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표 한 장 가격은 얼마일까?” 필자도 잘 모른다. 손편지를 안 써본 지 오래라 알 수가 없다. 문자, 카톡, 이메일 등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우표 한 장 값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편물은 온다. 대부분이 고지서나 팸플릿 등인데 예전처럼 우표를 붙인 우편물은 별로 없다. 요금별납이나 요금후불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필자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우체국에 간다. 후원 편지를 부치기 위해서다, 한 달 동안의 사업과 재정을 간략하게 보고하고 후원해 주신 회원들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보내기 위해서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무슨 편지냐고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편지를 쓰고 부치고 있다. 물론 손편지는 아니고 PC로 작성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우편물을 보낸다면서도 우푯값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타박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한 달에 한 번 우체국에 가서 후원 편지를 부치지만, 별납으로 일괄해서 카드로 계산하므로 우표 한 장 값이 얼마인지는 계산해보지 않아서 잘 몰랐다.

사무실 규격봉투. ⓒ이복남

그래서 알아보니 우푯값은 지난해 8월까지 350원이었는데 2021년 9월 1일부터 50원이 인상되어 400원이었다. 그러니까 현재 우푯값은 400원이다. 편지는 규격 봉투에 5g까지 400원이다. 예전처럼 내 마음대로의 봉투가 들쑥날쑥하다면 우푯값은 더 비싸다. 필자의 사무실 봉투는 가로 220mm x 세로 100mm인데 무게는 5g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게 규격 봉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원 편지를 한꺼번에 보내려면 주소를 쓰고 우편번호를 써야 한다. 우편번호는 주민등록번호처럼 그 지역을 번호로 구분하는데, 우편번호가 그동안 몇 번이나 바뀌었다. 물론 더 좋은 체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겠지만.

후원 편지 부치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하느냐 하면 ‘비영리민간단체’는 우편요금이 25% 감액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단체나 시설도 ‘비영리민간단체’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이라도 개인은 400원짜리 우표를 붙여야 하지만, 시각장애인용 점자 우편물은 무료다.

우리 후원회원 중에 시각장애인도 몇 사람이 있지만 우리 사무실에는 점자출력기가 없고 매월 점자도서관이나 시각장애인 단체를 찾아가서 점자 출력을 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기에 시각장애인 후원회원들에게는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지만 누군가가 대독해 준다는 것을 믿고 그냥 묵자로 보낸다.

감액우편물. ⓒ우정사업본부

‘비영리민간단체’로 우편요금을 25% 감액받기 위해서는 규격 봉투에 주소와 우편번호를 쓰고, 우편번호별로 분류해 가야 감액을 받을 수가 있다.

옛날 옛적에는 이런저런 소식을 전부 인편으로 전했을 텐데 요즘은 편지를 쓰고 우표 한 장만 부치면 대한민국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우편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물론 요금에 따라서 세계 어디라도 갈 수 있지만.

우편제도는 184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제국 시절인 1884년 홍영식에 의해 우정총국이 설치되어 우편 업무를 시작하였으나 20일 만에 갑신정변으로 업무가 중단되었다가 10년이 지난 1895년에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10년 일제강점기 시절 우편 조직이 확대 개편되어 운영되었다. 1945년 해방을 맞아 우편 업무는 다시 우리 손으로 넘어왔으나 6.25 전쟁으로 통신시설이 파괴되었다가 1951년 광화문 우체국에서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1984년 우정 100년을 기념하여 세계 우표 전시회를 개최하고, IT 강국에 걸맞게 전자우편 도입 등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정보통신시대를 맞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우체국 역사. ⓒ우정사업본부

그런데 예전에는 우편요금 25%를 감액받기 위해서 규격 봉투에 주소와 우편번호를 기입하고 우편번호별로 분류만 하면 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첨가되었다. 우편요금 25%를 감액받기 위해서는 우편물에 집배코드를 기입하고 집배코드별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편번호는 우편물을 자동화 처리하기 위해 지역과 주소에 따라 기본코드들 정하면서 1970년 7월 1일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체국별로 5자리로 된 우편번호를 정했지만 1988년도에 행정구역별로 6자리 우편번호가 등장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손편지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각종 팸플릿이나 고지서 등으로 우편물이 늘어나면서 배달하는 구역 집배원별로 우편번호가 개정되었다고 하는데 현재의 우편번호는 5자리의 숫자를 사용한다.

가끔 외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주소체계가 다른 것 같다. ‘8번가의 기적’ 등의 영화 제목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주소체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는 지번 주소이고, 외국은 도로명주소였다.

