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라자’ 급여를 신청했으나 대상자 적격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보험적용이 불승인된 척수성근위축증 당사자 노금호 씨.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치료제가 있다고 하는데 치료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제발 대통령 후보들과 유력 정당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대구장차연) 등 6개 단체는 12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를 위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대구장차연은 지난해 7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인 바이오젠의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 nusinersen)’ 급여를 신청했으나 대상자 적격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보험적용이 불승인된 노금호 씨의 사례를 확인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 단백질 결핍으로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희귀 질환으로, 이전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으나 2016년 최초 치료제인 스핀라자가 개발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험 급여적용 기준에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만 3세 이전에 진단 기록이 없는 환자들은 제외하고 있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나 성인기에 발병한 환자, 3세 이전에 발병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단체는 12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SMA)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를 위한 대선후보 면담요청’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많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20대 때 건강했던 몸은 40대를 바라보는 현재 많이 약해졌고, 자유로웠던 오른손마저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입니다.”

“작년에 병원에 갔을 때 치료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황당함과 기쁨 등 만감이 교차했지만, 기쁨은 정말 찰나였습니다. 평생 연 3회 투여해야 하는 치료제의 값은 회당 약 1억. 현실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현실에 절망감이 엄습했습니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습니다.”(척수성근위축증 당사자 노금호 씨)

이에 이들 단체는 ▲스핀라자 보험적용 현행 제한 기준 폐지 및 급여적용 확대 ▲스핀라자 외 SMA 치료제의 개발 및 등재에 따른 보편적 적용 방안 마련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제에 대한 자부담을 경감하는 대책 마련▲전 연령대에 걸친 SMA환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계획 수립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국민의힘 소통센터에 전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단체는 국민의힘 소통센터에 스핀라자 보험적용 현행 제한 기준 폐지 및 급여적용 확대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치료제가 있는데,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스핀라자 보험적용 현행 제한은 몸이 아픈 사람들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선 후보자분들 면담합시다. 해결해 주십시오.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고통받지 못하는 분들을 살리고 싶다”면서 “반드시 만나서 대선 공약으로 약속받고 의료보험적용 확대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노금호 동지는 2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당시의 그는 젊고 누구보다 혈기왕성했으며 투쟁현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투쟁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여 너무나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의 병은 진행성으로 점점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기뻤겠는가. 또 그 치료제가 회당 1억이라는 현실에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를 살리고 싶다. 그와 함께 살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현행 보험급여 적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