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다리를 건너는 장애인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장애인의 생활필수품인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 전동보조기기 이용자가 10만명을 돌파했지만, 이용환경과 안전은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에 의해 ‘보행자’에 포함돼 보도로 이동해야 하지만,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등 환경이 좋지 못 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주행하고 있는 현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고도 이어지지만, 관련 통계도, 정책도 모두 부재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최근 “전동보조기기 이동, 안전 빨간불!”이라는 주제로 장애인정책리포트(394호)를 발간했다.

장애인보조기기란 장애인이 장애의 예방 ·보완과 기능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필수적인 장애인보조기구로, 사용자의 잔존 신체능력에 따라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중 선택 가능하다.

전동휠체어는 수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거나 실내외에서 수동휠체어를 장기간 사용할 체력이나 근력이 부족한 경우 사용한다. 사용자의 이동능력 극대화, 실외 경사로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쉽게 이동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크고 무거우며 복잡한 기계장치로 인해 고장 가능성이 높은 단점이 있다.

전동스쿠터의 경우 실외 또는 실내에서 사용자의 이동성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노인환자, 관절염 및 심폐질환 환자가 많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상지근력과 앉은 자세 균형유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경우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동보조기기의 이용자는 10만2593명 이상, ​필요 인원은 20만 명 이상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증가하는 전동보조기기 이용자수에 비해 이용환경과 안전은 열악하다.

전동보조기기 이용을 위한 환경개선과 안전 방안들이 계획되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원활하게 개선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장애인에게 매우 위험한 보행환경들.ⓒ에이블뉴스DB

■전동보조기기는 보행자!, 보도환경 ‘엉망’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동보조기기는 보행자에 포함, 인도로만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경사턱, 좁은 보행로 등으로 인한 보도 주행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현실.

“낮은 곳에서 올라 왔으면 끝까지 낮은 곳이 있어야 하는데, 가다보면 낮은 곳이 없고 높은 곳이 있어요. 그러면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려니 너무나 힘듭니다.”

국토교통부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은 2.0m 이상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 우에는 1.5m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예산문제나 시설기준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보도의 가로수, 전봇대, 불법적재물 등으로 인해 전동휠체어가 이용할 수 있는 유효폭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동스쿠터 사고 모습.ⓒ부산강서경찰서

■3명 중 1명 차도주행, “생명 위협”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도로의 상태가 좋은 차도로 주행하게 된다. 한국소비자원 ‘전동보장구(보조기기) 이용실태조사’ 결과, 37.3%가 차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

그럼, 차도는 안전할까? 차도주행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계속 일어난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도로 어머니와 함께 가던 장애인이 택시에 치여 어머니가 사망하고 휠체어 이용자도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두운 밤에 택시가 전방을 미처 살피지 못해 일어난 참변으로, 불편한 인도를 피해 차도로 운행하다가 사고가 났다.

같은 해 11월에는 차도로 주행하던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교차로에서 1톤 포터의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도로 운행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계속 일어나지만 보도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안전교육 의무 'NO', "있으나 마나"

‘교통안전법’ 제23조에 3항에 따르면 ‘국가 등은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의 교통안전 체험을 위한 교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교통행정기관의 장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전동보조기기의 안전교육은 매뉴얼과 동영상으로 제공되어 있으나, 실제 운행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운행하는데 제한이 없다.

전동보조기기 안전사고 교육필요 유무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필요하다(34.5%), 매우 필요하다(25.2%)라는 응답이 60%에 이를 정도로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들은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동보조기기 안전 교육 및 조작·운행 방법 교육, 주기적인 안전교육 이수시간 등을 통해 안전한 주행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이 없는 상황.

도로교통공단 본부(교육운영처) 및 각 시도지부 안전교육부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의무 가 아닌 신청형식으로 받고 있고, 온라인신청도 불가능하다.

또한 전동보조기기를 이용할 때 운전자들은 안전모와 야광반사판 부착과 비상시 도움을 요청 할 수 있는 호루라기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운행해야 하지만 강제적인 제도가 없기 때문에 대다수 운전자들이 지키고 있지 않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 ‘전동보장구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51.9%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불편해서’, ‘사고위험 인식저하’를 꼽았다.

■교통사고 통계 부재, 보험 출시? 실효성 없어

전동보조기기 교통사고 통계조차 없는 상황으로 책임부처나 관련부처는 확인되지 않으며, 전동휠체어 보험 출시에도 실효성은 떨어진다.

2019년 출시된 보험가입 상품은 전동휠체어의 경우 보장기간 1년인 4만2000원의 보험료(가입일자 에 따라 변동)를 내면 사건당 2000만원 한도, 총 한도는 3억원이다.

하지만 보험상품의 가입기간이 정해져있고, 가입 인원도 제한되어 있어, 아직도 보험사각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고 보험상품으로 사고 후 금전적인 보장을 받는다 해도, 전동보장구에 안전장치는 전무한 실정이기에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전동보조기기 이동 ‘파란불’ 바뀌려면

한국장총은 전동보조기기 이동 안전을 위해서는 ▲물리적 운행환경 개선 ▲보행자 인식개선, 주행 의무교육 필수 ▲전동보조기기 사고 후 후속조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총은 “미비한 보행환경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인 전동보조기기가 인도 외 도로를 이용하게해 안전사고를 더욱 높이고 있다”면서 “보도의 설치기준을 준수해 유효폭을 확보하고, 울퉁불퉁한 보도, 움푹 팬보도블록 등 보도상태에 대해 국가, 지자체, 도로사업자가 협조해 예산을 확보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전동보조기기 주행 의무교육과 관련해서는 “보조기기 급여비를 지급하기 전 안전교육 및 조작 운행방법 교육을 필수로 하고 주기적인 안전교육 이수시간을 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전동보조기기 이용시 안전장비를 필히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보험상품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장총은 “현재 보험상품은 가입기간이 제한돼 있고 보험상품의 가격이 높아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적절한 보장범위, 가격의 보험상품 마련을 위해 이용자들과 보험사, 금융위의 논의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들의 수는 늘어가고, 사고의 빈도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현재 전동보조기기 사고에 대한 통계와 대책마련은 미비한 실정”이라면서 “경찰·도로교통공단 등에서 책임부서·관련부처를 설립하고 전동보조기기 사고에 대한 통계를 수집 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기초를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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