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11개 단체는 4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사회적 낙인, 차별과 더불어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해 복지서비스에서까지 차별받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에 당사자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가 부족한 정신장애인재활시설, 열악한 고용 서비스, 장애인복지관 서비스 부재 등에 대해 정신장애인 차별임을 확인하고 차별행위를 개선하라는 시정 권고명령을 내려달라는 것.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등 11개 단체는 4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들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낙인,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비인간적인 강제입원과 강제치료 등을 겪고 있다.

특히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의해 법 적용대상에서 배제되고 있어 장애인복지법이 보장하고 있는 복지서비스에서마저도 소외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즉, 제2조 장애인 정의에 ‘정신장애인’이 명시되어 있지만,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의 제도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정신장애에 대한 제도적 고정관념을 중단하고 평등한 서비스를 보장하라!’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 ⓒ에이블뉴스

이 조항에 따라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관 이용, 정신재활시설서비스 이용, 각종 고용지원제도, 생애주기 별 맞춤서비스, 활동지원서비스 이용 등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들을 제공 받지 못해 왔다.

이에 이들 단체는 정신건강 정책의 주무부서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상으로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신재활시설 부족, 공동생활가정의 거주기간 제한 등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된 장애인 차별임을 확인하고 이러한 차별행위를 개선하라는 시정 권고명령을 내려줄 것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에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국회에는 당장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안을 발의할 것과 정부에는 즉각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4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진정 취지를 설명하는 공익인권법제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 ⓒ에이블뉴스

공익인권법제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과 정신장애인 이용 가능한 복지관 서비스가 부재한 현실에서 여전히 많은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병원과 정신용양시설에 수용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년 이후 장애인복지법상 법정 장애인의 범주에 정신장애인이 포함됐음에도 2007년 동법 제15조의 개정으로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6년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며 복지서비스 제공이 신설됐지만 정작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흐름은 장애인복지 전달체계로부터 정신장애인을 복지서비스 사각지대로 내몰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이 장애인복지전달체계로부터 분리된 상황에서 정신건강전달체계에서 정신장애인의 문제는 오로지 의료적 문제로만 취급되고 있다. 정신과 약물만으로는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정신장애인의 낮은 삶의 질은 치료가 아닌 복지의 빈곤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개최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왼쪽)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욱성 활동가(오른쪽). ⓒ에이블뉴스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이용을 막아놓고 정작 그에 상응하는 직업훈련 서비스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정신장애인들은 정신질환자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시설들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비해 인력, 예산 등이 현저히 적다. 또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각종 서비스에서도 장애인복지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또한 “이처럼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체계에서 배제되고 그에 상응하는 복지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정신장애인들은 더욱 큰 불편함과 고통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욱성 활동가는 “제 꿈은 제빵사였지만 정신과 의사의 해당 직업은 위험하다는 말에 꿈을 포기해야 했다. 운전면허도 취득해서 여행 등 가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정신장애인은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는 말에 차마 도전할 수 없었다. 우리는 왜 우리의 꿈이, 삶이 타인의 의사에 의해 좌우돼야 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러한 경험이 비단 나만 겪은 것은 아닐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제한하지만, 이를 위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인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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