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이 31일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거행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준석 대표님, 저와 함께 휠체어를 탑시다. 딱 일주일만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장애인이 저럴 수밖에 없는지 체험해볼 수 있는 민생탐방을 제안합니다.”

최중증장애인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이 31일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사과 및 민생탐방을 제안하며 삭발을 거행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대표를 항해 “국민 한 사람으로 상처받았다. 다시 한번 사과를 요구한다”고 울먹이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최 회장이 소속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보장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탈시설 권리보장 예산 6224억원 증액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등이 골자인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지난 2월 3일부터 26번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다. 지난 29일 인수위 측의 면담 이후, 권리예산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4월 20일까지 요구한 상태다.

2012년 노역 투쟁 중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에이블뉴스DB

전장연은 인수위의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30일부터 1명씩 삭발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지난 30일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에 이어 삭발을 거행한 최 회장은 2001년 오이도역 추락 참사 이후 이동권은 물론, 활동 지원 보장 투쟁 등에 헌신해왔다.

최 회장은 “이동해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동해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동해야 일할 수 있다.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지만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우리 사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 불평등이라는 차별이 1년 365일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특히 최 회장은 지하철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도 “투쟁을 펼치는 3호선은 제가 사는 은평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다. 지하철을 탄다고 막아서서 사과드린다. 단지 지하철을 타는 시민분들의 삶이 부러웠다”면서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나도 사람이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울먹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이 31일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거행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또한 전장연 투쟁을 두고 연일 SNS로 맹비난을 쏟아내는 이준석 대표에게 “저는 시민이 볼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차기 여당 당 대표가 된 분이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나. 억울하고 상처받았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운동이었다. 다시 한번 사과를 요구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 대표에게 “저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일주일만 함께 체험했으면 좋겠다. 딱 일주일만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장애인이 저럴 수밖에 없는지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민생탐방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과할 일 없다’면서 사과 요구를 일축한 상태다.

삭발을 마친 최 회장은 “다시는 이런 삭발하는 자리가 없었으면 좋겠다. 거리로 나와서 투쟁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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