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사용할 수가 없는 문고리. ⓒ박종태

지난 12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국립재활원 옆 부지에 재활연구소가 들어섰다. 이 연구소는 2006년 6월에 착공한 후, 총 6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 6,000㎡ 규모로 지어졌다. 이 연구소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둘러보니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를 대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수준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먼저 1~4층까지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자동문이 아닌 미닫이문으로 설치됐다. 문고리도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화장실 내부에는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자동으로 물을 내리는 세정장치가 불편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장애인들이 화장실 내부에서 응급 상황시 누르는 비상벨도 없었고, 휴지걸이도 높게 설치됐다.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는 중증장애인 김종배씨가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김 연구원과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어떻게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라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화장실 입구 벽에 설치된 손잡이에도 이곳이 화장실이라고 점자 표시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는 엘리베이터 입구 손잡이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는 넓었지만, 앞 벽면의 경우 거울이 기울여 설치되지 않았다.

재활연구소 앞 계단에는 경사로가 잘 설치됐지만, 계단이 3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설계만 잘했다면 S자형 경사로가 아니라 일자형 경사로가 나올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이렇게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 편의시설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냐며 장애인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국립재활원의 한 직원은 “장애인화장실의 세정장치는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적시하고 있는 의무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규는 최소한일 뿐인데, 중증장애인들을 늘 가까이에서 마주치는 직원의 말 한마디가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장애인화장실의 세정장치가 벽에만 설치되어 있다. ⓒ박종태

엘리베이터가 넓게 설치가 되어도 기울기로 거울을 설치해야한다. ⓒ박종태

계단이 3개 밖에 없는 S자형 경사로를 만들어 장애인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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