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실현을 위해 정신건강서비스뿐 아니라 주거·건강·고용·교육·복지 및 생활 지원 등을 포함하는 지역사회통합지원시스템 구축과 다양한 서비스 제공기관과 정신건강 전문 인프라와의 사회적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최근 한국장애인개발원 KoDDISSUE에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과제와 지원 방안’을 게재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 보장의 법적 근거와 사회적 책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의 변화 여부,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방안, 정신장애인 삶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역할 등이 담겼다.

법적 근거는 있는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보장

UN 장애인 권리선언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예방하고 장애인이 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원조하고 가능한 일반적인 생활에 통합될 수 있도록 촉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전면 개정해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정신질환자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법에는 모든 정신질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으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함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삶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생활 지원의 근거조항, 고용 및 직업 재활 지원, 평생교육 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활동 등 지원, 지역사회 거 주·치료·재활 등 통합지원,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등이 담겼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11개 단체는 지난 5월 4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DB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후 정신장애인 삶의 변화? “여전히 차별적”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에도 정신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심한 편견과

차별에 여전히 노출돼 있으며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움을 적절히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신장애인은 정신질환을 결격사유로 여러 법령, 공중위생관리법, 국민영양관리법,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모자보건법, 의료법, 장애인복지법 등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내에서도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으나, 정신장애인의 지역 기반 생활 보장을 위한 소득보장이나 주거, 고용, 건강, 복지 지원의 세부 내용이나 절차, 실질적인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변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시민단체들이 투쟁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지난 6월 재활서비스전달체계로부터 배제되거나 장애인복지 및 재활 관련 서비스시설의 이용이 제한하는 장애인복지법 15조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 정신장애인 자립지원 정책 없는 현실

정부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과 자립생활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합리적인 편의 제공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행정, 예산, 사법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충족의 의무와 이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증진의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자립지원과 관련한 정책은 뚜렷하게 제시된 바가 없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며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기존의 정신보건 패러다임 내에서 지역사회 정신보건 및 정신재활 인프라를 통해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건강서비스 뿐만 아닌 주거·건강·고용 등 지원 시스템 구축 필요

보고서는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자립 지원 모형을 개발하고 고용지원이나 주거 지원 과제들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성을 갖고 정신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지역 중심의 정신건강 지원서비스를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정신질환은 다른 건강 및 사회적 문제들과 복잡한 상호관련성을 갖고 있기에 포괄적 생활 지원서비스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주거·건강·고용·교육·복지 및 생활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활용하고 정신건강전문가 외에 여러 주체의 참여해야 하며 이를 포함하는 지역사회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전달체계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기관 및 정신건강 전문 인프라와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구체적으로 정신장애인의 고용개선 방안과 주거, 재활, 치료 등이 마련돼야 하며 특히 주거와 관련해서는 보다 독립적인 주거형태인 공공임대주택이나 지원주택 입주를 위한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주택관리, 주택 수리 및 개조, 주거 지원서비스, 주거 지원 사례관리가 확대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도 치료의 대상으로서 정신질환의 문제에 대응해왔던 방식으로부터 정신질환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정신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다분야 협력과 사회적 연대를 통한 변화가 모색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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