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설치된 장애인주차장의 경우, 눈비가 오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된다. 장애인주차구역 주변으로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 ⓒ박종균

장애인주차구역 옆에 얼어있는 얼음은 장애인들이 자동차 승하차시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된다. 장애인들은 지하 주차장을 선호한다. ⓒ박종균

겨울 찬바람이 산수유 꽃 소식에 밀려나는 초봄에 충주에서 천안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한 곳은 아직 입주가 절반 밖에 되지 않은 새 아파트라서 주차공간이 풍족해서 좋다. 지상에는 장애인주차장이 잘 만들어져 있다. 주차장 바닥에 장애인주차장 표시와 주차장 정면에 장애인주차장 관리에 대한 안내도 되어 있다. 이 아파트를 선택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지하주차장에서 아파트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쓸 수가 없어 비를 맞으며 이동해야 하고 눈이 오면 휠체어바퀴가 눈에 미끄러져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건만 허용된다면 이러한 불편이 없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주차장의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경제적인 면과 시내에서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해도 역시 휠체어 타는 나의 이동권을 위해서 선택한 이 아파트도 두 가지 불편함은 있었다.

아파트 선택시 중요했던 장애인주차장

그 첫 번째가 지하주차장에 장애인주차장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곳에 문이 하나 있는데 1층처럼 자동문이 아니고 문고리를 잡고 열어야 하는데다 바닥에 문턱까지 있는 것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지하주차장에 장애인주차장이 없는 것은 장애인주차장을 지상에 많이 설치를 해 놓았기 때문인데 관리사무소와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가까이에 장애인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의 문은 자동 잠김 설비장치의 스프링을 약하게 해 놓으면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쉬운 반면 문이 잘 잠기지 않아서 방범에 문제가 있고, 문이 잘 잠길 정도의 스프링 강도는 휠체어타고 문을 열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이 부분은 자동문으로 할 경우 예산이 필요하므로 장기과제로 남기고 우선 문이 잠기는데 지장이 없는 선에서 스프링을 약하게 해 놓기로 했다.

이사한 새 아파트의 장애인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전에 살던 아파트의 장애인주차장 문제로 많이 싸우고, 많이 화나고 억울해 했던 기억들이 난다.

지상 주차장에 장애인주차구역을 여러 곳 만들었다는 이유로 지하 주차장에 장애인주차구역을 만들지 않은 것은 장애인들은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박종균

겨우 아파트 장애인주차장 만들었지만

1998년 갑자기 이사를 했다. 그 아파트는 두동밖에 되지 않는 작은 단지였다. 당연히 아파트주차장에 장애인주차장은 없었고, 지하주차장은 이용할 수 없었으며 지상에 몇 개 되지 않는 주차장은 늘 주차전쟁을 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휠체어 때문에 꼭 장애인주차장이 필요한 나는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관리소장님에게 장애인주차장의 필요성과 내 입장을 이야기 하고 장애인주차장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관리소장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입주자대표와 이야기를 해 보아야겠다고 하기에 입주자대표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입주자대표자를 만나 다시 사정을 이야기 하고 장애인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그리고 아파트운영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쳐 장애인주차장을 만들어주었다.

아파트에 장애인주차장을 만들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에 장애인주차장이 만들어졌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 외부 손님들이 장애인주차장을 지켜주지 않아 아파트 장애인주차장이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은 그 아파트만의 현실이 아니고 지금 우리나라 전국 어느 장애인주차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 점심약속이 있던 날 외출을 하기 위해 주차장에 내려갔더니, 전날 장애인주차장에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있어 일반주차장에 주차를 해 두었는데 내 차와 옆 차의 공간이 좁아 차의 문이 활짝 열리지가 않아서 주변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 차를 뒤로 이동시켜 달라고 부탁하려고 기다려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약속시간은 다 되어가고 날씨는 춥고 해서 어려워 보였지만 최대한 문을 열고 차에 타려고 시도를 하다가 결국 넘어져 손목인대 파열로 병원 입원치료와 집안에서 몇 달 동안 꼼짝도 못하는 상황을 맞이했었다.

장애인주차와 관련한 규정들을 주민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알리기 위한 장애인주차장 안내표지가 꼭 설치돼야한다. ⓒ박종균

내 권리 찾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고, 얼르기도 하고

내 권리를 내가 찾자고 생각 한 것이 그 때부터였다. 그 때 부터는 내 장애인주차장을 지키기 위해 투사가 된 기분으로 싸웠다. 우선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에게 내가 장애인주차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장애인주차장을 관리해 줄 것을 부탁드렸다. 때로는 소리 높여 싸우고, 때로는 관리소장과 소주한잔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밤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갈 때는 캔 맥주와 마른오징어를 사서 경비아저씨께 드리거나 같이 마시면서 세상이야기도 하고는 했다. 경비아저씨가 바뀔 때마다 이 작업은 반복 되었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과도 내 장애인주차장을 지키기 위해 소리 높여 싸웠고 그러다 보니 그 아파트 주민들은 나는 알지 못해도 그분들은 모두 나를 알게 되기도 했다.

