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삭발투쟁결의 100일 차인 30일 오전 8시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정부와 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올해 3월 30일 시작한 삭발투쟁. 100일 동안 삭발을 했고 133명의 사람이 머리를 밀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 것이 없고, 정부는 여전히 응답조차 없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삭발투쟁결의 100일 차인 30일 오전 8시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정부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위해 삭발투쟁을 비롯해 178일차 혜화역 선전전과 35차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했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4차례 공문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탈시설 807억 원, 장애인평생교육 138억 원, 활동지원 2조 9000억 원과 장애인권리 민생 4대 법안인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평생교육법·장애인 등 특수교육법 제·개정 등이다.

30일 오전 8시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 ⓒ에이블뉴스

1일 차 삭발 결의자인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우리 장애인들에게 머리카락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신체 부위다. 그 머리카락을 모두 자른다는 비참한 마음은 아마 시민들은 잘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머리카락을 100일 동안이나, 133명의 동지가 삭발을 한 것은 머리카락보다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매일매일 용산·삼각지에서, 경복궁에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외쳤다. 혹시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대통령 집무실에 공무도 4차례나 보냈다”며 “우리의 투쟁은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할 때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응답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오전 8시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100일 차 삭발 결의자인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빈운경 활동가. ⓒ에이블뉴스

100일 차 삭발 결의자인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빈운경 활동가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90년대에는 보장구 지원이 되지 않아 어머니의 등에 업혀 등교해야 했었다. 보장구 지원이 됐던 중학교 시절에는 보장구 지원은 됐지만 버스를 탈 수 없어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혹시 배터리가 다 되지는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며 학교에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시절에는 가난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도 한다. 하지만 왜 여전히 장애인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는가. 이동, 교육, 노동 등. 이 당연한 권리들은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처절하게 요구해야 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국가는 장애인 관련 예산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항상 우선순위에서 미뤄두는 것 같다”면서 “정부와 기재부는 하루빨리 장애인권리 예산을 편성하라”고 외쳤다.

30일 오전 8시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에이블뉴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무가치한 사람들,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쓸모없는 사람들, 국가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된 사람들. 장애인들을 이렇게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회와 정부에 대항해 우리는 삭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100일이 아니다. 178일도 아니다. 우리는 21년째 외치고 있다”며,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예산과 권리들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장애인들이 주장하기 전에 정부가 당연하게 보장했어야 할 권리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시민 여러분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더 이상 절망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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