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참석한 시청각장애인이 촉수어통역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듣고 있다.ⓒ에이블뉴스

자연 재해나 화재 등의 증가로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시청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재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시각과 청각 기능 동시에 손실된 시청각장애인은 비상 상황 시 인지와 정보 입수가 어려워 위험함에도 장애인복지법상 법적인 규정이 없어 이들을 위한 별도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가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재해 시 피난 계획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이 주관했으며 김명희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상임이사가 책임연구를 맡고 김종인(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이사장), 윤영삼(건국대학교 연구교수), 권효순(국립재활원 연구관)이 공동연구를 맡았다.

■안전 관심 높지만, 시청각장애인 소외 ‘왜?’

최근 자연재해나 화재, 사고 등의 증가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위기대응 매뉴얼, 대피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있지만, 장애인 대상은 부족하고 그마저도 휠체어 사용자 중심이다.

시각과 청각 기능이 동시에 손실된 시청각장애인은 비상 상황의 인지와 정보 입수가 어렵고, 의사 전달과 이동에 제약이 많아 재해 시 특히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없어 정의조차 확립돼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재난안전법상 ‘안전취약계층’을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재난에 취약한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명확한 규정이 없어 구체적인 대피요령이나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고령자, 장애인 등 배려를 필요로 하는 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8명의 시청각장애인 대상 심층인터뷰 한 결과, 7명이 화재, 태풍, 지진 등의 재해로 위급상황을 경험했으며, 이들 모두 재난방송 등의 전달매체보다 가족 등의 긴급방문, 신체흔들림 등으로 인지했다. 위급 시 누구에게 알려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가족’이었으며, 주택 대피경로를 알고 있는지 여부는 대부분 대략적이거나 알지 못했다.

주거공간 내부에서 안전한 곳으로의 자력 피난도 어려웠다. 특히 전맹전농인 장애인의 피난 방식과 피난 경로의 인지가 대단히 낮았으며, 현관 외부의 공용 복도, 승강기 홀 등의 공용공간의 촉각, 시각 및 청각 정보에 의한 안내 또한 전무했다.

장애인거주 주택을 대상으로 복지기관 등에서 각종 비상호출설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한 경험도 없으며 비치 장소 또한 잊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피난 가이드라인 속 공간 계획 내용.ⓒ밀알복지재단

■피난 가이드라인 제시, “피난실태 파악부터”

이에 연구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피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피난경로의 공간 계획 ▲응급과 구조와 관련된 설비 등 안전한 공간 설계 지침과 ▲재해 대비 사전 준비물 ▲재해 시 행동요령 ▲장애 유형별(전맹약시·전농난청) 대응 방법 등으로 구성됐다.

‘공간 계획’에는 피난 경로상의 바닥의 모든 단차를 제거하고, 복도 등에 손잡이를 설치토록 했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를 대비해 유효폭 및 활동공간도 충분히 확보하며, 미끄럽지 않은 바닥 재질에 보행에 장애물이 될 만한 요소는 제거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조기기’로는 가스누출 등에 위험에 대비한 가스자동차단기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위급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비상연락수단을 비치하는 내용이다. 주택 공용공간에도 시청각장애인 등을 위해 음성기능이 있는 피난구 유도등도 계획토록 했다. 피난경로에 위치하는 각종 조작기기 등은 점자 부착 또는 레버형으로 두도록 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해서도 활동지원사 등과 충분히 평소 피난경로를 익히도록 하고,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교류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재해 발생 시에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구조자를 기다리고, 이를 지원하는 사람은 당사자의 손바닥에 문자를 적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를 종합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피난실태 파악 ▲안전취약계층의 대상 및 범위 확대 ▲시청각장애인 피난을 고려한 맞춤형 주택계획 ▲화재 등의 긴급상황 시의 피난을 고려한 계획 ▲평상시부터 이웃과의 교류를 통한 인적지원 ▲정기적이며 체계적인 피난관련 홍보와 교육 등을 제언했다. 특히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 설계, 피난 매뉴얼 등이 담긴 피난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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