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과목이라도 어떤 지역은 응시자가 몰려 경쟁률이 높고 다른 지역은 응시자가 없어 미달되어 결국 비장애인이 채용됩니다. 미달되는 지역을 줄이기 위해서 장애인 교원을 전국단위로 뽑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최민수(가명·30세)씨는 답답한 마음에 오늘도 각 부처의 국민신문고, 각 시도별 교육청의 민원게시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장애인들의 교원 진출을 넓히기 위한 '장애인 구분 모집'에 허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정부는 장애인 공직진출 확대 및 경제적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공무원 채용 시 일정비율을 할당해 장애인만 응시할 수 있도록 ‘장애인 구분 모집’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중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자는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할 수 있다.

교사 임용에서도 '장애인 구분 모집'이 적용된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돼 시·도교육청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16개 시·도교육청의 장애인 교원 고용률은 2009년 0.9%, 2010년 1%, 2011년 1.2%로 채용이 지지 부진한 상황으로 장애인의무고용률 3%에 한참 못 미친다.

이 같은 현실에서도 임용고시를 준비해오던 최 씨는 최근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알고 혀를 내둘렀다.

같은 과목이라도 지역에 따라 지원 인원 차이가 심해서 경쟁률이 높은 곳에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장애인이 있는 반면, 응시자가 없어 미달되는 지역은 일반(비장애인) 응시자가 채용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난해 치러진 ‘2012 공립 유치원, 초등, 특수학교 교사 임용 선정 경쟁시험’의 영어, 보건(중등), 물리 등의 과목을 통해 알 수 있다.

영어 과목의 경우 서울시는 장애인 교원 6명 선발에 9명이 시험에 응시, 1.5: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울산시와 부산시도 각각 장애 교원 2명 선발에 1명만 응시했다.

보건(중등), 물리 과목도 같은 상황이었다. 서울시 중등 임용에서 보건(중등) 과목은 1명 선발에 3명이나 지원했고, 부산시도 1명 선발에 2명의 응시자가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대구시, 울산시의 경우 장애 교원 1명 선발에 응시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경기도 물리 과목의 경우 장애인 교원 2명 선발에 3명이 응시해 1.5:1의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서울시와 경상남도는 1명 모집에 시험 응시자가 없어 모두 미달됐다.

특히 각 시도별 임용고시 시험 합격자 공고문을 살펴보면 ‘장애인 구분모집에 합격자가 당초 선발인원 보다 부족한 경우 일반에서 충원하였음’이라는 비고내용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일반(비장애인)으로 충원이 가능한 것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직업재활법)’의 예외규정에 따라 교사 신규채용 시 장애인 응시인원 또는 합격자 수가 장애인 채용 예정인원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한 인원을 장애인이 아닌 일반 응시자로 채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재활법 개정으로 오는 2015년부터 예외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미달된 인원은 결원·재공모를 통해 장애인 교사를 채용할 수 있어 일반(비장애인)으로 채용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최씨는 3년 후의 일일 뿐더러 미달된 지역에 일반(비장애인) 응시자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응시하는 인원 자체가 없는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내년에 올해 미달 된 인원까지 확대해서 선발한다고 해도 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결원이나 재공모를 통해) 선발 인원이 늘어나도 지원자는 지금처럼 매해 미달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응시 인원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 채용 모집 인원만 늘어나게 된다는 지적인 것.

최씨는 고용노동부 국민신문고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접수시켰고, 민원회신 공문을 받았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고용부로부터 받은 민원회신에는 직업재활법 개정 내용 설명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장애인의 경우 2개 이상 지역에 시험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장애인 합격 미달지역에 임용될 수 있도록 복수지망 허용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복수지망 허용이 된다고 해도 특정 지역에만 응시자들이 몰려 미달되는 지역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며 “장애인 교원 임용 정원을 전국단위로 한 번에 선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서울이 물리 과목에 3명을 선발하는데 6명이 응시했고, 경기가 3명 선발에 1명이 응시했다면 3명이 탈락하게 된다. 그렇지만 전국단위로 선발하게 되면 6명 모집에 7명이 응시한 것이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1명이 탈락하게 된다는 것.

최씨는 “전국단위로 한꺼번에 선발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골고루 채용될 수 있어 미달되는 지역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시험점수를 채점하고, 등수를 나열한 뒤 상위 등수부터 희망하는 지역으로 먼저 배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전국단위 모집의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09년 고용노동부가 한 대학에 의뢰한 ‘교원을 중심으로 교육청의 장애인고용 확대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연구용역 결과에는 응시 및 모집 등을 전국단위로 필요한 인원 수 만큼을 선발하고 성적과 선호도 등을 통해 지역에 각각 배치하면 더 많은 수의 장애인 교원 합격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언이 들어 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인원이 미달되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인지하고 있다. 장애인 구분모집 % 높이거나 복수지망 허용 등의 대책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현재 담당하는 과 내에서 많은 현안들을 다루다 보니 (장애인 교원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에서 더 (발전해) 나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양성기관에 진입해야(교대, 사대에 입학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 장애인 응시자가 미달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교대, 사대에 진입할 수 있는 교육이나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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