도로명주소 찾기. ⓒ행정안전부

도로명주소(道路名住所)란 집배원별 담당구역과 일치하도록 번지와 리 단위까지 세분화하고 우편물 기계 처리율을 높여 보다 빨리 우편물을 구분해 배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로명주소는 1995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고 2009년 개정된 후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되었다고 한다. 도로명주소는 행정안전부에서 관장하는데 2014년 1월 1일부터는 토지대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 도로명주소만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우편물을 잘 안 보내는 사람은 자기 집의 도로명주소를 잘 모르기도 한다. 후원 회원 중 한 명이 이사하여서 주소가 바뀌었는데 도로명주소는 모른다며 지번만 말해준 적이 있다. 이럴 때면 필자는 행정안전부 도로명주소 찾기에 들어가서 지번을 입력하여 도로명주소와 우편번호를 검색한다.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면서 우편물의 구분이나 운송 배달에 필요한 정보를 문자나 숫자로 단순화하여 표기한 집배코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고 하는데 2019년부터는 우편요금 감액을 받기 위해서는 집배코드별로 우편물을 분류해야 한다.

그런데 집배코드는 도로명주소 찾기처럼 지번 주소를 넣어서 도로명주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액셀로 우편물 주소를 정리해서 인터넷우체국 집배코드 부여서비스를 찾아서 엑셀 파일을 업로드하여 집배코드를 부여받아야 한다.

집배코드 부여서비스. ⓒ인터넷우체국

필자가 매번 집배코드를 부여받아 주소 출력하는 것을 번거로워하자 한 전문가(?)가 집배코드가 포함된 주소용 라벨을 만들어주었다. 지역마다 주소가 다른 것처럼 주소의 길이도 다 다르므로 매번 한글파일에서 주소용 파일을 수정하는 것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러나 주소용 라벨을 고정으로 만드니까 이제는 그 주소용 라벨로 출력만 하면 된다.

주소가 바뀔 때마다 집배코드 부여서비스에 들어가서 집배코드를 부여받아서 주소용 라벨에 붙여넣기 등을 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성가시고 상그럽다. 집배코드도 도로명주소 찾기처럼 집배코드 찾기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884년 우리나라에 우편제도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편지를 배달했기에 우체국이 처음 생겼을 때는 이들을 `벙거지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의 ‘벙거지꾼’은 한복에다 벙거지를 쓰고 말을 타기도 했고, 때로는 걸어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이 마을 저 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했다고 한다. 그 후 우편제도가 정착되면서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은 ‘우체부’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체부’라는 호칭이 잡부를 연상시키는 비하 용어라 해서 1980년대부터 ‘집배원’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현재는 집배원으로 정착이 되었다.

집배원은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수집·구분·배달하는 직업으로 우정사업본부 지방우정청에 소속된 지역 우체국에서 근무하며, 공무원인 우정직 집배원과 무기계약직인 상시 계약 집배원으로 구분됩니다.”(우정사업본부에서 발췌)

집배원은 우편물을 분류하고 배달하는 고단한 직업이라 애환이 많다고 하고 ‘집배원의 과로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집배원의 애환이라고 하면 얼마 전에 방영한 tvN ‘나빌레라’의 심덕출(박인환 분)이 생각난다. 심덕출은 어릴 때부터 춤을 추고 싶어서 발레리노를 꿈꾸었으나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택한 직업이 집배원이었다.

나빌레라. ⓒtvN

집배원으로서 세 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는 게 전부라고 알고 살았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성실하게 살았다. 오래된 꿈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정년 후 어느 날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가 우연히 이채록(송강)을 보았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은 춤을 추며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심덕출은 어린 날의 꿈처럼 날고 싶었다.

23살 발레 선생님과 70살 제자의 아름다운 비상이었다. 심덕출과 이채록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행복해했다.

집배코드가 집배원들의 애환이나 수고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도로명주소 찾기처럼 좀 더 쉽고 간단하게 집배코드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글을 다 써 놓고 이번 달 후편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엘 갔다. 창구 직원에게 집배코드도 도로명주소처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그런 방법은 잘 모르겠다며, 우체국에 물어보고 건의를 하든지 하라고 했다.

우체국에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집배코드 부여서비스 방법을 얘기했다. 그게 아니고 도로명주소 찾기처럼 집배코드도 하나씩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세상에나! 인터넷 우체국 아래쪽에 우편번호 찾기가 있고 우편번호를 찾아보니, 그 옆에 집배코드 찾기가 있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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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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