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윤화 조교수가 26일 ‘척수장애인 욕구실태조사 학술대회’에서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중도·중증·중복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가족의 오랜 간병에 의한 갈등과 활동지원 시간 부족, 취업 어려움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사회에 요구하는 정책으로는 단연 1순위가 장애인연금 등 ‘소득보장’을 꼽았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3차 척수플러스 포럼’ 일환으로 ‘척수장애인 욕구실태조사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인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윤화 조교수가 전국 척수장애인 600명을 대상으로 한 ‘2021 척수장애인 실태 및 욕구조사’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척수장애는 손상 정도에 따른 신체적 기능 장애와 그에 따른 경제·심리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지만, 유형 분리가 되지 않아 정부의 공식적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다. 이에 척수협회는 2007년부터 3년 주기로 자체적 욕구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척수장애인 평균 입원 기간은 2.4년이며, 2년 이상 입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응답을 제외하고는 ’손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해서‘가 많았다ⓒ한국척수장애인협회

■평균 입원 기간 2.4년, ‘신체적 어려움’ 끙끙

이번 조사에는 남성 413명, 여성 187명 총 600명의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벌였으며, 평균 연령대는 50세 정도다. 이들 중 14.7%는 이혼한 사태며, 이혼 시기는 대부분 척수 손상 후였다. 척수 손상 원인은 외상에 의한 손상이 86.8%(521명)로 대부분이었으며, ‘자동차사고’ 39%, ‘추락’ 18%, ‘낙상’ 11.2% 등의 순이다.

질병에 의해 척수 손상을 입었다고 답한 12.8%(77명)는 ‘척수염’이 3.5%, ‘척수종양’ 2.7%, ‘척수혈관질환’ 2.5%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척수 손상 부위는 ‘경수; 41.8%, ’흉수‘ 8.7%였으며, 장애 정도는 97.3%가 중증이었다.

재활과정에 대한 설문을 살펴보면, 총 입원 기간은 평균 2.4년이었으며, 2년 이상 입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응답을 제외하고는 ’손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해서‘가 많았다. 마지막 퇴원 결정은 ’의료진의 의학적 충고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척수 손상 후 재활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신체적 어려움‘이 가장 컸고, 그중에서 가장 힘든 점은 1순위가 ’마비로 인한 장애‘ 였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재활서비스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가장 많이 답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냐는 질문에는 82.5%가 ’한다‘고 답했으며, 건강검진은 60%가 받고 이었다. 병원 이용 개선으로는 ’의료진의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이 29.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비용부담‘, ’병원 접근성‘ 문제가 뒤를 이었다.

또 이들 대부분인 93.8%가 합병증을 경험했고, ’요로감염‘ 23.7%, ’욕창‘ 21.2% 순이다. 성생활 관련으로는 40.8%가 성파트너가 있으며, 성생활을 위해 필요한 점으로 ’전문가 상담‘ 37.2%, ‘약물 및 수술적 요법의 개발’ 18.8% 등을 꼽았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3차 척수플러스 포럼’ 일환으로 ‘척수장애인 욕구실태조사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보조기기 지원 인상 ‘1순위’…취업 고충도

보조기기기 관련 분야를 보면, 사용 중인 이동 보조기기는 수동휠체어가 74.5%, 전동휠체어 20.7% 였으며, 평균 5년간 하루 9시간 정도 사용 중이었다. 필요로 하는 보조기기로는 14.3%가 욕창 방지용 방석을 꼽았다. 1순위 개선사항으로는 ‘지원금 인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자가운전을 하는 척수장애인은 56.2%였으며, 72.7%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자가운전 시 불편한 점으로는 ‘장애인전용주차장에 비장애인 차량 불법주차’가 46.7%, ‘장애인 차량 배기량 제한 문제’ 35.6%였다.

직업 활동 영역을 살펴본 결과, 척수 손상 전에는 임금근로자가 가장 많았으나, 손상 후에는 무직자와 퇴직자가 42%를 차지했다. 52.3%가 퇴원 후 취업한 적이 전혀 없었으며, 취업까지 소요된 시간도 평균 8.3년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안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가 33.3%, ‘기초생활수급권자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국가 제도 때문에’ 6.7% 순으로 답했다. 실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2명인 33.7%에 달했다.

정부와 사회에 요구하는 사항으로는 1순위가 ‘장애인 소득보장’ 이었다.ⓒ한국척수장애인협회

■가족에 의한 오랜 간병, 2000만원 이상 수입 ‘뚝’

가족 및 활동지원 서비스 영역을 보면, 가족, 특히 어머니나 배우자가 가장 오랜 시간 간병을 해왔으며, 평균 5.6년간 하루 17.3시간 정도 도움을 받고 있었다.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가족원의 수입 감소는 2000만원 이상에 이른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오랜 간병 때문에 가족의 건강도 69.8%가 손상됐다 했으며, 손상 부위는 ‘근골격계’, ‘정신적 손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척수장애인 10명 중 7명 이상인 73.5%가 가족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일상생활 도움으로 인한 에너지 소진과 그에 따른 구성원의 스트레스’가 32.7%, ‘경제적 원인’ 22.5%를 차지했다.

필요한 가족 지원으로는 ‘심신 안정 지원’ 26.3%, ‘척수 손상에 대한 교육’ 22.4%를 꼽았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40.7%가 지원 시간 확대를 꼽았으며, 정부와 사회에 요구하는 사항으로는 1순위가 ‘장애인 소득보장’ 이었다.

한편, 이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이사는 “해당 통계가 얼마나 신뢰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정부 차원에서 척수통계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고, 제도를 통해서 예산이 나오는데 주먹구구식이라 안타깝다”면서 “국립재활원이 됐든 척수학회가 됐든 신뢰성 있는 곳에서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정부의 공식 통계의 부재함을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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