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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발달장애인 투표권 박탈 ‘부글부글’

선관위 ‘투표보조 지침’ 돌연 삭제, “12명 사표”

진정 통해 편의제공 지침 마련 등 시정권고 촉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4-14 14:05:56
가오나시 가면을 쓴 채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 유권자다’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가오나시 가면을 쓴 채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 유권자다’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4개 단체가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투표권을 박탈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이번 진정에는 발달장애인 총 12명이 참여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제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진행됐던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발달장애인 한 모 씨 등 12명이 투표관리메뉴얼 지침상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는 장애유형에서 발달장애인이 제외되며,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이들은 각각 사전투표소에서 글씨를 모르거나, 투표과정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투표보조를 받기 위해 부모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선거사무원에게 요청했다.

앞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가족이나 활동지원사와 함께 투표소에 함께 들어가는 등 투표소 인력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관위 홈페이지 속 ‘21대 총선 어르신장애인 편의서비스.ⓒ홈페이지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선관위 홈페이지 속 ‘21대 총선 어르신장애인 편의서비스.ⓒ홈페이지캡쳐
하지만 이번 사전투표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선거지침’을 들며 가로막았다. 왜 그랬을까?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6항에 따르면,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게해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이동이나 손 사용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신체 장애의 분류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 유형에 맞는 쉬운 선거공보물이나 관련 편의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투표소안에서의 투표지원’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중앙선관위 또한 이를 받아들여 2016년 20대 총선부터 5년동안 선거지침에서 시각 또는 신체장애 외에 ‘발달장애(지적, 자폐)’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제21대 총선 선거사무지침에서 기존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실제 장추련이 선관위 홈페이지 속 ‘21대 총선 어르신장애인 편의서비스’를 살펴본 결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가 삭제돼있었다.

이에 장추련이 중앙선관위에 질의한 결과,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는 장애유형에서 발달장애 유형은 제외시켰으며, 이에 따라 관련지침이 변경됐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투표권이 결국 사표가 되고, 그 권리가 박탈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4개 단체가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투표권을 박탈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4개 단체가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투표권을 박탈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진정서 내용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김 모 씨의 경우 손이 불편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어머니에게 선거사무원이 소리를 지르며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지했고, 선관위 직원이라도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참관인들의 의견을 물어야한다고 시간만 끌었다. 이후 정식으로 항의했지만, 제대로 사실확인도 문제제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선관위는 부모가 발달장애인의 투표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는 유형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발달장애인에게 반드시 제공되어야할 인적 편의제공을 하지 않으며,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하고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려가 있다면 이에 대한 공적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선거절차에 대한 발달장애인의 상시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하면서 우려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맞는 방식”이라며 “강력한 시정권고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한표의 권리를 지켜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침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 ▲지침 변경 과정 공개, 재발방지를 위한 의견취합 협의체 구성 등 계획 수립 ▲법에서 규정하지 못하는 현장에서의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편의제공 지침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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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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