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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결혼과 이혼

인터넷에서 퍼진 사연을 접하고 든 생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0-01 13:08:51
유교적인 전통사회에서는 혼인 즉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해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하는 가장 큰 일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음은 종족 보존으로 대를 잇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결혼하면 남편이 무슨 짓을 하든 여자는 평생 참고 살아야 했다.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결혼이 인륜지대사가 아니다. 결혼이 인륜지대사이던 시절에는 결혼이 필수였으나 이제는 결혼이 선택사항이 되고 비혼주의자도 많다.

그러나 아직도 성인이 되면 남자 또는 여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고 때로는 결혼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률혼이고 일부일처제다. 그러나 예전처럼 남자나 여자가 무슨 짓을 하든 참고 사는 시대는 아니고 사랑해서 결혼했다가 사랑이 식으면 돌아서기도 한다, 이제는 이혼이 더 이상 허물도 아니다.

인터넷에 퍼진 사연. ⓒ네이버 화면 에이블포토로 보기 인터넷에 퍼진 사연. ⓒ네이버 화면
며칠 전 어느 사이트에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시각장애인 아내와 이혼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열어 봤더니 A 씨가 시각장애인 여자 B 씨와 결혼했는데 시각장애인 아내 B 씨와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혼을 원한다는 것이다. 댓글에는 전부 남자 A 씨를 동정하고 위로했다.

A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A 씨는 충분히 동정받고 격려받을 만 했다. 그런데 A 씨가 어디 사는 어떤 사람이고 처음 어디에 글을 썼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시각장애인 아내와 이혼하고 싶습니다”를 써 보니, 맙소사! 비슷한 제목의 글이 줄줄이 나왔다. 제목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부 같은 글이고,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어서 똑같은 내용의 글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퍼 날랐을까.

그러나 누가 어디에 처음 쓴 글인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어찌 찾은 글도 퍼온 글인데 2017년 2월이었다. 그리고 2년이나 지난 2019년 2월 17일 자 한경닷컴에 “시각장애인 아내와 이혼하고 싶어요”라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를 쓴 기자도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각장애인 아내와 이혼을 원한다"라면서 조언을 구했다.”라고 했다.

A 씨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사연인즉, 아내 B 씨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B 씨는 장애인단체에서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 A 씨는 봉사활동을 갔다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1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 당시 여성의 장애 때문에 지인들의 반대와 걱정도 많았지만, A 씨는 사랑으로 극복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신문기사. ⓒ한경닷컴 에이블포토로 보기 신문기사. ⓒ한경닷컴
B 씨가 연애할 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관리를 하는 똑똑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줬는데 결혼 후에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B 씨는 시각장애인이기에 집안의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소파 끝에 있어야 할 휴지가 없다며 비명을 지르며 욕을 했다는 것이다. A 씨가 휴지를 치운 것이 아니라 휴지는 소파 옆으로 떨어져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A 씨는 아침에 6시에 일어나 밥을 해 같이 먹고, 설거지하고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도 집에 와서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와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한다고 했다. A 씨가 일하는 것 자체에는 불만이 없으나 사는 내내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B 씨는 국이 뜨거워도, 반찬이 마음에 안 들어도, 뭐 하나라도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무시한다고 폭발한다고 했다.

A 씨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불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붓고 요리를 하던 중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고 소리를 지르는 아내 목소리를 들었고, 얼른 전달하고 나와서 프라이팬에서 요리를 계속하려는데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가 휴지를 집어 던져서 프라이팬이 뒤집혀서 A 씨는 화상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B 씨는 A 씨가 자기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는데 모든 것이 A 씨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A 씨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이혼하자’라고 하자 B 씨는 집안의 모든 것을 부수며 고함을 지르며 분노했다고 한다.

A 씨의 사연. ⓒ에펨코리아 에이블포토로 보기 A 씨의 사연. ⓒ에펨코리아
A 씨는 여동생을 불렀고, 여동생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맞춰 가면 도와주겠다”라고 하자 B 씨는 친정에 연락했고 친정 부모님과 언니가 와서 B 씨를 데려갔다고 했다.

A 씨는 아내 B 씨가 이혼 합의를 거부해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데, 모두가 불쌍한 시각장애인 아내를 버리는 남편쯤으로 매도한다면서 지난 1년간 노예살이 같던 신혼 생활을 알릴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했다.

A 씨의 사연에는 많은 사람이 A 씨를 위로하며 동정했는데 그 위로와 동정 속에서 정말 위험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면 정신장애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장애인 유형에는 정신장애가 있지만, A 씨 사연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은 몸이 아니라 자격지심과 콤플렉스로 마음이 장애라는 것이다.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면 마음도 약간은 피폐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를 꿋꿋하게 딛고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도 신체적 장애를 마음의 장애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A 씨의 사연에서도 거론이 되었지만, 시각장애인은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그 자리를 기억하는 시각장애인이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지인 중에 비장애인 여자와 결혼한 시각장애인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필자에게 “어떻게 눈만 믿고 사느냐”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비장애인 아내는 자기 눈만 믿고 걸핏 하면 물건을 제자리에 안 두어서 그를 곤란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둔 곳에 없다면 그 순간 잠깐 아내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로 아내와 다투지는 않는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아내와 결혼하는 '빛나는 로맨스'. ⓒMBC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각장애인 아내와 결혼하는 '빛나는 로맨스'. ⓒMBC
시각장애인이라도 주부라면 밥하고 빨래하는 집안일은 거의 다 손수 한다. 한 시각장애인 아내는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생선구이를 먹으려면 손가락도 좀 구워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무리 시각장애인이라 해도 웬만한 집안일은 할 수 있었을 테고, 그리고 요즘에는 활동지원사가 집안일을 대신해 주기도 하는데 왜 A 씨는 활동지원사를 부르지 않고 집안일을 혼자서 도맡아 했을까.

장애인과 장애인 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랑해서 결혼했으나, 사랑이 식고 콩깍지가 벗겨지면 보이지 않던 단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면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어서 이혼을 할 수도 있지만, B 씨의 문제는 장애인하고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B 씨에게 폭력성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B 씨가 욱해서 소리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며 욕을 하는 등 폭발하고,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은 뭔가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B 씨의 폭력성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문제이고, A 씨도 결혼하기 전에 B 씨의 성격이나 성정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결혼하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고 결혼 후에야 단점들이 조금씩 드러나도 서로서로 단점들을 하나씩 수용하고 보완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드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며칠 동안 인터넷에서 이곳저곳을 찾다 보니 A 씨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지금은 A 씨가 이혼했으나 힘들게 살고 있다고 했다. 필자가 본 것이 A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B 씨의 폭력적인 성정이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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