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목공예 직종 국가대표 선발전 부정의혹이 뒤늦게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선발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상현(청각5급) 씨는 올해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부정행위 등의 이유를 들어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진정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을 거쳐 관할인 송파경찰서로 넘겨져 조사가 이뤄졌다. 송파서는 5월 현장조사와 함께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벌여 ‘무혐의’ 처리하고, 서울동부지검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이 씨는 현재 송파서 조사결과에 불복, 부정행위 등을 목격했다는 3명의 자필진술서를 확보해 서울동부지검에 제출한 상태다.

이 씨가 주장하는 문제는 원활하지 못한 진행방식, 지도교사와 선수 간 부정행위, 미완성 작품 1위 선발 등 3가지로 집약된다.

■원활하지 못한 대회 진행방식=지난해 목공예 직종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이 씨는 대회를 포기했다.

이유는 대회에 참가한 16명의 선수 중 8명의 선수들이 둥근톱, 수압대패, 자동대패, 실톱기계 공구를 지참하지 않자 심사장이 타 선수들의 공구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면서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는 것.

이 씨는 “선수들이 자신이 준비해온 실톱기계의 톱날과 루터기계의 칼날이 부러뜨리고 재료의 두께작업에 필수적인 자동대패도 망가트려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모든 신경이 목공예를 만드는 데만 신경 써도 부족한데 선수들과 공구를 함께 빌려 쓰도록 하는 대회가 어디에 있냐”며 울분을 토했다.

공구를 불지참한 선수들에 대해 실격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주최 측이 장비들을 신속하게 준비한 후에 공정한 경기를 진행했어야 했다는 것.

지난해 목공에 직종에 출전한 장모 선수 역시 대회를 포기했다. 지참공구목록 중 자동대패와 수입대패 등을 지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 선수는 선발전 출전 전부터 조각칼로만 가능한 작업만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장 씨는 “선발전에 지참하지 못한 장비는 보통 100Kg씩 나가 장정 3~4명이 들어야 운반할 수 있는데다 고가의 제품”이라며 “이들 장비는 주최 측이 제공하는 설비목록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심사장이었던 신모 교수는 “전기사용이 필요한 공구들을 가져오지 않아 서로 빌려 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공구의 주인이 싫다고 한다면 쓸 수 없다고 동의를 구한 뒤 경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장애인들이 공구를 가져오기에는 부담이 있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공구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장애인공단은 전기 설비 등을 이유로 개인이 지참 하도록 유도했다”며 “당시 장애인공단에 참가자들이 공구를 지참하도록 직접 공문을 띄우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공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대회에서 개인목록 미지참시 불이익을 준다는 계획이다.

장애인공단 관계자는 “그 동안은 온정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처리했는데 이후에는 개인지참목록 불지참시 실격이나 감점 등을 줘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교사가 선수지도 목격=이 씨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한 임모 선수의 지도교사인 윤모씨가 경기장에 들어와 작업 지도를 했고, 관리·감독해야할 심사장과 심사위원들이 보고도 방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경기가 끝날 무렵 볼일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윤 교사가 임모 선수의 테이블 옆자리에서 ‘요런 부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등 조언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다.

이 씨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이모씨 역시 “오후 4~5시 사이로, 경기가 끝나갈 무렵 윤 교사가 임 선수에게 다가가 ‘새 조각은 정밀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없으니 보석함 작업을 마무리해라’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교사는 “당시 한 선수의 기계실톱 칼날이 망가져 교체를 위해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운영위원의 허락 하에 경기장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선수를 지도한 적은 결단코 없다”고 결백함을 주장했다.

이어 윤 교사는 “주위에 보는 눈이 많은데 어떻게 부정행위가 가능하겠느냐”며 “경기장 밖에서 가구제작 지도교사가 관람하고 있어 ‘이번과제 너무 어렵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심사장 신 교수는 “경기장에서 부정행위가 벌어졌다면 당연히 제제를 가했을 것”이라며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미완성작품 국가대표 선발전 1위…바꿔치기 의혹=문제 제기의 핵심에는 국가대표 선발전 1위의 작품이 미완성된 작품으로, 심사장이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업무처리 규칙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있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업무처리규칙 채점 제외 항목에는 경기시간 내에 완성하지 못한 작품에 대해 채점에서 제외하도록 돼있다.

선발전 1위의 작품은 보석함 5점 중 4점의 상부에 새겨져야할 사군자 문양이 빠져있다. 전국 1~4위 작품 역시 보석함 상단의 사군자 문양이 빠져있다.

이 씨는 “심사장이 업무처리 규칙을 위반하고 미완성작품들에 대해 대표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는 특혜를 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심사장 신 교수는 “과제물의 완성도가 모두 떨어지자 완성도가 제일 높은 순위로 우승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한 “선발전 과제는 제 시간에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며 “미완성을 해석하는 관점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면대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모든 것들이 미완성 작품에 해당한다는 것.

한편 이 씨는 선발전 1위 작품은 심사를 마치고 공단 본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다른 작품과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 씨는 “보석함 5점의 내부 홈파기 작업이 너무나 정교하고 조각도 작업 흔적과 베아링이 부착된 작업 흔적이 전혀 없는 전문 기능공이 외부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보인다”면서 “바꿔치기 된 작품 역시 보석함 5점이 사포처리 작품으로 대회규정인 ‘사포처리를 하지 말라’는 규정을 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는 “대회 규칙상 미완성 작품은 모두 채점에서 제외되고 실격처리 되는 게 맞다”며 “공정하게 경기가 다시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 교수는 “당시 남은 재료까지 모두 포장처리 해 공단에 넘겼다”며 “바꿔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장애인공단 관계자는 “작품이 바꿔치기 됐다는 주장은 처음이라 사포처리가 된 작품인지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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