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타기 투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DB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을 두고 연일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혐오정치’에 장애계도 전장연과 연대하며 싸우고 있다. 사과 및 사퇴까지 요구하는 성명과 함께 직접 거리로 나서 잘못된 장애인식에 대한 분노를 외친 것.

반면,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는 “장애인단체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면서 전장연을 강력히 규탄하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 또한 지장협과 협력하며 전장연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건히 해 장애인단체 간 ‘갈라치기’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홈페이지

■이준석 맹비난, 장애계 “혐오정치” 한목소리

이준석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10여차례의 글을 게시하며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투쟁을 맹비난하고 있다.

전장연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보장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탈시설 권리보장 예산 6224억원 증액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등이 골자인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으며, 지난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면담 이후, 4월 20일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대표는 전장연 투쟁을 두고 지난 25일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를 언급하며 “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공권력 행사 주문을 말하는가 하면, 28일에는 “비문명적인 불법시위에는 사과는 없다”며 장애인의 시위를 혐오행위로 치부하기도 했다.

2022년 3월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계도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저열한 혐오정치’라고 비판하며, 공식 사과는 물론 당 대표 사퇴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제 인식엔 적극 공감한다. 이 땅에 장애인이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있는’ 나라라도 되려면 장애인의 불평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 “자당(自黨)의 대통령 당선인은 약자와의 동행과 국민통합을 강조하는데 무개념과 몰상식, 무(無)대안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대표는 자질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장애시민들의 권리운동을 지지하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대학원생 모임 70명도 “장애시민이 겪는 불평등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정치인이 ‘지하철을 타는 시민’과 ‘방해하는 장애인’이라는 이분법 구도를 프레이밍하여 그의 말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고 이제는 서슴없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통합’을 외치면서도 공공연하게 적대와 혐오, 배제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무조건적으로 사퇴하라“고 피력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도 ”장애인 단체의 정당한 요구와 기본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 인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겸허하게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용서받길 바란다“고 힘을 보탰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과 장애인 권리민생 4대 법안에 대한 부분을 인수위에 촉구하는 투쟁 과정임에도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 시위를 ‘죄 없는 시민을 볼모로 한 장애인들의 협박’으로 치부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면서 “연 새로운 집권 정당의 당대표로서 합당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준석 대표의 혐오선동의 위력이 대단해 보이지만 연대의 힘은 혐오보다 강함을 느낀다. 당사자 김예지 국회의원이 보여준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최혜영 국회의원, 장혜영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 전장연 후원 인증을 하는 시민들, 전국의 장애시민들이 뜨겁게 연대하고 있다”면서 “인수위의 요구에 전장연은 지하철 선전전을 멈췄으니 이제 인수위가 답할 차례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30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준석 대표의 즉각 사과 및 사퇴를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처절한 장애인들의 역사 알겠냐” 당사 앞으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은 성명에 이어 30일 직접 거리로 나서 국민의힘 당사 앞을 찾아가 이준석 대표의 즉각 사과 및 사퇴를 압박했다.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는 "누군가는 장애 운동이 과격하다고 하지만, 과연 운동의 방식이 문제냐.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못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지금껏 한자연은 국회의원 비하 발언을 접할 때마다 국회에 모든 정당의 인권교육을 요구하고 윤리강령에 조항을 만들라고 요구했지만 어느 정당도 수용한 적 없다.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이준석 대표의 행위들이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30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준석 대표의 즉각 사과 및 사퇴를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성은 소장은 "시설에서, 집구석에서 살다가 이제 하나하나 지역사회로 나오는데 지하철 투쟁하는 것을 보고 '시민 볼모로 잡고', '비문명적 투쟁'이라고 하며 비장애인 시민과 장애계를 갈라치고 있다"면서 "이준석 대표가 시설에서 사육됐던 처절한 장애인들의 역사를 알겠냐. 페이스북으로 저질스러운 정치 하지 말고, 우선 대화의 자리에 나와서 경청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소장은 이준석 대표가 ‘지방선거 때 장애인할당제를 폐지하겠다’라고 한 발언을 두고서도 "장애인들이 사회 나와서 비장애인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놨냐. 그동안 정치 참여 기회를, 취업할 기회를 줬냐. 특정 정당을 깔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도 똑같다. 비장애인과 똑같이 교육의 기회, 노동의 기회, 활동의 기회를 주고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장애인연맹 이영석 회장도 "아스팔트 위에서 뒹굴면서 이야기할 때는 조용하더니, 형편없이 툭 내뱉은 한 사람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죽을 둥 살 둥 외쳐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데, 장애인의 날에 이준석을 홍보대사로 세우면 어떨까"라면서 "혐오가 어떤 것인지, 사과가 어떤 것인지 투쟁으로 끝까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개최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기자회견 모습. 전장연 투쟁을 “불법 및 강경투쟁”이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대표 또한 기자회견 링크를 공유하며, 지장협과의 ‘협력’을 이야기했다.ⓒ에이블뉴스DB, 이준석대표 페이스북

■지장협과 협력 밝힌 이준석, “사과할 일 없다”

반면, 스스로 ‘전국 최대 장애인 당사자 단체’라고 자부한 지장협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단체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면서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을 강력 규탄했다.

지장협은 “전장연의 장기간 국민을 볼모로 한 각종 불법시위가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들이 전체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결코 아님에도 불법 및 강경투쟁으로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전체 장애인단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했다.

이어 “전장연의 과격일로의 시위방법 때문에 우리 이동권 보장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과정의 정당성 훼손으로 목표의 합리성도 약화되고 있다”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시위는 멈추어 달라. 정당성 있는 과정을 통해 우리 호소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 또한 지장협의 기자회견 영상을 링크해 ‘지장협과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응답했다.

이준석 대표는 30일 오전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전장연에 사과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이준석대표페이스북

사과를 요구하는 전장연과 장애계 비판에도 이 대표는 30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면서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라”라고 선을 그었다.

또 같은 날 오후에도 “사과할 일 없고 2호선은 타지 말라”면서 “전장연이라는 단체의 논리구조는 ‘이준석이가 사과를 안해? 그러면 2호선을 타서 몇만명을 괴롭히겠어, 그리고 니탓 할거야. 사과 안할래?’ 라는 것”이라고 풀이하며 사과 요구를 또다시 일축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준석 대표의 공개 사과가 없을 시, 국민의힘과 당 대표를 향한 투쟁을 별도로 선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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