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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오체투지’ 삐뚤어진 언론·이준석

‘속보’로 앞다퉈 불편 중점, “비문명적 연속”

“뭐를 위해서 투쟁하는지 기록해달라” 당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5-04 12:58:15
지난 3일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오체투지’로 지하철을 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를 둘러싼 취재진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3일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오체투지’로 지하철을 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를 둘러싼 취재진들.ⓒ에이블뉴스
“기자님들, 제목 뽑아내느라 취재 오시느라 힘들겠지만 제발 부탁드립니다.” 수리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가 4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충무로역 방향 7-1) 앞 26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언론들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난 3일부터 휠체어에서 내려 맨몸으로 기는 ‘오체투지’를 진행한 전장연의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해 또다시 ‘비문명적 방법‘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체투지‘ 투쟁에 대해 “비문명적인 방법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페이스북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체투지‘ 투쟁에 대해 “비문명적인 방법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페이스북 캡쳐
이준석 대표가 링크한 기사의 제목은 “전장연 11일 만에 시위재개…출근길 3호선 ‘극심한 혼란’”으로, 지난 3일 3호선 ‘오체투지’로 인해 열차 시간 10분이 지연돼 시민들이 또다시 큰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대표는 이 기사를 링크하며 “지하철에 휠체어를 끼워 넣는 방식의 시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더니 이제 몸을 끼워 넣고 발차를 중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말은 대화의 의지보다는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무조건 본인들의 생각대로 요구하는 예산을 관철시켜달라는 비문명적인 방법의 연속”이라고 적었다.

수리야 활동가는 “기사에 오로지 내용이라고는 시민 볼모로 출근길 불편하게 했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면서 “정치인들은 기자님들의 기사를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 시민들과 약자를 갈라치기를 하는데 잘 갖다 쓴다. 명심해달라”고 했다. “뭐를 위해서 삭발하고, 투쟁하는지 잘 기록해달라”는 말도 남겼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또한 “일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극심한 지하철 혼잡이라는 것만 이야기해서 설명 드린다. 어제(3일)는 돌발적인 상황과 여러 가지 부분이 마찰 있어서 대략 10~15분 늦어졌다”면서 “기존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방식대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3호선에서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지하철을 타는 ‘오체투지’를 하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3호선에서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지하철을 타는 ‘오체투지’를 하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전장연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다음날인 지난 3일, 추 후보자의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답변을 ‘약속어음 한 개 발행’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5월 중 기획재정부의 예산 가이드라인 즉 실링(Ceiling) 내 장애인권리예산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출근길에 집단적으로 지하철을 타 연착시키는 방식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멈추겠다고 했다. “그동안 ‘28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사로 불편함을 겪은 시민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도 전했다.

다만,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를 멈출 수 없어 출근길에 지하철을 기어 타는 ‘오체투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경복궁역’에서 지난달 지체장애인이 지하철 단차 사고를 당한 ‘동대입구역’까지 기어 탑승해 다시 돌아오는 방식이다.

“기어서 지하철을 타다 보니 시간이 잠깐 지체될 수 있다. 길 수 있는 공간과 잠깐의 시간은 허락해달라”고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시민들에게 몇 번이고 호소했다.

동대입구역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 이를 카메라에 담는 취재진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동대입구역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 이를 카메라에 담는 취재진들.ⓒ에이블뉴스
그리고 이날 오전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속보’라며, 전장연지하철 시위 재개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언론들은 ‘출근길 혼잡’, ‘지연시간 증가’, ‘3호선 10분 지연’ 등을 제목으로 뽑아 ‘시민 불편’에 중점을 둔 자극적 보도를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의 ‘비문명적인 방법의 연속’이란 글을 인용한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전동휠체어 구입 부품 보조비용 다 철회시켜라’ 등의 네티즌 댓글도 함께였다.

하지만 3일 전장연의 ‘오체투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전장연의 의도적 행동으로 인한 ‘열차 10분 지연’이 아닌, 취재진 등 많은 사람이 몰리며 생긴 여러 돌발상황 속에서 벌어진 것 뿐이었다.

맨몸으로 지하철을 기어가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을 서로 경쟁하듯 카메라에 담아내느라 취재진들은 복잡한 지하철 내에서 시민들과 엉켜 우왕좌왕했으며, ‘기자분들 좀 들어가 주세요’라는 지하철보안관의 여러 차례 요청에도 질서가 지켜지지 않았다. 비장애인 활동가들과 지하철보안관 사이에서 “빨리 타라”는 실랑이도 있었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열차는 지연됐고, 그 비난의 화살은 바닥을 기어가는 장애인들에게만 꽂혔다.

이준석 당 대표가 열차에 몸을 끼웠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집권 여당 당 대표가 되실 분이 유튜브에 나오는 선정적인 말을 통해 갈라치기를 더 이상 하지 말아주십시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다시금 이준석 당 대표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4일 오체투지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재현 활동가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4일 오체투지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재현 활동가 모습.ⓒ에이블뉴스
4일에도 전장연은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충무로역 방향 7-1)에서 26차 투쟁 결의 삭발식을 진행한 후, 오전 8시 40분경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지하철을 탔다. 이날 삭발에는 두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유현 소장, 함께배움장애인야학 이해달 교장이 동참했다.

삭발식을 마친 후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배재현 활동가는 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바닥을 한 손 한 손 짚었다. 지하철 문이 닫힐 때까지 약 5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날도 일부 언론들은 여전히 서울교통공사 SNS를 인용해 전장연의 시위로 인한 ‘열차 운행 지연’ 이라고 적어 게재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까지 경복궁역에서의 삭발 투쟁 결의식을 마치고, 오는 6일부터는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인근인 4호선 삼각지역으로 장소를 옮긴다. 오전 8시 삭발식을 진행한 후, 혜화역까지 기어서 지하철을 타는 ‘오체투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충무로역 방향 7-1)에서 26차 투쟁 결의 삭발식을 진행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충무로역 방향 7-1)에서 26차 투쟁 결의 삭발식을 진행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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