혹 지나가던 동네꼬마들이 휠체어를 뚫어지게 보거나 궁금해 하더라도 내가 쑥스러워하거나 화내지 않고, 그 아이들 입장에서는 휠체어 타는 것이 궁금할 수 있겠다 싶어, 조심하지 않아 사고로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는 것이니까 너희들도 차 조심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때로는 차를 탈 때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 차 주위로 몰려들면, 차안에 있던 사탕도 주고, 가끔은 아이들하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사 먹고, 때로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동네 아이들과 배드민턴도 치고 놀기도 해서 아이들하고도 친해지고 나니, 아파트 경사로에 올라갈 때 아이들이 밀어주기도 하고 했다. 하루는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던 주민이 나를 보더니 미안하지만 짐이 무거워 잠시 주차를 했는데 짐을 다 내리고 차를 옮기겠다고 하면서, 딸이 절대로 장애인주차장에 아빠는 차 세우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 딸을 보니까 나하고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아이스크림도 같이 사 먹고 하던 초등학생 여자애였다.

관리실, 경비아저씨, 아파트 주민, 아파트 아이들과 함께 친해지고 싸우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주차장은 관리가 되었다. 경비아저씨들도 내가 좀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내가 들어 갈 때 까지 주차장을 지켜 주고 계셨고, 동네 아이들도 낮선 외부인들이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그 주차장은 장애인주차장이라고 다른 곳으로 주차하라고 서로 먼저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주차장을 지켜 주어도 지켜 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 외부인들이 많이 오는 날과 무늬만 장애인주차 표식을 하는 분들 때문에 장애인주차장이 지켜지지 않은 일들이 생기기도 했다.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주차장은 매우 중요하다. 아파트 주차장은 크게 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아파트가 오래되어 장애인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아파트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장애인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이다. 장애인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면 관리만 하면 되지만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우선 장애인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주차장 요구는 구걸이 아니다

장애인주차장 설치를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당사자와 가족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아파트장애인주차장설치 요구는 구걸이나 사정이 아니고 당연한 법적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필요하다. 장애인주차장 설치를 위해서는 우선 아파트관리소장을 만나 법적인 권리임을 이야기 하며 당당히 요구할 필요가 있고, 관리소장에게서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면, 다음으로는 아파트입주자대표에게 설명과 요구를 하고, 다음은 관할 시청과 가까운 장애인단체, 특히 IL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아파트에 장애인주차장이 설치되었거나 설치되어 있다면 이제 관리를 해야 한다. 사실 아파트장애인주차장은 설치보다 관리가 더 힘들다. 생각보다 시민 인식이 장애인주차장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거나 좋지 않다. 특히 주차난이 심한 아파트 일수록 인식은 더 좋지 않다.

아파트장애인주차장 관리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관리사무소나 주민들과 싸워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도 시키고,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향이 친해지면 내 편이 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친분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진입하는 동선도 장애인 입장에서 점검해 개선해야한다. 무거운 짐을 든 주민들에게도 여닫이문은 불편하다. ⓒ박종균

휠체어 장애인들에겐 작은 문턱을 넘은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종균

내가 사용했던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주민홍보 : 아파트 안내방송, 입주자대표, 주민들에게 장애인주차장 필요성 설명하기

2. 관리사무실과 경비아저씨들에게 장애인주차장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기

3. 권리주장하기 : 아파트 장애인주차장위반은 법률위반이므로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진 찍어 고발 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실제 고발은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4. 우호세력 만들기 : 관리소장, 경비아저씨, 자주만나는 아파트 주민, 아파트 아이들과 친해져 우호세력이 만들어지면 나 혼자 장애인주차장을 지키기보다 훨씬 쉬워진다.

5. 주차 위반된 차량에 전화하기, 장애인주차장주차위반경고장 붙이기 : 한두 번 장애인주차 장에 다른 비장애인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방치하면 주민들은 장애인주차장에 아무 차나 주차해도 되는지 알고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 시작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모두 전화를 하거나 아파트 안내방송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주차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장애인주차장주차위반경고장을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비장애인차량에 붙여 놓은 방법도 있다.

내 권리를 지키다보면 다른 장애인들도…

결국 내 권리를 내가 지키는 것이 아파트장애인주차장 설치, 관 인 것이다. 내가 내 권리 지키다 보면 또 다른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권리를 지키거나 침해당하지 않게 된다.

장애인주차장은 내 아파트만이 아니고 전국 어느 곳이라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고속도로휴게소도 대형마트도 심지어는 시청에도 장애인주차장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국민들 인식이 장애인주차장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를 해도 단속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법은 사장된 법이라고 생각한다.

장애관련 단체나 시설, 학교 등에서 장애인주차장주차가능 표식을 하고 비장애인운전을 하면서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경우, 가족이나 지인 중에 장애인이 있어 그들의 명의로 장애인주차장 주차가능 표식을 하고 비장애인이 운전을 하면서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경우, 이 두 가지의 경우가 장애인주차장이 지켜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흐리게 하는 주범이다.

장애인주차장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홍보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단속을 하거나 단속권을 장애인단체나 장애인들에게 주고, 장애인주차장 위반 시 자동차보험료 할증을 하게하고,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당사자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권리 지키기를 하지 않고는 개선되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충남 천안시에 사는 에이블뉴스 독자 박종균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한나라당 이정선 국회의원과 함께 아파트 장애인주차장 모범운영 사례를 찾는 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채택된 원고에는 10만원의 특별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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