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개소한 경산시청 내 '꿈앤카페 모우'. ⓒ에이블뉴스

경산시청 내 커피 전문점 ‘꿈앤카페 모우’ 에서 근무하는 서봉섭(25, 지적장애 3급) 씨는 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1년여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이 곳에 취업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손님들을 맞아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 서비스한다.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는 직접 제조가 가능하다. 가장 어려운 우유스팀 작업도 거뜬히 해내는 기술자다.

박종규(23, 지적장애 3급) 씨도 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레시피를 다 이해하고는 있지만 속도가 조금 느린 편. 아메리카노 정도는 충분히 혼자서도 제조한다. 다른 메뉴들도 가끔 잊어버리지만 설명해주면 곧잘 따라한다. 서비스를 할 때 손떨림 현상이 조금 있어 물컵을 잡고, 들고, 쟁반으로 옮기는 훈련을 따로 하고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성실한 종규 씨는 멀리 대구에서 경산까지 1시간 30분여 걸려 출근을 하는데도 늦은 적이 없다. 항상 10여분 이상 일찍 나와 유니폼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커피에 관심이 많아 질문도 하는 등 열의도 보이고 있다.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봉섭 씨와 함께 일하는 오전 파트 근무자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홍영준(23, 지적장애3급) 씨가 봉섭 씨와 함께 일한다. 영준 씨 역시 복지관에서 바리스타 훈련을 받았다. 글을 읽을 수 없어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정리정돈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낸다.

글을 모르는 대신 그림이나 색깔로 약속을 정해놓고 설명을 해주면 잘 알아듣는다. 기본 메뉴 제조도 가능하고, 서비스 속도도 꽤 빠른 편이다. 바쁜 시간대에는 서비스를 주로 하지만 한가할 땐 직접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카페 개소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꿈앤카페 모우' 직원과 부모들. ⓒ에이블뉴스

“우리 친구들이 말이나 행동에서 더러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해들을 해주십니다. 그리고 싸고 맛있다며 또 와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 발권기를 사용하는데, 처음에 불편해하던 손님들도 지적장애인들의 일터라는 특성을 알게 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고.

현재 시중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보통 3~4천원씩 하지만 이 곳에선 1500원. 절반 가격인 셈이다. 게다가 좋은 재료를 골라 사용하니 당연히 맛도 일품. 시중 커피전문점들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직 홍보가 덜 되어서 적게는 하루 70잔에서 많게는 120잔까지 팔기도 합니다.”

평균 판매량은 하루 80~90잔 정도. 1일 수익은 18~20여만원이다. 토·일요일을 제외하면 대략 월 매출은 400여만 원. 전액 직원들 임금과 재료비, 운영비로 사용된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사실을 알고 함께 일하기 시작했으니 반복 훈련이라든가 하는 건 특별히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루 종일 서있는 직업이고, 문을 연지 얼마 안 돼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보니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있죠.”

매니저 강혜현(32, 바리스타) 씨는 또, 직원들이 가끔 무엇엔가 집중하면 하루 종일 비슷한 질문들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일이 답해주기가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 잘 꾸려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꿈앤카페 모우' 개소식 테이프 커팅 장면. ⓒ에이블뉴스

이들이 근무 중인 경산시청 내 ‘꿈앤카페 모우’ 커피전문점은 경산시가 보건복지부와 장애인장애인개발원이 실시하는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경산시는 ‘꿈앤카페 모우’ 개소를 위해 시설 인테리어 설치비 및 장비구입 비용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5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시비 1천5백만원 등 총 65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난 8월 시청 민원실 동편에 5~8평 규모로 카페를 마련하고, 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경산시와 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10월 8일 최영조 경산시장과 허개열 시의회 의장 및 시․도의원,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장 등 내빈과 지역 장애인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꿈앤카페 모우 개소식을 가졌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이날 개소식에서 “꿈앤카페 모우 오픈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카페가 번창할 수 있도록 직원 및 시민들의 많은 이용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개소식 후에는 테이프 커팅식과 최영조 시장, 허개열 시의회 의장, 변용찬 원장, 장재섭 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 등이 일일 바리스타가 되어 시연행사를 갖기도 했다.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이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개소식은 8일날 했지만 지난 9월16일부터 시범운영을 하고 있었고,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맛이 뛰어나 민원인들과 공무원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홍보가 좀 더 되면 아마 매출도 많이 오를거라 생각합니다.”

주 고객은 경산시청 직원 및 민원인들과 시청 내 금융출장소 직원 등. 경산시청 반경 500미터 내 커피전문점이 한 군데 있으나 판매가격을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해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게다가 시청 내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주문이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마들렌 같은 빵 종류나 팥빙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메뉴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고정고객을 확보해 경제적 자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앤카페 모우’의 직원들의 포부가 야무지다.

'꿈앤카페 모우' 개소식에 참가한 내빈들 단체 사진.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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