잡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잘 하는 수준”이라며 “다음에는 난이도를 높여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주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가 주관하는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는 지난 7월21일 호남권을 시작으로 4개 권역별로 진행됐으며, 이날 수도권경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기본직종 1위 입상자의 경우, 오는 9월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부여된다.

27일 인천폴리텍2대학교에서 열린 ‘수도권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 폼아트 참가자 모습.ⓒ에이블뉴스

27일 인천폴리텍2대학교에서 열린 ‘수도권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 폼아트 완성작.ⓒ에이블뉴스

27일 인천폴리텍2대학교에서 열린 ‘수도권 지적장애인기능경진대회’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