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0일 오후 2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 이후 장애인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2년, 장애인 당사자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보조기기 지원을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성토가 쏟아졌다.

현행법상 보조기기 지원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보조기기 지원 대상자가 되더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 용품이 장애 유형에 따라 제한돼 있다는 것.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0일 오후 2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 이후 장애인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10일 오후 2시 개최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 이후 장애인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 ⓒ유튜브 캡쳐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2년, 달라지지 않은 보조기기 지원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은 발제를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다.

최 사무처장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보조기기에 대한 지원과 정책도 변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한국의 보조기기 지원에 대한 현실은 물리적 환경을 포함한 보조기기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여전히 껴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장애인보조기기 상용성과 접근성은 열악하며 장애인보조기기 개별지원 실태 파악은 힘든 상황”이라며 “국외에서는 보조기기를 장애등록과 함께 사회참여와 포괄적 영역과 지원시스템 확장에서 정의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장애등록 전후 현실에서 상태를 보전하고 기능을 보완하는 측면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에서 지급되는 보조기기 관련 공적급여의 수행기관 및 전달체계는 5개 부처 9개 사업으로 개별화돼 부처 분산에 따른 개별지원의 통합 정책이 부재하며 2005년부터 시행된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지원금액 209만 원은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않은 채 그대로라는 것.

이에 최명신 사무처장은 현재 지원체계에서 보조기기 지원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기기 지원을 위한 공적 기금 또는 예산확보, 부처별 장애인 보조기기지원 전달체계 확립과 원스톱 지원 방안 마련, 장애등급제 폐지와 단계적 개편에 따른 보조기기 종합정책계획 수립 등을 제시했다.

10일 오후 2시 개최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 이후 장애인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나사렛대학교 공진용 교수. ⓒ유튜브 캡쳐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필요에 맞는 보조기기 지원 이뤄져야”

나사렛대학교 공진용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에서 가장 중요한 취지는 종합판정 도구를 통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보조기기 또한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장애 유형만 고려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정책적으로 서비스 최소 적격기준을 만들고 있다. 등급제 폐지 이전에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적격기준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하지만 최근 3년간 공적급여 지원 지급액과 지급건수가 늘었음에도 증가한 부분은 만 65세 이후 노인과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용구지급 사업이기에 장애인 당사자들이 보조기기 지원 지급액과 지급건수가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러한 공적급여 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해 보조기기 구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면서 “한 허술한 보조기기 상담과 정보제공, 미흡한 수리 지원 및 소모품 지원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지원제도별 지원품목의 한계로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진용 교수는 등급제 폐지에 따른 실질적 보조기기 지원을 위해 “공적급여 지원제도의 현실화, 지원품목의 다변화 및 세분화,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조기기 지원,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보조기기의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오후 2시 개최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 이후 장애인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 ⓒ유튜브 캡쳐

‘보조기기 지원 고질적 문제 방치’ 정부 무책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는 “장애인보조기기법은 장애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의 지원과 활용촉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조기기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해 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하지만, 제정 당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보조기기 지원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규정에 따라 산업재해 피해자나 교육 참여를 위해 각종 학습보조기 보조공학기기를 필요로 하는 특수교육 대상자 등은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조기기 지원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노력의무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조기기에 대한 지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애인보조기기는 개인 치료용 보조기기, 기술 훈련용 보조기기 등 12가지와 장애인 등을 위한 기계·기구·장비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보조기기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 안에는 장애인의건강과 재활운동에 필요한 스포츠용 보조기기·장애인 문화활동 보조기기·교육용보조기기 등 여러 보조기기가 배제돼 있다는 것.

나 변호사는 “보험급여가 지원되는 금액 등의 범위와 제품의 종류 등을 제한적으로 묶어놓음에 따른 문제가 계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를 꾀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져버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당사자들이 처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한 후 그에 맞춘 적절한 시행규칙·고시 등의 개정을 하루빨리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10일 오후 2시 개최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년 이후 장애인보조기기 정책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대외협력실장. ⓒ유튜브 캡쳐

“보조기기 선택은 선택이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외협력실장은 “장애인등급제폐지 이후 보조기기 지원사업에서 과연 등급제가 사라졌는가? 숫자의 등급제는 사라졌지만 자본의 등급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달라진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동휠체어, 전동휠체어 등에 대한 수가는 16년 전과 한번도 변한 적이 없고 이동형 보조기기를 어렵게 구매하더라도 관리 및 수리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애물단지가 돼 집에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보조기기 선택은 선택이다.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돈이 없어서 내 몸에 맞는 보조기기를 맞추지 못하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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