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머리를 싸맸다. 장애인 고용율을 높이기 위해 고용부담금을 강화해도, 관련 계획을 발표해도 고용율이 저조한 기업은 항상 그 자리 ‘석상’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저조기업 명단공표에서도 여전히 30대기업은 ‘단골손님’이었다.

지난해 6월말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에 고용된 장애인은 13만9837명으로 지난 2007년말 8만9546명 대비 5만291명(56.2%) 증가했다. 고용율도 2.4%로 0.86%p 상승하는 등 장애인 고용률이 전반적인 증가 추세다.

반면, 기업규모별로 보면 우리나라처럼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경우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율이 높은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1000명 이상 기업과 30대 기업집단 계열사는 매우 저조한 아니러니한 상황이다.

30대 기업집단의 경우, 전체 고용율은 1.84%. 30대 기업집단 소속 기업 610곳 가운데 76%인 468곳이 의무고용율에 미달했다. 더욱이 18%인 113곳은 고용율이 1.3%를 밑돌았다. 현재 민간기업 대상 장애인 의무고용율 2.5%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은 결과다. 불명예도 그런 불명예가 없다.

기업집단별 장애인 고용율은 부영이 0.26%로 가장 낮았고 GS(0.82%), 현대(0.84%), 대우건설(0.99%) 등은 1%에 못 미쳤다. 대림(1.04%), 코오롱(1.05%), SK(1.08%) 등도 고용이 저조했다.

특히 명단공표 대상 계열사 113개소 중 16개소, 7.06%가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전년도 결과인 162개소 중 13개 12.5%에서 소폭 발전한 결과다. 하지만 속속들이 살펴보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부영은 0.45%인 전년(2011년 6월기준)보다 고용율이 0.2%나 떨어졌으며, 현대 계열사인 현대상선도 0.34%에서 0.32%로 감소했다.

지난 2011년 6월 기준, 엘지 12개 계열사 중 하이엠솔루텍, 비즈테크앤엑티모, LG경영개발원이, 지에스의 9개 계열사 중 지에스왓슨스, 지에스아이티엠, GS글로벌, GS그린텍 등 4개 계열사들이 장애인고용율 0%로 조사됐다.

1년이 지난 후, 여전히 LG경영개발원, 비즈테크앤엑티모, GS글로벌 등은 0%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의무고용제를 무시하는 것은 정부의 아프지 않은 ‘매’ 때문이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1인당 62만6천원으로 6.1% 인상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몇 조원의 매출을 챙기는 대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돈을 더 내겠다’는 심보인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한 취업사이트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설문조사에서는 5명 중 4명(81.1%)이 장애인 채용에 긍정적인 편이라고 응답했다.

‘능력이 되면 장애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82.6%)이라더니. 긍정적인 인식과는 달리 자사에 장애인 근로자가 있다는 응답은 32.8%인 걸 보면, 결국 ‘두 얼굴’이었던 것이다.

저조한 결과에도 정부는 매년 같은 이야기만 반복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국 지방관서를 통해 대기업을 위주로 의무이행 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수요연계형 맞춤훈련, 현장 훈련 후 고용을 결정하는 지원고용, 채용공고대행·동행면접,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운영 지원확대 등을 통해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강력한 ‘엄포성’의 발표가 아니면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율을 높이는데는 아무 소용없다는 거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관계자는 “엘지 등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몇 십조가 육박한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올려봤자 그들에겐 푼돈, 과자값 밖에 되지 않는다. 큰 기업 입장에서 부담금 의미는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에서 강력한 엄포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인수위에서 (장애인)고용안하면 처벌을 강화해라 라는 엄포성의 멘트가 있다면 정부에서도 강력한 대책이 나올텐데, 장애인 고용에 관심이 없는게 아쉽다”며 “대기업을 건드리기가 쉽지가 않다. 여론을 몰아가든지, 법인세를 높이든지 정부지원금을 줄이든지의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에도 똑같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댓글열전] 세계적 축제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을 응원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