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에 분류돼있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에게는 당장 입원비도 아주 큰 문제이긴 합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이대로는 같이 자멸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최근 ‘장애등급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원 마감일은 오는 8월 19일까지로, 27일 오후 2시 30분 현재 668명이 참여했다.

뇌전증으로 인한 정신질환을 가진 남동생을 둔 누나라고 밝힌 청원인은 동생의 정신질환 증상이 심각함에도 병명이 카테고리에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동생은 7년 전까지만 해도 생활이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6년 전부터는 대발작을 하고 나면 환청과 환각을 겪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발작과 상관없이 평소에도 환청과 환각, 수면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30대 성인남성이었던 동생을 노모가 혼자 돌볼 수 없어 청원인은 일을 접고 동생을 돌봤다. 1년 정도 입·퇴원을 반복했던 동생을 돌보며 “그래도 장애판정이라도 받으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장애판정은 6년째 나오지 않고 이러한 생활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매년 입원비와 처방 약 서류를 떼서 동사무소에 전달했고 3년 전에는 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정신장애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의아했지만, 어디에 가서 알아봐야 할지도 몰랐기에 그저 같은 일을 매년 반복할 따름이었다.

그러다 최근 동생은 심한 조현병과 증상이 같으나 그 원인과 약이 달라 조현병으로 분류가 안 되기 때문에 장애판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청와대 홈페이지

“뇌전증으로 인한 장애등급은 심하지 않은 장애로 지하철 요금 공짜, 핸드폰 할인 등의 혜택이 된다고 합니다. 저희에게는 의미 없는 혜택입니다. 정신장애 등급이 나와야 하는데, 카테고리에 없다는 이유로 누구보다 지치고 힘든 질병을, 엄청나게 들어가는 비용을 오롯이 저희 힘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청원인은 “동생은 ‘측두엽 뇌전증으로 인한 정신장애'로 병명이 따로 없는 셈이고 조현병에 속하지 않는다”며, “뇌전증적 문제이지만, 다른 뇌전증 환자처럼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기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사와의 통화에서 정신장애 판정을 받으면 여러 가지 사회성 기르기 훈련이나 직업훈련 등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너무나 안타깝고, 돕고 싶지만 판정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청원을 준비하면서, 국회를 통해 입법안을 만들 수 있게 건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법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평균 516일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저와 엄마의 정신력의 임계점은 지나고 또 지났다”고 호소했다.

한편 해당 국민청원 참여 링크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996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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